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 알바생
      
                                     초몽

이문호 약력: 70년대 연변문학으로 시단 데뷔. 2007년 8월 26일 11회 연변 지용제 정지용 문학상 수상, KBS성립 45주년과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망향시 우수상 두 차례 수상. 연변작가협회 회원, 료녕성 작가협회 회원, 심양조선족문학회 부회장 역임. 심양 시조문학회 부회장.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시집 '달밤의 기타소리' '징검다리' '자야의 골목길' '팔공산 단풍잎(한국 학술정보(주)에서 출판)' '다구지길의 란' '료녕성조선족 시선집(리문호 편찬)'가 있음.
이문호 약력: 70년대 연변문학으로 시단 데뷔. 2007년 8월 26일 11회 연변 지용제 정지용 문학상 수상, KBS성립 45주년과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망향시 우수상 두 차례 수상. 연변작가협회 회원, 료녕성 작가협회 회원, 심양조선족문학회 부회장 역임. 심양 시조문학회 부회장.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시집 '달밤의 기타소리' '징검다리' '자야의 골목길' '팔공산 단풍잎(한국 학술정보(주)에서 출판)' '다구지길의 란' '료녕성조선족 시선집(리문호 편찬)'가 있음.

 

교통카드 충전하러 25시에 들렸다

예쁘장한 소녀야, 가녀린 몸매에
꽃 한 송이가 무거움 모르고 피였구나
마스크가 네 얼굴을 가려도
눈매에 흘러 나는 눈빛은
네 고운 마음을 가리우지 못하누나
조금은 수줍어 떨리기도 하누나
살짝 짓는 눈 웃음 
그게 살아가는 힘이 아니겠느냐

힘든 세월이라도
근심이 얼마나 잔혹한지를 모르는 듯
여린 어깨의 무게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모르는 듯
그토록 예쁜 꽃 한 송이를 떠 올렸구나
베개를 적시던 눈물도 촉촉히
눈 굽에 빛나누나

너는 대학가에서 혹시 빵 한 조각
혹은 컵라면 하나로 때우며 공부하겠지
학비도 벌기 힘든 가난에 허덕이는
고생하는 부모님의 피눈물이 애처로워
콜콜 아픈 할머니가 불상해
네가 나약한 몸으로 이렇게 나섰구나

착한 소녀야, 아름다운 꽃봉오리야
이 세월에 가뭄이 들어도
앞길이 험악하고 시련이 많더라도
순진함으로 앞날을 향해 헤쳐 가리니
낙심하지마, 절망하지마
너는 이 강산을 싱싱한 꽃을 피워야 하지 않겠니

내 교통 카드를 충전해다오
잔액이 얼마 남지 않은 인생도 충전해다오
나도 수줍은 인생이 되였다 만은
너의 순진함이 이 나라 견강한 힘이 아니겠니
너의 기특한 정신이 이 나라 희망이 아니겠니
너의 마음도 내 마음에 충전해다오
파이팅, 소녀야. 활짝 웃어다오

 

2021.4.20 서울에서 

 


꽃사슴

 

먼 기억이 뻗어가 멈춘 그림 속에
너는
고향 산 기슭의 냇가에 고요히 서있다

푸른 하늘을 닮은 조용한 눈
해볕이 융단을 깔아 놓은 산천이 들어
일렁이는 냇물이 섬광을 반짝이는 눈

나는 몰랐다. 마지막 운명을 맞는
너의 그 무거운 슬픔이 그토록 도고 한지를
혼자 남은 외움이 서러워
그처럼 고아하게 머리를 쳐들고 있는지를

나는 너의 눈에서 나의 동년 시절을 찾는다
철없이 즐거운 동년이 그 눈에 있다
활동 사진처럼 번지는 고향의 기억이
그 눈에 알른거리고 있다 
서럽도록 조용히

그리고 그 조용한 눈에 고스란히 숨겨 두었다
내가 걸어온 피나는 발자국들을
그리고 잊음으로 묻어 두었다
내가 격은 파란만장한 고생들을

그래서 나도 꽃 사슴의 눈처럼 조용하다
꽃 사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혼란스럽고 위험으로 가득한 세상을 아름답게
아무 떨림 없이 온화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미 죽었을 그 꽃 사슴의 조용한 눈빛 속에
내가 살아 있다, 슬픔인지 모르는 그 눈빛 속으로
황홀한 저녘노을이 들어온다
꽃 사슴의 눈은 조용하다 
나의 눈도 조용하다 
말 못할 그리움이 묵묵히
아무 설레임 없이 그저 
최후의 무엇을 찾으며 묵묵히...

2021.4.20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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