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인류가 당면한 문제 해결에 선도적 역할 할 터”

거주국에서 훌륭한 세계시민으로 살면서 한국과 유대 갖도록 하는 동포정책 필요

한경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한경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서울=동북아신문]한경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난 421일 명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 사무총장은 문화인류학을 전공해 국제이해 교육, 다문화 교육, 세계시민교육 등에 정통한 학자로서 재외한인학회 2대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말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으로 선임돼 정년퇴임을 1년 앞두고 퇴직, 지난 1226일 사무총장에 취임했다.

유네스코는 교육, 과학, 문화, 정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국제협력을 촉진하여 세계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유엔의 전문기구.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전세계 199개 유네스코 국가위원회 중 가장 활발하고 모범적인 조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터뷰 자리에는 재외한인학회 전임 회장인 이진영 인하대 정외과 교수, 현 회장인 송석원 경희대 정외과 교수가 배석했다. 한중다문화영상예술협회 오흔 회장이 사진 및 영상 촬영을 담당했다. 다음은 한경구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유네스코 활동은 언제부터 했나?

유네스코 관련 활동은 2000년대 초 재외한인학회 활동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다. 처음에는 유네스코에서 발간하는 코리아저널이라는 학술지에 논문을 쓴 것을 시작으로 해서 편집자문위원도 했다. 당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 주한 외국인들을 위해서 한국문화를 설명해주는 비교문화 이해(Cross-cultural Awareness)라는 프로그램을 했다. 이게 한국의 민속 풍습 이런 것들을 외국인들에게 영어로 설명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그렇게 쉽지가 않았다. 한국민속을 잘 아는 분들은 영어설명 하기가 어렵고, 영어 잘하는 분들은 한국의 풍속 민속 종교 이런 것들 설명이 어려워서 인류학자들 몇 사람이 불려가서 그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참여했다.

내가 재외한인 연구를 하고 있으니까 소수민 입장에서 세상을 많이 보고, 인권이라는 문제,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평화라든지, 문화 간 이해라든지 이런 것들이 계속 이슈가 되고 있다. 그게 유네스코가 강조하고 있는 가치들이다.

또 재외한인들도 김치, 아리랑 이런 것들을 전승하고 있다. 이건 소위 무형유산이다. 그러니까 유네스코가 갖고 있는 세계유산, 무형유산 기록유산 이런 여러 가지 사업들하고도 깊은 관련이 있다. 국제이해교육 세계시민교육 이러한 관련도 있다.

또 재외한인들은 우리 문화를 가지고 이주를 했다. 여기서 떠날 때에 그분들이 생각하시는 한국문화를 가지고 있다. 내가 1980년대에 미국에 유학을 갔을 때 보면 우리 어머니 아버님뻘 되는 분들은 미국에서 살고 계시면서도 대학 다니는 딸에게 저녁 아홉시까지 집에 들어와야 된다’, ‘한국 여성들은 이렇게 사는 거다라고 가르치고 계셨다. 서울에서는 아무도 그렇게 안 살고 있는데. 그분들에게는 그게 한국적인 거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문화 간 이해랄까 문화의 다양성, 문화의 변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게 또 유네스코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슈들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유네스코 활동에 참여를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임기가 4년으로 알고 있다.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여기도 공모직이 돼서 이 나이에 지원서를 내서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면접시험도 봤다. 영어 시험도 봤다. 면접시험 때 학회 활동을 한 게 도움이 돼서 이렇게 얘기했다. ‘훌륭하신 분들이 여러 분 지원을 하셨는데 제가 재외한인학회 활동도 하고 이민학회 활동도 하고, 국제교육학회 활동도 하고 원래 문화인류학이 전공이고 해서 사무총장이 되면 참 잘 할 거 같다.’ 자신 있게 그런 말씀을 드렸다. 그러면서 얘기를 한 게 우리가 유엔 회원국이 되기 전에도 유네스코 활동을 굉장히 열심히 했고, 한국위원회가 규모도 크고 활동도 활발하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우리는 옛날 가난했던 시절, 도움을 받던 시절의 그 어떤 습성이 아직 남아 있어서, 계속해서 인정을 받고 싶어 하고 칭찬을 받고 싶어 한다.’

