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엄장자 평론가

​사진 출처 (https://cafe.daum.net/sam7902/nug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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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도

김영건

 

바다를 파내고 길을 낸 사람

그는 사랑을 아는 사람

노란 육도로 너는 맨발로 오라

갯벌에 가오리 보거든

먹이를 뿌려주라

지친 사랑이 날개가 젖어 운다

달팽이가 바다를 나오고 있다

잠간 왔다 가는 삶에

사랑은 육도

두 개의 바다가

양쪽에서 마주보고 있다

바다를 다 마시고

오는 사람

그는 사랑을 완성한 사람이다

 

 

「육도」는 오륙도를 쓴 시인데 오륙도 하면 조용필이 부른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떠오른다.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 우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목메어 불러 봐도 대답 없는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1절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1970년대 재일동포들의 모국 방문이 이어진 시대 상황을 반영한 곡으로서 부산항을 통해 떠나간 형제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노래한 대중가요라면 시인 김영건의 「육도」는 완전한 사랑을 노래한 시이다.

오륙도라는 “섬 이름은 1740년에 편찬된 《동래부지(東萊府誌)》 산천조(山川條)에 따르면, 동쪽에서 보면 여섯 봉우리가 되고 서쪽에서 보면 다섯 봉우리가 된다는 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부산 오륙도 [釜山 五六島] 두산백과)

기이한 것은 방패섬과 솔섬의 아랫부분이 거의 붙어 있어 썰물일 때는 1개의 섬으로 보이고, 밀물일 때는 2개의 섬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시인은 육도의 이 특성을 시적으로 형상화를 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전면에 내세웠다.

시인은 첫 구절에 “바다를 파내고 길을 낸 사람/ 그는 사랑을 아는 사람”이라고 단언하였다. 사랑의 첫번째 조건은 진실한 마음이다. 그래서 시인은 “너는 맨발로 오라”고 말하고 있다.

“갯벌에 가오리 보거든/ 먹이를 뿌려주라/ 지친 사랑이 날개가 젖어 운다/ 달팽이가 바다를 나오고 있다”에서는 사랑에 지쳐서 우는 가오리나 달팽이에게도 사랑을 주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 동지애, 박애, 아가페 등등 많은 사랑을 의미한다.

시인은 밀물일 때 섬이 2개로 보이는 현상을 빌어서 “사랑은 육도/ 두개의 바다가/ 양쪽에서 마주보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썰물에 두 섬이 이어진 부분이 드러나 섬이 하나로 보이는 현상으로부터 “바다를 다 마시고/ 오는 사람”으로 즉 ‘그’가 바다-인생의 고배를 다 마시고 시련을 이겨냈기 때문에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될 수 있었으며 그래서 “그는 사랑을 완성한 사람이다” 하고 다시 긍정하였다.

시인은 서두에서 시적 주인공을 “사랑을 아는 사람”이라 단언했고 결말에서 다시 한번 “사랑을 완성한 사람”이라고 긍정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서두와 결말이 조화를 이루었고 주제를 강조할 수 있었다.

자연현상에 인간의 사랑을 은유로 보여준 것이 이 시의 특점이라 할 수 있겠다. 바다를 마셔버리는 사랑을 하는 사람, 참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김영건(필명 刀玉)연변대학 졸업, 한국 중앙대학교 영상대학원 수료, 연변TV 문예부 주임, 감독 등 역임.진달래문예상, 단군문학상 등 수십 차 수상. 시집 『사랑은 전개가 없다』, 『빈자리로 남은 이유』, 『아침산이 나에게로 와서 안부를 묻다』, 『물결이 구겨지고 펴지는 이유』, 『류신동 산새는 겨울산에서 운다』 등을 출간, 현재 연변작가협회 부주석, 시가창작위원회 주임, 중국작가협회 회원, 중국방송인협회 회원, 연변대학 예술학원 예술창작심사위원회 위원, 연변장백문화발전추진회 회장, 일본조선족작가협회 고문.
김영건(필명 刀玉)연변대학 졸업, 한국 중앙대학교 영상대학원 수료, 연변TV 문예부 주임, 감독 등 역임.진달래문예상, 단군문학상 등 수십 차 수상. 시집 『사랑은 전개가 없다』, 『빈자리로 남은 이유』, 『아침산이 나에게로 와서 안부를 묻다』, 『물결이 구겨지고 펴지는 이유』, 『류신동 산새는 겨울산에서 운다』 등을 출간, 현재 연변작가협회 부주석, 시가창작위원회 주임, 중국작가협회 회원, 중국방송인협회 회원, 연변대학 예술학원 예술창작심사위원회 위원, 연변장백문화발전추진회 회장, 일본조선족작가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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