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충북 제천 한인석 시인


전남 순천 박정기 시인

경기 안산 양해선 시인

1. 충북 제천 한인석 시인 편

산과 강이 어우러진 충북 청풍명월의 수려한 풍경

(복숭아벌레 집)                             
                                
                                   한인석

풀먹여 바른 창호지처럼
팽팽한 문 밖에서 햇살이 들어오면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냥저냥 뒹굴 거리며 살찌우는 일
세상 밖 일은 깔끄러운 벽이 다 막아주니
난공불락의 낙원이다.

창호지가 붉게 물들어갈 때 쯤
내 몸집도 점점 커져갔다

이제는 바깥세상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탈출을 위해 새로운 일을 꾸며야겠다
풀기가 빠져나간 음지쪽을 뚫는 일
바늘구멍으로 바깥세상이 보이고
심한 파동과 함께 지진이 일었다

환한 창호지가 찢겨졌다
애오라지 몸집만 키워온
우물 안 삶이 곤두박질 쳐졌다

우화(羽化)의 시선 끝에
주렁주렁 달린 달큰한 불빛이 보인다
도원(桃園)의 홍등 물결이 잔칫집 같다

(초보 선원)

                         한인석                                           

서툰 말이 잘 통하지 않아
통통선 엔진소리보다 더 크게 소리를 지른다
그래도 의사소통이 안 되면
돛새치처럼 몸을 날려 눈치로 때려잡아야 한다

나는 어족과 사투를 벌이는 전사
치열한 전쟁을 치른 뒤에 오는 나른함이
희열을 느낄 겨를도 없이 눈꺼풀을 짓누른다

뱃속에서는 너울성 파도가 헤집고 지나간 뒤
공명(共鳴)만 일으키고 있지만
행여 멀미를 들켜버릴까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새벽을 꾸역꾸역 삼킨다

그래도 허기를 채우기 위해 해물라면을 끓이는
아귀처럼 되어버린 퉁 퉁 불은 손
펄떡이는 싱싱한 바다가 후루룩후루룩
빨려 들어간다.

그물에 걸려온 갑오징어가 뱃속을 유영한다
한 끼의 행복 가득한 평형수를 채우고
포만감으로 가득 찬 만선이
어판장을 향해 미끄러져 들어온다

코를 찌르는 비릿한 내음이
눅진하게 달라붙을 무렵
아내에게서 카톡이 왔다

‘꼬강렌’

눈이 번쩍 뜨이며 생기가 돈다

※꼬강렌 : 베트남어로 ‘힘내세요’

(당선작품 해설)

 주변 사물을 모티브(Motif)로서 시인의 에스프리(Esprit)바구니에 담는 레토릭(Rhetoric)우수

  충북 제천 한인석 시인의 시 작품은 주변 순수자연에서 건져 올린 순백의 맑은 시어의 행렬이다. 꾸밈이 없이 삶의 주변 사물을 모티브(Motif)로 삼아 시인의 에스프리(Esprit)바구니에 담는 레토릭(Rhetoric)이 우수하다.

  당선작 시-1 ‘복숭아벌레 집’의 ‘(前略)우화(羽化)의 선 끝에/ 주렁주렁 달린 달큰한 불빛이 보인다/ 도원(桃園)의 홍등 물결이 잔칫집 같다//’ 의 표현은 ‘복숭아벌레 집’ 시 문장의 백미(白眉)로 뿝힌다.

  이어 당선작 시-2 ‘초보 선원’에서 ‘(前略)그물에 걸려온 갑오징어가 뱃속을 유영한다/ 한 끼의 행복 가득한 평형수를 채우고/ 포만감으로 가득 찬 만선이/ 어판장을 향해 미끄러져 들어온다’(後略)’의 메타포(Metaphor)처리가 유연하며 빼어난다.

(한인석 시인)

    충북 제천출생. 2004년『자유문학』‘시’ 천료, 2005년『시조문학』‘시조’ 등단, 공무원문예대전 제4회 ‘수필’ 최우수상, 제7회 ‘시조’ 우수상, ㈜태평양 공모 설록차문학상 최우수상, 소방문화대상 동상 외 다수, 한국문인협회 제천지부 회장역임, 한국자유문인협회 회원, 시여울동인,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및 대전중구문인협회 이사, 현재 제천시평생학습관 강사

2. 전남 순천 박정기 시인 편

전남 순천만의 경이로운 풍경

(할머니의 겨울밤)

                     박정기

호롱불이 흔들린다
그 겨울밤

할머니 이야기 주머니 열리며
도란도란 사랑이 들려오고

문풍지 사이사이 칼바람 스며들며
뜨끈한 아랫목 손주 놈 차지하고

노곤함이 밀려와도 야윈 몸
칼바람만 막으신다

철없는 손주 놈 스르르 잠이 들면
할머니 손끝에 골무가 끼워지고 긴 밤 세우신다

(허전한 그 곳 빈자리)