유엔 체제 아래서 한국은 최고의 모범생이다. 원조를 해줘서 한국처럼 잘 된 나라가 없다.

한국 이민자들도 사실 외국에 나가면, 미국 가면 모델 마이너리티라는 표현도 많이 쓴다. 모델 마이너리티는 좋은 의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사람들은 이렇게 와서 고생해서 착실하게 성장을 하는 데 너희들 흑인들은 뭐하는 거냐비난을 할 때도 쓰이는 거다. 굉장히 난감한 입장이다. 어쨌든 우리가 너무 모범생 활동에 여태까지 주력해 왔지 않았나. 이제는 우리가 강대국은 아니지만 국제사회에서 상당히 큰 나라가 됐다. 당당한 중견 국가다. 그러면 우리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모범생이 아니라 모범 시민, 모범 시민국가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뭔가 기여를 해야 하지 않나.

우리가 생각하기에 이게 정말 세계와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다그러면 그런 문제를 제기하고, 이슈를 제기하고, 아젠다 세팅을 하고, 담론도 주도해야 되지 않는가.

우리가 나라를 잃었을 때나 후진국일 때는 재외한인들이 한국어 잊지 않고 한국역사를 잊어버리지 않고, 한국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는 게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 지금은 우리가 이제 그런 나라가 아니다. 이미 OECD의 당당한 국가고, 세계 10위권이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을 칭찬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약간 질투를 한다고 그럴까 그런 것도 있다.

이런 한국이 해야 되는 일은 국제사회의 모범적인 구성원으로서 문제를 제기하고 그거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그런 방향으로 노력을 해야 하고, 그런데 기여를 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석원 재외한인학회장(경희대 교수), 한경구 사무총장, 이진영 재외한인학회 전 회장(인하대 교수), 강성봉 동북아신문 편집인.
왼쪽부터 송석원 재외한인학회장(경희대 교수), 한경구 사무총장, 이진영 재외한인학회 전 회장(인하대 교수), 강성봉 동북아신문 편집인.

재외한인학회 회장을 맡았을 때 주요 현안이 뭐였고, 어떤 과제들이 있었나? 그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어떤 활동을 했는가?

재외한인연구회라는 이름으로 이광규 선생님이 회장을 맡아서 이끌어 오시다가 학회를 만드셨다. 그분이 학회장을 그만두시면서 재외한인연구회에 멤버로 참여를 했던 나에게 갑자기 회장을 맡으라고 해서 얼떨결에 맡게 됐다.

나는 박사학위 쓸 때까지 재외한인연구를 하지 않았다. 유학 마치고 귀국했을 때 이광규 선생님께서 연대국제학부에서 Korean American 강의를 영어로 해야 한다고 하셔서 강의를 시작했고, 또 재외한인연구회에 멤버로 참여했었다.

그때만 해도 지금에 비하면 초창기라고 할 수 있었고 연구자도 많지 않고, 연구에 대한 지원도 별로 없었다.

학회장을 맡고 보니까 가장 큰 문제가 재외동포 전체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랄까 자료의 정리, 연구자에 대한 정리, 이런 것들이 많이 부족한 것이었다. 또 재외한인 연구가 학계에서 제대로 위상을 못 갖추고 있는 것이었다. 고민을 많이 했다.

재외동포 백과사전 같은 것이 필요하겠다 싶어서 지금까지의 연구업적을 정리하고 현안도 정리하고 연구자도 정리하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 해서 그걸 굉장히 강조했다.

또 하나가 연구재단, 당시에는 한국학술진흥재단인데 여기 가면 재외한인연구는 어디에 들어가야 좋은지 굉장히 애매했다.

재일한인 연구를 하면 일본연구 하는 데에서는 이거는 일본 사회의 핵심을 연구하는 게 아니라 주변적인 연구를 하는 거니까 찬밥대접을 받고, 한국학에 가면 한국학에서는 재외한인은 한국을 떠난 분들이라 여기서도 찬밥이고. 그렇다고 이게 일반적인 의미에서 이민연구가 아직 확립이 안 돼 있을 때고 해서 굉장히 애매했다.

그런 쪽으로 어떻게 해보려고 당시 부회장 총무 회원들과 열심히 노력은 했는데 뚜렷이 성과는 거둔 게 없어서 부끄럽다. 그런데 지금은 학회가 이만큼 발전하고 역량이 갖춰지고 그런 걸 보면 한편으로 대단히 기쁘다.”

