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해설 남영전 시인

차례
9) 서동과 선화공주
10) 호랑이가 와서 젖을 먹인 아기
11) 석탈해와 김수로의 변신토템
12) 미추왕의 대잎군
13) 문무왕의 만파식적
14) 진지왕의 비형랑
15) 하늘의 조상신 연오랑과 세오녀
16) 겨울인데도 모여들어 울어대는 개구리
17)지혜롭게 놀라운 정보를 알리는 까마귀

 

남영전 시인
남영전 시인

 

9)서동과 선화공주

 

백제 30대 무왕(武王)
이름은 장(璋)이다

장의 어머니가
젊어서 홀로 되여
부여 궁남지란 못가에
집을 짓고 살았는데
그 못의 룡과 통하여
장을 낳았다

그들 모자는
생계가 어려워
나어린 장이
항상 마를 캐다가 팔아
생업을 삼았으므로
그를 서동(薯童)이라 불렀다

서동은
재주가 뛰여났고
도량이 넓었다
그는 신라 진평왕의
셋째 공주 선화(善花)가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머리를 깎고
신라의 서울로 올라가
동네아이들에게
마를 나누어주어 사귀면서
노래를 지어 부르게 하였다

동요가 장안에 퍼져
궁중까지 알려지니
백관들이 간하여
공주를 먼 곳에
귀양 보내게 하였다
공주가 떠날 때
왕후는
순금 한말을 주었다

공주가 귀양가는 길에
서동이 나타나서
절을 하고
공주를 모시고 가겠다 하였다
공주는 그가
누군지를 알지 못했지만
우연한 만남을 기뻐하며
그를 믿고
따라가기로 하였다

그런 뒤에
서동의 이름을 알고
동요를 믿어
어머니가 준 금을 내놓으며
함께 백제로 가서
이 금으로
살림을 세우자 하였다
서동이 웃으면서 물었다
“이것이 무엇이오?”
“황금인데 백년동안
부자로 살 수 있습니다.”
서동은 그 말을 듣고
“내가 어렸을 때
마를 캐던 곳에는
이런 것이
진흙처럼 쌓여있소”
하였다
공주가 크게 놀라
“이것은 천하의 보배인데
당신이 금 있는 곳을 알았으니
이 금은
우리 부모의 궁전으로
보내는 것이 어떻습니까?”
서동이 좋다고 하였다

그들은
서동이 마 캐는 곳에서
금을 모으니
마치 구름처럼 쌓였다

그들은
용화산 사자사
지명법사(知命法师)의
처소에 가서
금을 운반할
방법을 물었더니
법사는  
“내가 신통력(神通力)으로
옮겨줄 테니
금을 가져오시오”
하였다
공주가 편지와 함께
금을 사자사 앞에
옮겨놓으니
법사가 신통력으로
하루밤새에
신라궁중으로
날라다놓았다

서동은 이런 일로 인해
이름이 널리 알려져
백제 30대 왕이 되였다

 

[해설]
장의 어머니가 룡과 통하여 장이 탄생했다. 이 신화는 중간의 내용이 많이 삭제된 것 같다. 례하면 곰이 아름다운 웅녀로 화한 것처럼 룡도 영준한 남자로 화하여 장의 어머니와 관계가 있었다 이런 내용이다. 《삼국유사》에 룡이 자주 등장하고, 또 룡이 사람형태로 종종 나타나기 때문에 이 말을 덧붙인다.
어쨌든, 장의 아버지친족토템이 룡인 것은 틀림없다.

 

10) 호랑이가 와서 젖을 먹인 아이

 

옛날
광주 북촌 부자집에
외동딸이 있었는데
용모가 단정하고 아름다웠다

하루는 딸이
아버지에게 아뢰였다
“매일 밤만 되면
자주색 옷을 입은 청년이
잠자리로 와서
관계를 맺곤 합니다.”

