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까만 정적이 웅크린 우산 속 
흘러 내리는 그리움을 마주한다 
비에 씻긴 초록빛 나뭇잎은 
젖은 마음 달래주고 
살갗에 닿는 산발적 외로움 
흙속 저 깊은곳에 스며들 때
비로소 외롭지 아님함을 깨닫는다 

흑내음 진한 향기로 
우산을 접어 버린 그 곳 
나만의 안식처가 있다는것에 안도하자 
질척이는 땅이 찰방이며 햇님을 기다리면 
비로소 멈춰버린 빗소리 
모든 것이 그래도 아름다움을 
기꺼이 자랑하고 있다


축하화환


아무말 못한 채 
널부러진 나의 몸뚱아리

축복과 마음 대박의 기원으로
두 줄 리본을 타고 예쁘게 세상과 마주할 때엔
누군가의 희망찬 꿈의 뜨락 속 정원이였죠

어쩌다 그렇게 
재활용 소주병보다 못한 신세  
먼지와 함께 말라가는 흥망의 기억
창가의 작은 화분으로 추억을 이야기하고 싶다 

 

조홍련 약력:

싱가포르 Bristol 비즈니스스쿨 리테일과 졸업.
2018년 흑룡강신문 처녀작 수필 "한 여름날의 누드"를 발표하면서 등단.
청도조선족작가협회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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