재외동포 문제의 전문가로서 한국의 재외동포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어떻게 개선이 되면 좋을까?

한국의 재외동포정책에서 현시점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재외한인들이 현지에서 잘 살기 위한 교육이랄까 지원이랄까 이런 게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만든 백과사전을 보면 재외동포교육의 목표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연계를 유지하는 것, 그 다음에 현지에 잘 적응해서 현지에서 잘 사는 것 두 개로 돼 있다. 현실적으로 재외한인교육이 한국어교육, 한국역사, 한국문화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거다. 우리의 역사적 현실과 깊은 관련이 있고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우리가 30년 전에 LA에서 4.29 폭동을 겪었다. 굉장히 많은 한인들이 피해를 입었다. 또 지금도 코로나 때문이고 여러 다른 이유도 있지만 미국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증오범죄도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한인들은 거기 대해서 잘 대응해 왔는가?

4.29 폭동이 일어난 다음에 한인커뮤니티에서도 많은 반성이 있었다. 우리도 굉장히 잘못한 거 아니냐. 너무 흑인들 차별하고 히스패닉을 가혹하게 착취하고. 우리가 주류사회에서 차별을 받고 착취당하는 것도 있지만 우리도 그런 거 많이 했다.

내가 3,4년 전에도 LA 가서 조사를 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그런 것들이다.

그때 한인타운에 리틀 방글라데시를 만들자라는 방글라데시분들의 움직임이 있었는데 거기 대한 대응에서 방글라데시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랄까 이런 좀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그런 행동들이 있었다.

또 한인타운에 노숙자 임시쉼터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거기에 대해서도 강렬하게 저항을 했다. 코리안 아메리칸들 중에도 노숙자들이 굉장히 많이 있다. 많은 분들은 그거 필요하다고 했는데 또 어떤 분들은 코리아타운은 우리가 피로 지킨 땅이다. 우리 거니까 내줄 수 없다는 얘기를 했다. 그걸 보고 ‘LA에서 살아가는데 한인들이 생각할 점이 많겠구나라고 느꼈다.

재외동포교육에서 한국어 한국역사 한국문화도 중요하지만 이거는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많이 되고 있다. 인터넷 보면 한국문화 한국역사 접속하기가 아주 쉽고 한국어도 그렇다.

이제는 더불어 사는 교육이 필요하다. 재미한인청소년들이 오랫동안 조국의 민주화라든지 통일 이런 문제들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졌지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들이 받고 있는 차별의 문제, 거기에 어떻게 슬기롭고 용감하게 대응할 것인지,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그런 문제들에 대응을 하고, 또 다른 민족들하고 어떻게 잘 어울려서 살 것인지 여기에 대한 노력은 많이 부족했다 본다.

문화인류학자로서 또 유네스코 일도 하면서 관심을 갖는 것이 바로 그런 부분들이다. 이런 것들이 한국의 재외동포 정책에도 많이 반영이 됐으면 좋겠다.

보편적인 가치의 인권이라든지 평화에 입각해서 재외한인들이 거주국에서도 훌륭한 세계시민으로 살면서 또 한국과 유대를 갖도록 하는 그러한 정책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지난해 11월에 영국의 월간지 모노클은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독일에 이어 전세계에서 2위 국가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국력이 상승하면 재외동포사회도 이민사회 안에서 지위가 향상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한국의 국격이 올라가는 것이 동포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까? 동포사회가 한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한국의 문화, 한국이 강조하고 있는 가치, 방식 이런 것들이 세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다.

우리나라가 독립하고 얼마 안됐을 때 평생 무장투쟁을 하셨던 백범 김구 선생님은 백범일지 마지막에 나의 소원이란 짧은 글에서 한없이 갖고 싶은 게 문화다. 문화의 힘이다그런 말씀 하셨고, ‘한국으로 말미암아서 세계평화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씀 하셨다.

한국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들, 만들어낸 것들, 그런 노력, 성취들이 세계에서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한국에도 굉장히 좋은 것이고, 더구나 재외한인들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은 것이다.