아버지가 알려주었다
“긴 실을
바늘에 꿰여두었다가
그 청년이 갈 때
그의 옷에
꽂아놓아라”
딸이 아버지 말대로 하였다

날 밝은 뒤
풀려나간 실을 따라가니
그 바늘이 담 밑의
큰 지렁이 허리에
꽂혀있었다

그후
그녀는 태기가 있어
동자를 낳았다

동자가 아직
포대기에 싸여있을 때
그녀는 들에 일하는
남편의 점심을 가져가
아이를 숲에
내려놓았더니
호랑이가 와서 젖을 먹였다
마을사람들은 모두
신기하다 하였다
동자가 15세가 되여
스스로 이름을 견훤이라 하였다

견훤이 장성하니
모습이 웅장하고
기개가 출중하여
범상치 않았다
그는 군인이 되여
공을 세워 비장이 되였다
그의 영향은 날로 커져
신라 효공왕 4년(900)에
스스로 후백제왕이라 칭하여
후백제를 다스리다
청태 원년 갑오년(934)에
세 아들이 찬역하여
고려태조 왕건에게 귀순하였다

 

[해설]
 견훤은 그의 어머니가 지렁이와 관계가 있어 탄생하였다. 지렁이는 미물인데 어떻게 이런 신통력이 있는가? 실상, 그 시대 선인들의 세계관은 만물유령(万物有灵)사상의 지배를 받았기에 세상만물은 다 령적인 신이라고 믿었다. 민간에서 지렁이를 땅 밑에서 활동하는 룡으로 보았기에 지룡(地龙)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지렁이 숭배증거이기도 하다.

때문에 지렁이가 견훤의 아버지친족토템이 되는 것은 억지나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범이 견훤에게 젖을 주었다는 이야기, 역시 도리에 맞는 말이다. 견훤은 원래 리씨 성이였다. 범은 리씨 성의 토템이다. 때문에 범이 견훤에게 젖을 주었다는 것은 범은 리씨의 수호신임을 재다시 증명하는 대목이다.

 

11) 석탈해와 김수로의 변신토템

 

김수로가
대가락국 왕위에 오른 후
어느 하루
키가 구척인 사나이
석탈해가 궁궐에 들어섰다
그는 수로왕을 향하여 소리쳤다
“나는 당신의 왕위를
받으려고 왔소. 어떠하오?”
수로왕은 웃으면서 응하였다
“나는 하늘의 명으로
왕위에 오른 사람이요.
내 개인의 뜻대로
왕위에 오르고
내리는 것이 아니요.”
석탈해는
“과연 당신이
천명을 받았다면
나의 재주를 이길 것이 아니겠소?
나와 승부를 겨루어 봅시다”하였다
수로왕은
“이것이 당신의 소원이라면
겨뤄보자.”하였다

그러자
탈해는
매로 변하여
하늘로 날았다
수로왕은
독수리가 되여
그의 뒤를 쫓았다
탈해는 다시
참새로 변해 날았다
수로왕은 새매가 되여
참새꼬리를 물고 따라갔다
얼마 후
탈해는
제 모습으로 돌아왔다
수로왕도
제 모습으로 돌아왔다

탈해가 항복하였다
“매가 독수리에게
참새가 새매에게
쫓기되, 죽음을
면할 수 있었던 것은
대왕께서 인덕을
베푸신 까닭인 줄 압니다
소인은 잊지 않을 것입니다”
탈해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물러갔다

 

[해설]

사람이 살아서 자기의 토템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 토템설이 알려준다. 석탈해와 김수로의 술법 겨루기는 그들의 변신토템을 보여준다.

 석탈해가 매, 참새, 김수로가 독수리, 새매로, 그들은 제각기 자기의 토템으로 변신하였다. 토템의 대결, 역시 그들 본인의 대결인 것이다.

    다른 문헌에 또 한건의 조상들의 변신토템신화가 있다.
    천신의 아들 해모수가 수신 하백의 딸 류화에게 청혼할 때였다. 류화의 아버지 하백은 해모수를 보고 “그대가 천제의 아들이라면 그 어떤 재간이라도 있을 테니, 나와 한번 겨루어보자”하였다.

