민들레 공화국

                   
너는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에 의해
온실 속의 화초로 자란 꽃들처럼
화려한 시선을 받지는 못하지만
추운 겨울 이겨내고 
강아지가 오줌 싸고 지나간 담벼락 구석이나
한 뼘 흙이 있는 보도블록 틈과
배수구 기둥 옆에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 민들레
여기가 민들레 공화국이다.
노란 얼굴로 행복한 웃음 짓는
민초들의 땅이다.
하얀 씨앗이 되어 새로운 세상으로 날아갈 그날까지
꿋꿋이 지켜낼
봄날 민들레 공화국이다.


행복


이른 아침
새들이 행복하게 짹짹거리는 것은
언제든 쪼아 먹을 수 있는
달콤한 과일이 있기 때문

처마 끝에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를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것은
저 멀리 구름 걷히고
따뜻한 태양이 비추어 주기 때문

행복은 언제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소소한 삶의 일상에서 찾아야 하는 것
그것이 작은 행복이어야 함을.

 

사라진 것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 선감분교


친구들과 손잡고 산 넘고
바닷가 길을 걸어 학교에 오면
낭랑한 동요가 가슴을 뛰게 했고
운동장에서 뛰어놀다 보면
어느새 아침 종소리가 울려서 들어간 교실마다
배움의 시간들이 흘렀었는데

젊은이들 섬을 떠나가 돌아오지 않자
아이들이 줄고 운동장에는 잡초만 무성해졌다.
여름이면 도시에서 온 피서객들 여기저기 북적대지만
휴가도 끝나고 도시인들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다시 조용해지는 섬, 학교 운동장

오늘도 학교를 향해 뛰어올
아이들을 기다리는 놀이터
학교 앞 밀려온 밀물들도
구구단 소리 그리워 출렁이는데
사라진 것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언덕 위 교회당 종소리만 메마르게 울어 대는 그곳
선감분ᆞ교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그대 외로우신가.
그럴 때는 무작정 차를 몰아
외로움의 종착지 방아머리 선착장으로 가 보시게.
그곳에는 외로움의 사촌쯤 되는
그리움 몇 조각들이 매표소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풍도, 소야도, 덕적도, 승봉도로 실어 보낼 소식들을 안고 있다네.
선착장 주변 횟집들에는
광어, 우럭, 놀래미, 복어치들이
서해바다 깊은 곳의 사연들을 담아내고

인천 연안부두를 떠난 여객선을
온몸으로 밀어내는 물결들
갈매기들은 언제나 변함없이 외로움의 주위를 맴돌고
외로움의 종착지 방아머리 선착장에는
오늘도 그리움 몇 조각들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네.

그대 외로울 때는 무작정
방아머리 선착장으로 가 보시게.


비오는 풍경


메마른 대지의 속살이 그리웠더냐.
하늘은 바람을 먼저 보내
그리운 마음 흔들어놓고
손님처럼 살며시 대지에 스민다.
두 팔 흔들며 먼저 비를 맞이하는 해바라기들
온몸 흔들어대며 비에 젖는 들풀들
그리운 것들은 모두 한 방향만 바라보고 있다.
이 초록들의 잔치는 7월이면 최고에 이를 것이다.
제 각각 열매를 준비하는 과수들
그 틈새에 살아남아 자기들도 곱게 씨앗을 품어보는
들풀, 들풀들

시인 권태주
시인 권태주

 

 

 

 

 

■ 프로필 ■

‧ 한국교원대 대학원 국어교육과 졸업
‧ 1993년 충청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 저서 : 시집『시인과 어머니』『그리운 것들은 모두 한 방향만 바라보고 있다』외 다수 
‧ 수상 : 1995년 허균문학상, 2017 한반도문학상, 2019년 전국성호문학상 대상
‧ 현) 한반도문인협회회장, 한중문예콘텐츠협회부회장, 한국작가회의, 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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