국제 정치학에서는 소프트 파워라는 용어도 사용하고 있는데 한국사람이라 그랬을 때 대접이 달라지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국이 잘난 것이 아니라 사실은 그것을 만든 사람들이 잘한 거다. 열심히 했고. 그것이 보편적으로 굉장히 넓은 호소력을 갖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난 거 같다. 그러니까 우리 문화에도 보편적인 호소력을 가진 것들이 있고, 보편적인 호소력이 좀 못한 것들도 있고, 또 어떤 것들은 만들기에 따라서 전에는 별로 보편적인 호소력이 없었는데 보편적인 호소력이 강해지는 것들도 있다. 20년 전만 해도 K-pop이라는 게 이렇게 될 거라고 상상한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겠나? 전에는 미국, 유럽에서 한국 가수들 노래를 따라 부를 거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것들이 원래 한국 거라서 그런 게 아니라 한국사람들이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전세계에서 좋은 것들을 열심히 관찰을 하고 그걸 흡수해서 만들어냈기 때문에 그게 세계에 호소력을 갖는 거다. 원래 한국문화가 우수하다기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저력과 능력 가능성들을 가지고 전세계를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그걸 발전시킨, 또 성취한 게 호소력을 갖는 것이다. 한국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해냈다는 거다.

수로 보면 재외 중국인 수가 제일 많지만 원래 본국에 거주하는 인구와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를 비교한다면 한국이 전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많은 재외한인들이 밖에 있다. 또 한국 내에는 굉장히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와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재외한인에 대한 연구를 치열하게 한다는 것, 또 국내에 있는 외국인에 대한 연구를 치열하게 하면 여기서 굉장히 재미있는 현상들을 우리가 관찰할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을 이론화하고, 논의들을 이끌고 그러면 학문적으로도 세계학계에 우리가 주도적으로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사회과학을 하는 학자들 입장에서는, 사회과학은 정말 수입해서 했던 학문인데, 재외한인연구, 또 이민연구 같은 경우 우리가 하는 연구가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연구가 되지 않을까 그런 기대까지 해 본다.”

재외한인학회의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가면 좋을까?

재외한인학회는 굉장히 인터디시플리너리한 학회라서 다양한 전공을 한 분들이 많이 있다. 이 방향이 기본적으로 좋다고 보고 계속해서 이런 방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학회가 어떻게든 노력을 해서 훌륭한 주니어 스칼라들, 젊은 교수분들 대학원생들에게 재외한인 연구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사실은 첨단 연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야 한다. 글로벌 하게 진전되고 있는 세계에서 재외한인연구는 가장 첨단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연구하는 그런 학문, 학술적인 움직임이다.

재외한인 바운더리를 조금 넓게 해석해서 다양한 민족 집단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어떤 차이점이 있고, 어떤 점이 유사한지 이런 것도 같이 들여다볼 수 있게 조금 폭을 넓히고 그런 노력을 학회가 해야 한다. 이제 학회 선배로서 도움을 드릴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대담하고 있는 한경구 사무총장(왼쪽 세 번째)
대담하고 있는 한경구 사무총장(왼쪽 세 번째)

국제이해교육이나 다문화교육은 내국인들에게 필요하고 재외동포들에게는 비슷한 맥락이긴 하지만 세계시민교육이 더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국내에는 이미 90만 정도의 중국동포들이 거주하고 있다. 내국인들에겐 국제이해교육, 다문화교육이 필요하고 재외동포들에게는 세계시민교육이 필요하다면 국내의 중국동포들에겐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그렇게 꼭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 국제이해교육은 유네스코가 출발할 때부터 강조했던 건데 반기문 사무총장이 큰 역할을 해서 반기문 사무총장 때부터 깃발이 세계시민교육으로 바뀌었다고 봐도 좋다. 다른 견해들이 있긴 하지만 나는 그렇게 본다.

기본적인 내용이 크게 달라졌다기보다 시민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행동, 책임 이런 게 강조되는 뉘앙스가 있다고 할까. 국제이해교육은 그것도 행동과 태도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그러지만 그래도 앞에 이해가 붙다 보니까 아 이해하고 끝난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세계시민교육은 시민으로서 권리와 의무가 있는 거고 정치적으로 행동도 해야 되고 책임도 해야 되는 거다. 그래서 세계시민교육이라는 말이 급속도로 확산이 됐던 것 같다.

