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철(경제학 박사, 서울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 전 파라과이 교육과학부 정책자문관)
이남철(경제학 박사, 서울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 전 파라과이 교육과학부 정책자문관)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근로자들의 생활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며칠 전 필자는 농촌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다. 어릴 적 생활했던 고향 마을이 생각이 나서 잠깐 쉬는 동안 마을 이곳저곳을 걸었다. 걷다 담벼락 옆에 하얀 서너 마리 닭들이 닭장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너무나도 하얀 피부와 빨간 볏은 누구에게라도 관심을 갖기에 부족함이 없이 눈길을 끌게 될 것 같은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옛사람들은 닭이 머리 위에 볏을 달고 있는 모습을 보고 ‘닭벼슬(鷄冠)’이라 했다. 필자는 놀라움을 발견하였다. 낯선 사람이 닭장 가까이 다가서니 수탉이 암탉을 감싸면서 방어하는 것이었다. 잠시 후 수탉은 닭장 속으로 들어가고 암탉이 새끼 몇 마리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행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필자는 수차례 반복적인 행동을 했지만 처음 대하는 행동과 똑 같았다.

이러한 닭들의 행동을 보고 어릴 적 경험했던 그들에 대한 생각해 보았다. 지금은 닭들의 행동과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닭은 보통 새벽 3~4시 먼동이 트기 직전에 운다. 닭은 예로부터 깜깜한 어둠 속에서 여명을 알리는 성스롭고 신통력을 지닌 서조(瑞鳥)로 여겨져 왔다. 새벽을 알리는 우렁찬 닭의 울음소리! 그것은 한 시대의 시작을 상징하는 서곡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했었다.

새벽닭의 울음소리는 농촌에서 하루 일의 시작을 알려주는 부지런한 동물의 전조였다. 시계, 라디오와 텔레비전이 없는 시대에 농촌에서 닭의 존재는 자명종이기도 하였다. 음식을 제공해주는 등 농민들에게는 꼭 필요한 재산이었다. 닭이 울어야 알을 낳고 알을 낳아야 먹을 것이 부족한 농촌서민들은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었다. 생닭은 결혼식 상에 등장하는 필수적인 단골손님이었다. 닭이 알을 낳는 것처럼 자손을 번창시킬 수 있다는 믿음에서이다.

이뿐인가! 백년손님이 찾아보면 씨암탉을 잡아서 대접했다. 조상들을 위한 제사상에도 제사 닭을 올릴 만큼 귀중한 동물이 닭이다. 닭은 또한 오덕(五德)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머리에 관을 쓴 것은 문(文),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것은 무(武), 적에 맞서 물러나지 않는 것은 용(勇), 먹을 것을 서로 나누는 것은 인(仁), 밤을 지키고 새벽을 알리는 것은 신(信)에 해당한다. 요즈음에는 닭들이 억울할 것 같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고 까지 하면서 닭을 여자에 비유해서 성차별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어느 지방에는 제사상에 닭을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인즉 후손들이 닭처럼 서로 쪼아대기 때문이란다. 닭들의 수난은 이쁜인가! 우리나라에서 매년 발생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농장 전체 살아있는 닭이 매장되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일어나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 AI 발생 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주요 정책은 살 처분 이다. 역시 AI로 가장 억울하게 당하는 동물들이 닭들이 다. 그들이 이 AI의 최대 희생자가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사육환경에 있다.

닭을 사육하는 양계장은 밀집식 사육으로 태생적으로 닭이 전염병에 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 처한 닭은 원래 오후가 되면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시력이 낮기 때문에 특히 밤에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신체적 특성 때문인지 해가 질 무렵에 모든 닭들은 닭장으로 들어간다. 사람들은 흔히 머리가 나쁜 사람, 어리석고 바보 같은 사람을 ‘닭대가리’에 비유한다.

그러나 필자가 판단하기에 틀린 표현이다. 닭은 정확하게 해가 뜨는 시간을 인간들보다 훨씬 정확하게 알고 있다. 또한 자기들의 약점인 눈이 나쁜 것을 인지하고 행동한다. 자기 분수를 모르고 살아가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기 가정을 지키는 수탉과 자기 새끼를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지켜내는 암탉의 행동을 보고 요즈음 자주 언론에 보도되는 자신의 자녀를 살해하는 비정한 부모들, 학생을 때리고 학대한 교사들의 행태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정상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닭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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