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석 시인(아호 維一, 필명 그루)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대전중부지회장

(충남 공주 반포면 봉곡리 야생화농장 나들이)

  퍼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와 대전중구문인협회 회원님들을 한동안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어서 빨리 코로나현상이 완화되길 빌고 있던 터에 주말에 충남 공주 반포면 봉곡리 야생화농장을 다녀왔다.

  평소 존경하는 청곡(靑谷)심은석 시인님과 문학박사 나은 김우영 작가님의초대로 대전에서 태어나 ‘시와 정신’으로 등단한 육근철 시인님과 공주의 친절왕 휴머니즘 이동구 작가님이 같이한 ‘와이닝 앤드 다이닝(Wining and Dining)’오찬이었다. 식사를 같이 하면서 와인 한 잔 곁들이며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시적(詩的)영상을 떠올리는 유용한 자리였다.

  품격있고 맛깔스런 오찬을 마련하신 청곡 심은석 시인님은 대전의 문학단체에서 같이 활동하고 있다. 그간 대전경찰청에서 근무하시다 최근 고향인 공주경찰서장으로 전보 발령받으셨다. 심 서장님은 직장의 경직된 모습이 아닌 언제나 온화한 성품과 인자한 풍모의 천상천하 시인의 모습이어서 늘 존경이 가는 분이다.

충남 공주경찰서 심은석 서장님은 시집 『햇살같은 경찰의 꿈』이 있다

  한편, 충남 공주 반포면 봉곡리에서 야생화농장을 운영하는 육근철 시인님은 올곧은 한밭벌 대전 출생이다. 일찍이 문학에 뜻을 두고 시를 쓰기 시작하여 ‘시와정신’으로 문단에 등단하였다.

(충남 공주 반호 봉곡리 육근철 시인)

  삶과 사물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자연서정의 독특한 시세계를 열어가시는 육 시인은 시집 『물리의 향기』『사랑의 물리학』『길을 묻다』『야생화 농장』『설레는 은빛』『처마 끝 풍경소리』등 다양한 저서를 출간한 원로시인이었다.

  그간 국립 공주대학교 사범대학에서 응용광학을 전공하고 교수로 퇴직하셨다. 현재는 공주대학교 명예교수와 공주풀꽃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시었으며 2019 공주문학상을 수상한 중부권 문단의 역량있는 거장이셨다.

  일행은 근사한 ‘와이닝 앤드 다이닝’을 마치고 육 시인님이 운영하시는 야생화농장 나들이를 하였다. 푸르고 화사한 춘사월호시절(春四月好時節)내음이 녹녹한 야생화농장은 입구에서부터 사계절을 묵묵히 지켜온 낡은 목판이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싱그러운 봄 향기를 담은 야생화농장은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전환에 도움이 되었고 계절에 따라 대자연의 향기를 담아 자라는 식물 이파리와 꽃봉우리 열매와 정원의 배치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울림의 미학(美學)으로 다가왔다.

  한가하게 야생화 농장을 걷다보니 최고의 명당자리 포토존이 있어 배경을 담아 인증샷을 남겼다. 그리고 모처럼 한가하게 아름다운 자연의 멋과 풍광을 볼 수 있는 시나브로 힐링이었다. 

  주말 오후 바람이 부는 날. 봄빛과 푸르런 향내가 온몸으로 다가와 울렁이며 아롱진다.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이 눈 앞에 펼쳐지는 유의미하고 유장한 일이기도 한 야생화농장 나들이는 바쁜 일상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누구에게나 맺힘의 소중함, 피어남의 찬란함, 지는 꽃의 처연함이 있을 텐데 우리는 자주 잊고 산다. 그러니 봄꽃이 피었다 지는 것은 우리의 인생이 꽃과 다르지 않음을 알려주려는 자연의 깊은 뜻인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혼자만의 것이라고 여길 수 없을 듯 하다. 일행은 잠시 걷는 것을 멈추고 아담하게 꾸며놓은 정자에 둘러앉아 차와 함께 시와 인생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오늘 육 시인님의 시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시가 참 놀라운 점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신만의 외로운 생각인가 싶다가도 시를 읽다 보면 비슷하게 맞는 표현을 찾게 된다. 오는 세월 가는 세월이 확연해 꽃이 피고 지는 것이 같은 이치가 아닌듯 싶다. 시인의 말 속에 꽃 본 듯 되돌아보는 인생의 흐름이 들어 있지 않는가!

  필자가 앉아있는 뒤로 보이는 넉 줄 하고도 15자 종장시와 바위 표지석에 새겨 놓은 시가 고요히 시심을 울렁인다.

  인의예지신의 고즈넉한 사방의 각종 야생화들과 하늘과 땅 그리고 중앙에 자리잡은 고풍스런 정자휴식처 바닷속에 있어야 할 물고기가 하늘에 떠 있다. 십자가를 짊어지고 바람과 함께 인고의 세월 뒤로 하고 귀를 간지럽히는 풍경소리 그동안 정신없이 달려온 나의 삶에 많이 위안이 되었다.

  시종의 종장 형식을 딴 가장 짧은 시로 새로운 창작의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는 다섯 번째 시집『설레는 은빛』은 넉 줄 15자 종장시로 동양적 여백의 미학이라 할까! 간결미의 극치를 보여 주었다.

  언어는 짧고 침묵은 하염없이 긴 넉 줄 시의 세계 언택트시대의 힐링이 아닐까? 육 시인님이 언급하셨다.

  “시인은 속기사, 꽃 나무 산의 말 받아 적는 속기사 새들의 말을 해석하는 수화자의 손 태양 달 별들의 말 스펙트럼을 받아적는 과학자 순간의 발견을 기록하는 보조기억장치 이쪽과 저쪽 연결해 주는 통역사 서가 대와 서가 대 사이 통로 바코드처럼 꽂혀있는 책 사이를 지나는 바람이다.”

  신내림 방언
  묵힌 사연 읽어주는
  굿당의 무당이다

  천재의 뇌는 음(音)과 색(色)을 같이 느낀다고 하는데 인공지능(AI)시대를 맞아 과연 컴퓨터가 인간의 시적 감각까지 능가할 수 있을까? 필자는 새의 모든 깃털을 각각 모방하더라도 새의 비행을 모방할 순 없듯이 자연이 가져다준 야생화의 농장은 모방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루하루가 같은 것 같지만 한 분, 한 분 소개로 새롭게 만나는 만남의 행복 속에 새로운 장을 열어주시는 김우영 박사님과 앞으로도 음유시인으로 정년 이후의 삶도 계속 함께하길 바라면서 이만 수줍은 필설을 살포시 내려 놓는다.

  춘사월호시절 좋은 만남을 통한 ‘와이닝 앤드 다이닝(Wining and Dining)'와 야생화농장 나들이는 필자를 한 결 더 큰 바다로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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