다문화교육은 한국에서는 묘하게 돼가지고 소위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에게 실시하는 걸로 돼 있다. 여기 대해서는 내가 굉장히 여러 번 강조한 적이 있다. ‘정말 그런 교육이 필요한 건 동포들 외국인들이 아니라 한국인 전체다.’

재외동포들한테 세계시민교육을 하자는 거는 세계시민교육의 시각에서 재외동포교육을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유네스코가 세계시민교육을 굉장히 열심히 강조를 하고 있다. 또 국내에 와 있는 외국인, 외국인 자녀들에게도 세계시민교육은 꼭 필요하다.

우리가 입장을 바꿔보면 재미한인은 미국 내에서 외국인이다. 일시거주자거나 외국 이민자다. 재일한인도 같은 입장인데 다들 자칫하면 차별받고 착취당하기 쉽다.

그런 일들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행동을 해야 될까. 재일한인 경우는 가장 슬픈 게 일본사람들하고 겉모습이 구별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어려서 일본에서 자랐으면 일본어도 한국사람 일본 사람 구별이 안 된다.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패싱이라는 게 가능하다. 일본 사람 행세를 할 수 있는 거다.

부모도 차별 당할까봐 아이에게 일본식 이름을 붙여준다. 집에서는 원래 한국식 이름이 있는데 그 이름을 안 쓰고 일본이름을 쓰는 거다. 그렇게 하면 주변에서 한국사람인지 모르니까 차별을 적게 받을 수는 있다. 그러면 그 아이의 속은 어떻게 돼갈까. 자기 이름을 못 쓰고, 자기 아이덴티티를 감추고 사는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을까.

일본 선생님들 중에도 학생이 본명을 쓰겠다그랬을 때 우려하면서도 도움을 주는 선생님들이 있다.

세계시민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내용으로 인권도 있고, 평화도 있고, 문화 간 이해도 있고, 세계화도 있고, 지속가능 발전도 있지만 중요한 측면 중에 하나가 그런 것 같다.

자기가 권리를 침해받았을 때 또는 다른 사람이 그런 일을 당하고 있을 때 어떻게 거기에 슬기롭게 대응을 할 것인지. 편하게 참고 살 건지, 아니면 문제를 제기해야 되는데 어떤 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어떻게 도움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한가. 해서 그런 교육들이 국내에 와계시는 중국동포는 물론이고 다른 외국인들, 동남아에서 오신 분들, 아프리카에서 오신 분들에게도 기본적인 그런 인권이라든지 또는 이제 억압이나 착취가 없는 사회가 되도록 또 그 거를 하는데 본인들이 어느 정도 주체적으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그런 힘을 기르는 교육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재외한인연구는 뒤집어보면 항상 국내에 와 있는 이민도 안 볼 수가 없는 거다. 상황이 굉장히 다르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공통된 부분이 있다.

현재 여성가족부가 추진해 왔던 다문화교육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을 한국사회에 적응시키려 노력을 열심히 한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정말 살기 좋은 나라, 살기 좋은 사회가 된다는 것은 그분들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스스로 힘을 키워서 발언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만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한국사회도 느리지만 변화를 해야 되지 않을까.

다문화교육이 한국어 가르쳐서 한국사람처럼 살게 만드는 교육이라면 세계시민교육은 한국사회에서 법을 준수하고 사사건건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는 한은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따라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다. 그런 사회가 되면 한국사회가 더 좋은 사회가 되는 거라고 본다. 그런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국내에 들어와 있는 동포들에게 격려 말씀을 한 마디 한다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그 다음에 생존을 위한 어떤 편의, 이거는 상당히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런 자신의 권리, 그게 당장 실현이 안 된다 하더라도 그런 존엄을 위해서 노력을 하고 그래야 편견, 인권침해 이런 것에 맞설 수 있다.

인권침해나 편견, 차별 이런 것은 재외동포에게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다. 사실은 한국사회의 원주민들, 소위 말하는 한국인 내에서도 많다. 하지만 그러면 안되겠다라는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도 많다.

한국사회에 나쁜 짓 하는 분들도 있지만 한국사회를 좋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그런 사람들을 찾아보고 연대를 해서 좀 꿋꿋이 그 삶을 개척해나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힘을 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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