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알간 탱고화 신고
(연변문학 발표 2018.03호)


드디어 화려한 단풍의 계절이 다가온다
하아얀 운동화 벗어 추억 속에 간직하고
빠알간 탱고화로 바꾸어 신는 여인

언제부터였을까
흰 서리꽃 머리 위에 내리던 
그날이었던가
아님 
찐분홍 저녁 노을 발끝에 떨어지던 
그날이었던가
하아얀 운동화에 세월의 물이 들기 시작하였고
봄과 여름을 뒤로 하고 
이제 곧 단풍의 계절을 맞는 여인은
빠알간 탱고화로 바꾸어 신는다
장미꽃 한 송이 입에 물고
정열의 탱고를 흔들면서
가을의 무대를 화려하게 빛낼 준비를 한다

 

저 세상   
(흑룡강신문 발표2016.12.09) 


얇은 코숨 하나를 사이 두고
하나는 이 세상
하나는 저 세상이라고 한다지요

이슬도 아닌 하아얀 서리가 
그대의 무덤에 촉촉히 내려 앉은 이 계절에

넘나들 수 없는 저 세상끝에 
홀로 두고 온 당신이 보고파서
오늘도 긴 밤을 
만질 수 없는 그리움에 비틀거리다
차가운 새벽을 맞습니다

누구나 티켓 한 장쯤 다 쥐고 있으나
언제쯤 떠나는 건지
또한 누구도 모르는 일 

이 세상 맑은 공기 마시며
한껏 즐기다 가는 그 날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을테니
부디 올 때처럼
튼튼하고 가볍게 가게 할 수는 없을까!

기차로도 비행기로도 갈 수 없다는 저 세상
한 숨 타고 이 세상을 마감해야만 
갈 수 있다는 저 세상이라

저 세상은 뭐가 그렇게 대단하여서
한 번 발 디디면
영영 돌아 올 줄을 모른단 말입니까! 

권연이 약력:

길림성 교하시 출생. 
2002년 연변대학 조문학부 본과 졸업. 2009년 연변대학 亚非语言文学석사학위 취득. 2010년 한국 국민대학교 국어국문과 석사학위 취득. 
2016년 05월 27일 처녀작 수필<여자였던 나를 찾아서>로 등단.
2001년 연변녀성. 백일장 동상 수상. 2018년 중국 조선족 교사 수필 최우수상.
학교 교사. 연변작가협회회원. 청도조선족작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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