   그리하여 하백이 뜰 앞의 물로 가서 잉어로 변하여 물에서 놀았다. 해모수는 즉시 수달이 되여 잉어를 잡았다. 하백이 다시 사슴으로 변하여 뛰여갔다. 해모수는 곧 승냥이가 되여 사슴을 쫓았다.하백은 다시 꿩이 되여 하늘로 날아올랐다. 해모수는 즉시 매가 되여 따라올라 꿩을 쳤다.

   하백은 도저히 해모수의 재간을 당할 수 없어 그가 천제의 아들임을 알고 딸과의 혼사를 허락하였다.
    여기서 하백이 잉어, 사슴, 꿩; 해모수가 수달, 승냥이, 매로, 그들은 각기 자신의 토템으로 변신했던 것이다.

   이 재미있는 조상의 변신토템신화가 또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하백은 고주몽의 외조부이고 해모수는 해금와의 조부로 그들 모두 민족의 먼 조상들이다. 그들의 변신토템, 역시 우리 민족 속의 씨족토템들이다.

 

12)미추왕의 대잎군
  

미추왕의 아들 유리가
신라 14대 왕일 때였다

이서국 군사가
갑자기 금성을 공격해왔다
신라군은 크게 방어했으나
오래도록 대항할 수 없었다

이 위기의 관두
대잎을 귀에 꽂은 병사들이
구름처럼
하늘에서 날아왔다
적군은 혼비백산하였다

적군이 달아나자
대잎군사도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 후 사람들은
미추왕릉 앞에
대잎이 수북이 쌓인 것을 보고
선왕의 음덕임을 알았다
그래서
미추왕릉을
죽현릉(竹现陵)이라 하였다

 

[해설]
사람이 죽으면 곧 자신의 토템으로 돌아간다고 토템설이 말한다. 이것이 회귀토템이다.
미추왕은 사후 대나무토템으로 돌아갔다. 왕위를 이은 아들이 적군의 공격을 받아 위기에 처했을 때, 미추왕은 귀에 대잎을 꽂은 병사들이 되여 신라군을 도와 적군을 격퇴시켰다. 회귀토템의 위력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신화다.

 

13)문무왕의 만파식적
  

 

신라 30대 문무왕은
평소에 늘 법사에게
“짐은 죽은 뒤에
호국하는 큰 룡이 되여
나라를 지키고 싶소”
하였다

왕이
21년동안
나라를 다스리다 붕어하니
그의 유조에 따라
동해 큰 바위 우에
장사를 치르었고
그의 아들 신문왕은
부왕의 은덕을 기리여
동해변에
감은사(感恩寺)를 세웠다

이듬해
5월 초하루
동해바다에
작은 섬 하나가 나타나
파도를 따라
감은사 쪽으로
밀려왔다가
밀려나가고
또다시 밀려왔다

왕이
이상하게 여겨
점을 치도록 하니
일관이 아뢰였다
“성인이 보배를
내리시려 하심이니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그 달 7일
사신이 또 아뢰였다
“섬의 산세는
거북이 머리 같은데
그 우에
대나무 한그루가 있어
낮이면 둘이 되고
밤이면
하나로 합쳐집니다.”
다음날 오시(午时)가 되니
대나무가 합쳐
하나가 되고

천지가 진동하고
광풍이 휘몰아쳐
낮이 캄캄해졌다
7일만인 16일에야
바람이 멈추었고
파도가 가라앉았으며
날이 밝아졌다

왕이 배를 띄워
그 섬에 들어가니
룡이 나타나
검은 옥대(玉带)를 바치므로
왕은 선물을 받고
자리에 앉아 물었다
“이 섬의 대나무가
갈라졌다 합쳐졌다 함은
무슨 까닭인가?”

