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곽미란 기자 수정

내용은 좀 길지만 끝까지 읽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한국에 있는 모든 동포에게 보이스피싱의 사기성과 위험성의 위해(危害)를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한국 대학교를 졸업한 유학생 중 한 명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 모 회사에 취직하여 근무하다가 작년 4월에 중국에 돌아가서 발전하려고 직장을 그만두고 중국에 가는 비행기표를 샀지만 코로나 때문에 항공편이 계속 취소되었습니다. 그 당시 항공권 구매의 어려움은 모두 다 알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몇 개월을 더 체류하게 되었고 처음에는 집에서 놀고 있는 세월이 편하고 자유롭게 느껴졌지만 한달쯤 지나니 놀고 있는 날도 지루하고 당황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각종 어플, 사이트를 통해 아르바이트나 일용직을 찾기 시작했고 마침 이때 위챗(微信) 광고 단체방(广告群)에서 '설비관리원' 일을 찾았습니다. 위챗 친구를 추가한 후 전화로 알아 보니 "인터넷 회사, 게임대련(游戏代练), 인터넷 생중계, 해외 전자상거래 등 업무를 하는 회사로 한국에 있는 파트너를 구하는 일이다"라고 했습니다. 월급은 250만 원이며 임금체불은 절대 안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 사진은 본문의 인물 사건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편집자
이 사진은 본문의 인물 사건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편집자

제가 할 구체적인 근무내용은 생방송의 안정성을 위해 VPN과 같은 기기를 설치하고 한국 쪽 인터넷 신호를 중국 국내 회사로 보낼 수 있게 정상적으로 작동만 유지관리하면 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냥 시키는 대로 기계를 설치하고 설치 과정도 내가 공부할 필요 없이 본사에서 원격으로 처리해버리니 솔직히 말하면 정말 편한 일이었고 집만 하나 구하고 5kg 전후의 기계를 택배로 받아서 새로 구한 집으로 옮기고 컴퓨터로 원격 조종하여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데이터를 설치 완료한 후 기기가 고장나면 데이터를 재부팅만 하면 끝이었습니다. 이렇게 두달 동안 일을 하고 500만 원의 급여를 받았습니다.

사회초년생인 제가 어떻게 이 일이 범죄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그냥 나가서 힘들게 일당을 뛰어도 250만 원보다 적게 받는데 지금 찾은 일이 얼마나 수월한지만 생각했을 뿐입니다. 한 두 달 일하다가 비행기편이 많아져서 티켓 구할 수 있을 때쯤이면 그 때 그만두고 귀국할 수 있겠다고만 생각했죠. 

제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무지(无知)하고 우매(愚昧)했습니다. 하늘에서는 정말로 떡이 떨어지는 일은 없고, 쉽게 높은 보수를 받는 일은 별 재능이 없는 우리 일반인에게 차례지는 일이 아닙니다.

두 달 뒤 어느날 집에서 TV를 보는데 갑자기 경찰 세 명이 문을 두드렸습니다. 처음에는 옆집에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깜짝 놀랐었죠. 그런데 경찰이 두말없이 바로 저의 집에 들어와서 휴대전화를 찾더니 몰수하고 곧바로 저를 경찰서로 데려갔습니다. 가는 길에 그들의 설명을 듣고서야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저는 이해가 잘 안 돼서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그냥 간단한 문제인 줄 알았습니다.

경찰서에 도착한 후 경찰은 저와 의사소통이 잘 안되니 근처에 있는 조선족 통역사를 불러왔습니다. 오후부터 새벽 2시까지 저를 심문(审问)하고 핸드폰에 있는 모든 채팅기록을 (지우지 않았어요)인쇄하니 천여 장이 되였습니다. (내용은 매일 어플에서 기계 상황을 보고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서야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제가 설치한 인터넷 기기를 통해 인터넷 070 전화번호를 일반 010 전화번호로 바꿔서 피해자의 믿음을 얻어 보이스피싱이 시작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제가 설치한 기계가 없다면 '피해자-송금-카드판매자-피해자 돈 인출-자금이전' 등의 후폭풍이 없다는 것입니다.

취조실에서 구치소까지 가는 동안 멘붕이 와서 말도 할 수 없고 걸음도 잘 걷지를 못했습니다. 그냥 "경찰 아저씨, 저 좀 도와 주세요"라고 애걸했습니다. 경찰 아저씨도 제가 고의적으로 보이스 피싱에 참여한 사실이 아닌 것을 알고 정말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경찰아저씨는 다음에는 더 많은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나중에 경찰, 변호사, 검찰, 판사를 만나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밝히라고 했습니다. 운이 좋으면 징역 1년만 재판 받을 수도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후 일주일 내내 구치소에 있었습니다. 매일 세상이 암담하단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보내온 음식들도 먹기 싫었고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렸습니다. 구치소 내에는 매일마다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고 별의별 사람이 다 있었습니다. 폭행범, 가정폭력범, 사기범, 명예훼손범, 도둑, 강간범 등등...... 그때서야 저도 제가 죄없는 사람이 아니라 이런 사람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씻어도 깨끗해지지 않고 사회의 쓰레기로 되어 버린 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살하는 방법도 생각해봤고 심지어 유서내용도 머릿속에서 여러 번 돌렸습니다. 유일하게 걱정이 되는 것은 엄마와 저의 여자친구였습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죽으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여자친구와 유치장에서 만났을 때 저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서 세상이 무너질 듯 울어서 눈이 퉁퉁 불었습니다.

