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옥화 주방장의 인생스토리

글 남혜란 특약기자

류옥화 주방장
류옥화 주방장

류옥화 씨를 말하자면 대림동에서만 20여년간 한 우물을 파면서 주방일에 몸 담아온 베테랑급 주방장이다. 그녀는 남자들의 세상인 요식업계에서 꿋꿋이 버텨내어 용케도 살아 남았다.

중국 흑룡강성 상지시 야부리 출신인 류옥화 주방장은 어린 나이에  사회에 진출하여 산전수전 다 겪었다. 그 당시, 15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새 아버지를 맞이하게 됐는데 서로 맞지 않아서 아예 가출해 버렸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것이 식당일이었다. 식당일은 류옥화씨에게 절대 생각처럼 녹녹치만은 않았다. 처음에는 설겆이, 청소부터 시작해서 온갖 허드렛일을 다 도맡아했다.

지금이야 지구 온난화로 인해 많이 따뜻해졌다고 하지만 그때 중국 동북의 겨울은 그야말로 칼로 베는듯 유난히도 추웠다. 찬물로 설거지를 하다보면 손은 동상에 걸려서 퉁퉁 부어올라 당근처럼 새빨갛게 되었다. 연약한 여자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힘든 일이였지만 성실함과 부지럼함으로 식당주인의 무한 신뢰를 얻게 되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요리도 배우기 시작했다. 

칼 다루는것을 익히면서 채 써는것부터 배웠는데, 칼에 베이고 불에 데이는 일들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되었다. 그때 고생한 일을  생각하면 4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울컥해진다고 한다.

그렇게 주방 보조로 출발해서 고향 야부리에서 1년간, 또 석유도시 대경에서 1년, 그후 수도 베이징에까지 진출하였으나 89년 “천안문 사태" 때문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다. 마침 그때 한국 출국바람이 불어서 한국행을 택했다. 하지만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면 선택한 직업이었다.

한국에서의 출발점은 개포동에 자리잡은 자그만한 식당이였다. 그때까지만해도 개포동 일대는 판자촌동네로 미개발 지역이어서 지금과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옥탑방 한 칸 없던 어려운 시기에도 이를 악물고 악착스럽게 견뎌내면서 당당히 주방장으로 거듭났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서 한 때 대전에서 자신 소유의 쇼촨점을 운영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초심으로 돌아가서 대림에서 남의 가게 주방장 일을 맡고 있다.

직업에 대한 긍지심과 달리 순탄하지만 않았던 결혼생활때문에 아들, 딸 두 자녀를 혼자 키우는 싱글맘이 되었다. 지금은 아들은 서른이 지나 결혼을 앞두고 있고, 늦둥이 딸은 어엿한 고등학생으로 성장했다.

경력이 경력인만큼 주방장으로서의 자부심도 대단하지만 간단하게 몇가지만 적어보겠다. 동북요리의 기본이 되는 탕수육 (锅包肉), 지삼선 (地三鲜)은 물론이고 떠올리기만 해도 입맛이 확 당기는 상큼한 각종 냉채로부터 중국동포들의 입맛에 딱 맞는 가지 된장 볶음, 그리고 밥도둑 매운 두부 전골, 하다 못해 가정집에서 쉽게 만들수 있는 감자  볶음마저 류옥화 주방장의 손을 거치면 마법인양 맛이 달라진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 펜데믹때문에 개업식조차 하지 못한 꼬미곶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위치도 좋고 맛도 일품인데 비해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 너무 안타깝다.

이토록 최선을 다하면서 살고 있는 류옥화 주방장에게 꿈이 뭔가고 물어봤더니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한가지는 자신이 웍(大炒菜锅)을 들 수 있을 때까지 요리를 하고 싶고, 다른 한 가지는 아직 미성년자인 딸의 꿈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라고 하니 물심 양면으로 지지해주는 것이라고 화통한 성격답게 시원하게 답했다.

오늘도 류옥화 주방장은 항상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어려운 시기에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주위를 밝게 하면서 세월의 풍파에 맞서 싸우고 있다. 이러한 그녀에게 존경스런 마음이 들면서 한편으로 묵묵히 축복의 메세지를 보낸다.
             

                                                                                  2021년 2월 21일

작가소개: 

기자, 편집, 번역가
창작쟝르: 수필, 소설, 칼럼
현재 동북아신문사 기자겸 편집, 번역가 
이메일: p01084901287@gmail.com 

주요경력:
1992년7월 흑룡강성수화시 조선족 고등학교졸업
1992년9월~1995년7월 흑룡강대학 일본어학과
1995년8월~1996년6월 북경황가가여행그룹일본어, 한국어통역
1996년~2006년10월 쓰촨성도시 해외여행사 일본가이드
그외 서남민족대학, 노다 일본어학원에서 한국어강사, 일본어강사를 겸직했음.
2007년2월~2019년10월 산동성 청도 리공대학교 일본어강사

창작경력:
중학교때부터 <흑룡강신문사><꽃동산><송화강><연변녀성><청년생활>등 신문사, 잡지에 꾸준히 글을 발표.
2010년에 중국 청도조선족작가협회 가입.
그 후 20여편의 수필, 수기 등 잡지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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