룡이 아뢰였다
“한손으로 치는
손벽은 소리가 없고
두손으로 치는 손벽이
소리가 나듯이
이 대나무도
합쳐진 연후에야
소리가 나게 되였으니
성왕께서
소리로 천하를
다스릴 징조입니다
성왕께서
이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불면
천하가 화평할 것입니다
지금 성왕의 부친은
바다의 큰 룡이 되셨고
김유신은 천신이 되여
두 성인의 같은 뜻으로
이 값을 정할 수 없는
보배를 내여
저로 하여금
바치게 한 것입니다.”

왕은 기뻐서
오색 비단과 금옥으로
보답제를 지내고
칙사를 시켜
대나무를 베여가지고
그 섬을 떠나니
섬과 룡이
모두 사라졌다

왕이 돌아오는 길에
지림사 근처에 이르렀을 때
대궐을 지키던
태자가 달려와
그 옥대를 보고 아뢰였다
“이 옥대의
여러쪽의 장식들은
하나하나가
다 산 룡입니다”
왕이
“네가 어찌 아느냐”
하니, 태자가
“장식 하나를 떼여서
물에 넣어보십시오”
하였다

그래서
왼편 두번째 장식을
떼여서 시내물에 담그니
곧 룡이 되여
하늘로 올라가고
그 곳은 못이 되여
룡연(龙渊)이라 하였다

왕은 환궁하여
그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월성 천존고(天尊库)에
보관해두었는데
이 피리를 불면—
적군도 물러가고
사람의 병이 나으며
가뭄에 비가 오고
장마에 비가 그치며
바람이 멎고
파도가 잔잔해졌다
그래서
이 대나무피리를
만파식적(万波息笛)이라 명하고
국보로 삼아 칭송하였다

 

[해설]
    문무왕은 사후 룡토템, 대나무토템으로 돌아가서 계속 후대들을 수호한다. 이번에 그 대나무로 만든 피리, 그 피리소리에 상상도 못하는 신기한 일들만 생긴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14)진지왕의 비형랑
  

신라 25대 진지왕(真智王)은
즉위 4년만에 사망하였다
신기한 것은
10여일 후
왕이 생시와 똑같은 모습으로
도화랑(桃花娘)의 방에 나타나
그곳에 머물렀는데
항상 오색 구름이 집을 덮고
향기가 방에 가득하였다
7일 후
왕은 홀연히 종적이 사라졌고
오색 구름도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도화녀는 곧 태기가 있어
해산하려 할 때
천지가 진동하였다
동자의 이름을
비형(鼻刑)이라 하였다

26대 진평왕(真平王)은
비형의 출생을
신기하게 여겨
그를 궁중에 가두어 길렀다
비형은 총명하여
15세에 집사벼슬을 얻었다

그런데 비형은
매일 밤만 되면
멀리 달아났다
왕이 병사를 시켜
지켜보게 했더니
비형은
항상 월성을 날아넘어
서쪽 황천 언덕에서
귀신들을 이끌고 놀았다
절에서 종소리가 나면
귀신들도 흩어지고
비형랑 역시 돌아왔다

왕이
비형랑을 불러 물었다
“네가 귀신들을
데리고 논다 하니 참말이냐?”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네가 귀신들을 시켜
신원사 개천에 다리를 놓아라.”
비형은 왕명을 받들어
귀신무리를 이끌고
하루밤에 다리를 놓았다
“귀신들 중에
인간세상에 와서
정사를 도울만 한 자가 있느냐?”
“길달이란 자가
국정을 도울만 합니다.”
“그럼, 데려오너라.”
다음날
비형이 길달과 함께 나타났다
왕은 길달에게
집사벼슬을 시켰더니
과연 둘도없이 충직하였다

그 때,
각간 임종은 아들이 없어
왕이 명하여
길달을 아들로 삼게 하였다
임종은 길달더러
흥륜사 문루(门楼)를 짓게 했더니
길달이 밤마다
귀신무리를 불러와서
문루를 짓고
그 이름을
길달문(吉达门)이라 하였다