그후 일주일 동안 심문(审讯)을 거듭하고 처음으로 법정에서 국선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그후 인천구치소로 이송되어 처음으로 감옥 생활을 해봤습니다. 중국인, 우즈베키스탄인, 프랑스인, 베트남인, 태국인, 파키스탄인, 14명이 10평방도 안되는 방에 몰려 있었습니다. 화장실에 가려고 해도 줄을 서야 했고 자는 곳도 서로 붙어서야 잘 수 있는 자그마한 공간이었습니다. 목욕을 하려고 해도 더운 물이 없어  찬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매일마다 교도관에게 검사 받아야 했고, 무엇을 하든 보고를 해야 했습니다.

20일 넘게 기다리다 1심 날짜가 확정되면서 저는 판사님에게 매일 꼬박꼬박 세 장의 반성문을 작성했습니다. 저의 유학생 신분, 근무 경력을 상세히 설명했고 어떻게 아르바이트를 구했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범죄자에게 속아서 범죄를 한 사실을 낱낱이 기록했습니다. 구치소에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는데 그중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이스피싱으로 들어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카드를 받고 돈을 인출한 사람, 현금을 전달 받은 사람, 카드 보내는 사람 등등 각종 단계에 참여한 사람들이 다 있었습니다. 보이스피싱은 한국에서 엄격한 처벌대상이기 때문에 참여하기만 하여도 감옥에 수감되는 재난을 피할 수 없습니다. 거의 1~3년의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중 가장 비참한 한 사람은 96년생 중국 유학생인데 며칠 후면 대학졸업장을 받고 졸업예정인 학생이였는데 졸업날짜를 기다리는 중 택배를 보내는 일당 알바를 하다가 택배 안에 훔친 카드가 들어 있는 줄 모르고 첫날에 현행범으로 잡혀서 2,000만원 비용으로 변호사를 선임했으나 1심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항소를 하였으나 2심에서 1심을 유지해 징역 1년형을 복역하게 되었습니다. 십만원의 일당 보수를 벌기 위해서 카드를 옮겼을 뿐인데 대가는 4년이나 다닌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2,000여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게 됐으며 일년의 감옥살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또 20여 일을 기다렸다가 1심에서 재판일이 확정되어 상소하여 국선변호사가 저를 위해 무죄 변호를 하며 저에게 범죄 동기가 없음을 강조하였으나 그래도 검찰에 의해 3년 형량이 선고됐습니다.

형량을 선고 받은 후에도 저는 계속 판사님에게 3~4쪽의 반성문을 꼬박 두 달을 썼습니다. 판사가 볼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저도 그동안 마음을 가다듬고 더 이상 무지몽매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여자친구와 직장의 아는 누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저를 포기하지 않고 편지로 저를 위로하고 격려해주었습니다. 매번 면회시간은 10분밖에 안되지만 그래도 여자친구는 매주 하루씩 휴가를 내서 저를 보러 왔습니다. 저도 격려를 받고 정신을 차리기로 했습니다. 심판 결과가 3년이든 5년이든 복역하고 나가서 유용한 사람이 되려고, 또 걱정해주는 엄마, 여자친구도 있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안에 있는 책들은 모두 무료로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어, 영어, 일어 등 언어공부를 하는 책, 자동차, 심리학, 투자 운영 관련 책, 신문, 뉴스 등등 읽을 수 있는 모든 책들을 다 읽었습니다. 

12월 16일은 1심 선고하는 날이었습니다. 수갑을 차고 두 명의 경비원 동반 하에 법정에 섰는데 판사는 저의 모든 범죄행위를 열거하면서 심각성을 강조했지만 다시 진술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확실히 모르는 상황에서 참여한 점을 감안하여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없기에 징역 15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감옥에 수감되지는 않지만 강제 추방을 당할 형량이었습니다.

당일 인천 출입국관리소로 이송되었고 7일간 검찰측 상고를 기다렸습니다. 다행히 항소는 하지 않았습니다.(직원이 하는 말로는 95%이상이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말 중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구치소에서 꼬박 3개월을 보낸 후에 마침내 다시 자유를 얻었습니다. 제게 내려진 처벌은  한국에서의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과 영원한 한국 입국금지였습니다.

글은 여기까지고 쓰기로 합니다. 더 생동감 있게 내용을 쓰고 싶지만 문채(文采)가 부족해서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4가지 뿐입니다.

1. 빠르게 돈을 벌 생각을 하지 말고 열심히 꾸준히 돈을 벌어야 안전합니다.

2. 사회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범죄자들의 수법은 천차만별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회사가 큰 회사고 미래 발전전망이 좋다면서 사기 치는 사기꾼들입니다. 다른 사람이 어떤 피해를 보든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기이익만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3. 눈앞의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가족 간의 정, 사랑의 정, 우정이 진정한 재산입니다.

4. 불평하지 마세요. 어떤 실패든, 좌절이든 감옥생활과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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