하루는
길달이 여우로 변하여
도망쳤기에
비형은 귀신을 시켜
길달을 잡아죽였다
그 때로부터
귀신들은 비형의 이름만 들어도
두려워서 달아났다
당시 사람들이
노래를 지어 불렀다
“성스러운
임금의 혼이 와서
아들을 낳았으니
비형랑이 이 집에 머물고 있다
저 온갖 귀신들이여
아예, 이곳에 머물지 말라.”
민간에서는
이 가사를 문에 붙여
귀신을 쫓았다고 한다

 

[해설]
진지왕은 사후에 오색 구름토템으로 돌아갔다. 이 오색 구름이 도화랑의 방에 나타났기에 도화랑은 오색 구름에 감응, 임신하여, 비형랑을 출산하였다.
보통구름이 아닌 오색 구름, 그래서 비형랑은 어려서부터 남달리 총명하였고 후에는 또 귀신을 막는 수호신이 되여 후손들의 애대를 받았다.

 

15)하늘의 조상신 연오랑과 세오녀

 

신라 8대 아달라왕
즉위 4년 정유년(157)
동해가에
연오랑(延乌郎)
세오녀(细乌女)
부부가 정 좋게 살고 있었다

하루는
연오랑이
바다에서 해조를 따고 있는데
갑자기
바위 하나가
연오랑을 태우고 일본으로 갔다
일본사람들이 그를 보고
“이 사람은
보통인물이 아니다.”
하여
연오랑을 왕으로 삼았다

세오녀는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이상하게 여겨
바다가에서 찾다가
남편의 신을 발견하였다
그녀 역시
바위로 올라가니
바위가 전처럼 그녀를 태우고
일본으로 갔다
일본사람들이 놀라
왕에게 알리고
세오녀를 왕에게 보냈다
부부가 만나게 되여
세오녀는
귀비가 되였다

이 때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
점성가가 왕에게 아뢰였다
“해와 달의 정기가
우리 나라에 왔다가
지금은
일본으로 갔기 때문에
이러한 변괴가 생겼습니다.”
왕이 사신을 보내
두사람이 오기를 청하니
연오랑이 말하였다
“내가 여기에 온 것은
하늘의 뜻인데
어떻게 돌아가겠소?
그러나
짐의 비가 짜놓은 비단이 있으니
이것으로
하늘에 제사 지내도록 하시오”
그리고는 그 비단을 주었다
사신이 돌아와 아뢰고
그 말 대로
제사 지내니
해와 달이
전처럼 빛을 되찾았다

이 비단을
어고(御库)에 소장하여
국보로 삼고
그 창고이름을
귀비고(贵妃库)라 하고
제사 지낸 곳을
영일현(迎日县)이라 하였다

 

[해설]
연오랑(延乌郎), 세오녀(细乌女)신화는 후세들이 천상의 조상신을 명기하라는 신화다.
멀고 먼 옛날, 해와 달을 남먼저 품에 안은 연오랑, 세오녀 부부가 동해가에 정 좋게 살았다는 말은 우리들의 먼 시조부, 시조모임을 시사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이 오랑(乌郎), 오녀(乌女), 해와달의 정령인 까마귀신임을 시사한다.
그들이 바다 바위에 실려 먼 일본으로 갔다는 사실, 원래 해의 새, 달의 새의 비행이였다. 그들이 일본해안에 도착한 다음 다시 사람의 형태로 돌아왔다.
우리의 천상 조상은 해와 달, 그래서 하늘에 정성을 드리면 해와 달이 밝아진다. 후세에 주는 계시가 크다.

이상으로 조상들의 탄생토템, 수호신토템, 그리고 조상들의 전환토템을 흥취있게 라렬한다면, 하늘에는 해, 달, 별, 바람, 비, 구름{무지개, 자주색, 기운(汽云), 오색구름}, 우뢰신들이고 지상에는 흙, 돌, 산, 물(바다, 개천, 우물), 신단수, 대나무, 곰, 범, 룡, 봉황, 닭, 까치, 까마귀, 매, 참새, 독수리, 새매, 개, 돼지, 소, 말, 개구리, 물고기, 자라, 지렁이 신 등 38개의 토템이다. 그리고 하백,해모수의 변신토템 잉어, 사슴, 꿩, 수달, 승냥이 토템을 포함시킨다면 43개의 토템이다. 43개 토템, 43개 자연신,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6)겨울인데도 모여둘어 울어대는 개구리

 

선덕녀왕 때의 일이다

겨울인데
이상하게도
영묘사 옥문지(玉门池)에는
개구리들이 모여들어
사나흘을 울었다

선덕녀왕은 급히
각간 알천과 필단에게 명하였다
“정병 2천명을 데리고
속히 서쪽 교외로 나가서
녀근곡이란 곳을 물어보면
그곳에 반드시
적병이 있을 것이니
습격하여 소멸하라.”
각간들이 명을 받들어
각기 군사 천명씩 거느리고
녀근곡을 찾았더니
과연 백제군사 5백명이
그곳에 숨어있었다
그들을 소멸하고
후속부대
1천 2백명이 오는 것도
모조리 소멸하였다

후일
군신들이 왕에게 물었다
“어떻게
개구리 울음소리를 듣고
일이 그러한 줄을 알았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개구리의 성난 모습은
군사의 상징이고
옥문이란 녀인의 음부인데
녀인은 음이 되여
그 색은 희고
흰색은 서쪽이다
그래서
서쪽에
군사가 있음을 알았고
남근은 녀근에 들어가면
반드시 죽으므로
쉽게 잡을 것을 알았다.”
모두들
개구리에 감사했고
왕의 지혜에 탄복했다

 

[해설]
    이제부터 조상들의 토템이 후대들을 돕고 보호하는 토템수호신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개구리는 금와왕의 아버지친족토템이다.
추운 겨울이지만 개구리토템은 나름 대로의 방식으로 후대인 선덕녀왕께 소식을 알린다.
선덕녀왕 또한 지혜롭고 명석하므로 개구리토템이 알리는 정보에 정확한 분석이 있었고 타당한 조치가 따랐기에 한차례의 화를 면하였다.

 

17)지혜롭게 놀라운 정보를 알리는 까마귀

 

신라 비처왕 무진년(488)
왕이 천천정(天泉亭)에
행차를 하였더니
까마귀가 쥐를 데리고
비처왕 앞에서 울었다
쥐는 왕더러
“까마귀 가는 곳을
찾아가시오.”
하였다

왕은 곧 쥐의 말대로
까마귀를 따랐다
남쪽 피촌(避村)까지 갔을 때
돼지 두마리가
싸우는 것이 신기해
그 구경을 하다가
그만
까마귀 가는 곳을 잃었다

이 때
한 로인이
연못에서 나와
편지 한통을 주었다
겉봉에는
이렇게 씌여있었다
“뜯어보면
두사람이 죽고
뜯지 않으면
한사람이 죽는다.”
한사람이란
왕 자신인 것을 알고
편지를 뜯으니
“射琴匣(거문고 갑을 쏘라!)”
세글자가 뛰여나왔다

왕이 궁으로 돌아와
거문고 갑을 발견하고
쏘았더니
그 속에
내전의 분수승(焚修僧)이
궁주와 간통하고 있었다
두사람은 사형을 받았다

그때부터
정월 16일을 오제일(乌祭日)
까마귀 제사날로 정하여
찰밥으로
까마귀를 대접하는
풍속이 민간에 행하였다

 

[해설]
이 신화에는 여러개 토템이 등장한다.
까마귀는 연오랑과 세오녀 신화에서 이미 밝혀진 조상토템, 돼지는 고주몽의 수호신토템, 수신(못에서 나온 로인)은 박혁거세와 알영을 재탄생시킨 어머니친족토템, 유독 쥐가 토템이란 것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에 까마귀가 쥐와 동행했다는 것은 그들 역시 한가족임이 증명되여 조상들의 토템이란 것을 말한다.
한개 토템이 단독으로는 힘든 일이기에 여러 토템들이 련합하여 드라마식으로 비처왕이 화를 면하게 한 토템수호신신화는 사람들의 경탄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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