                 박정기

허전한 그곳 빈자리
이제 반겨 주는 이 없다

덩 그런 빈집 세월 뒤 안
추억만이 남아 있다

소박하고 거짓 없는 순박함
자식새끼 문밖 들어서면
가슴으로 반겨주던 곳

내 새끼 내 새끼 눈으로 말하던
그 모습 뒤로하고

고귀한 학이 되어 천상으로 떠나신
그 자리 슬픈 여운만 남아있다

봄이 오고 여름 지나
가을 겨울 찾아 올 쯤
모진 세상 힘겨울 땐
그곳 찾아가리

(당선작품 해설)

 

순진무구의 백색 순정(順貞)박정기 시인의 소박한 토속어 메타포(Metaphor)의 수작

  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투영물이다. 살며 생각하며 만나는 삶의 언저리를 고스란히 시라는 그릇에 담아 시인의 영혼으로 해맑게 빗어내어 시어(詩語)를 늘이면 되는 것이다.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삶은 애호박처럼 순진무구의 초롱한 백색이어야 한다. 순정(順貞)박정기 시인의 작품이 그러하다.

  당선작 시-1 ‘(前略)할머니의 겨울밤’에서 ‘호롱불이 흔들린다/ 그 겨울밤
할머니 이야기 주머니 열리며/ 도란도란 사랑이 들려오고(後略)/’에서 보면 한 폭의 수채화처럼 할머니의 모습이 그려지는 인간사 최고의 휴머니즘(Humanism)이다.

  또한 이어지는 당선작품 시-2 ‘허전한 그곳 빈자리’에서 보면 ‘(前略) 내 새끼 내 새끼 눈으로 말하던/ 그 모습 뒤로하고/ 고귀한 학이 되어 천상으로 떠나신/ 그 자리 슬픈 여운만 남아있다(後略)// 비 오는 날 낙숫물같이 눈물이 뚝— 뚝— 떨어질만큼 애잔하게 그려낸 소박한 토속어 메타포(Metaphor)의 수작으로 뽑힌다.

(박정기 시인)

  순정(順貞) 박정기 시인은 전남 순천시 상사면 출생, 순천 매산고, 전주공업대학교, 순천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연세대학교 농업개발원 낙농과 수학, 순천 국도광고기획 대표, 한국문화해외교류회 호남지회 이사, 대전중구문인협회 이사, 공저시집 『행복한 동행』출간.
 
3. 경기 안산 양해선 편
 

서해바다 군산의 푸르런 바다는 양해선 시인의 창작의 샘이 되고 있다

강(江)

           양해선

호수처럼 담아 두는
욕심도 없이

바다처럼 드러누워
쉴 줄도 모르고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해맑은 꿈
실어 나르는
생동하는 여정(旅程)


(황톳길 교통비)

                             양해선

부모님을 뵈오러 가는 남도 황톳길
어머니처럼 허리 굽은 노인이 손을 들어 보인다
차를 세우고 태워드렸다

오 리쯤 가는 동안
주머니를 뒤지며 자꾸 뿌스럭거린다
농협 앞에서 멈춰 달래서 멈췄다
“고맙소” 하면서 내려서다가

앉았던 자리에 무언가 휙 던지고는 문을 닫는다

“찻삯이여”

천 원짜리 지폐 한 장
황톳빛 땀을 흘리며
접혀진 허리를 펴고 있다

(당선작품 해설)

  조용한 호소력 시적(詩的)에스프리(Esprit) 여울물에 시나브로 젖는 훌륭한 레토릭(Rhetoric)의 메타포(Metaphor)

  우리가 지금 만나는 ’강‘이나 ’황톳길’은 예전의 그 모습과는 다르다. 현대 문명이라는 옷으로 갈아입는 깔끔한 그 형태이다. 그러나 예전의 자연 전령사는 있는 그 모습 그대로 물 한 모금 입 안에 행구었다 손바닥에 뱉어낸 자연의 그 모습 그대로이다.

  경기 안산의 양해선 시인의 당선작 시-1 ‘강(江)’에서는 시인의 맘을 강에순절하게 풀어 놓는다. ‘(前略)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해맑은 꿈/ 실어 나르는/ 생동하는 여정(旅程)//’에서 시인은 이야기한다. 겸허한 마음으로 자연을 닮아 가자구. 조용한 호소력의 시적(詩的) 에스프리(Esprit)가 여울물에 시나브로 젖는다.

  그리고 당선작품 시-2 ‘황톳길 교통비’에서는 그리움이 사무치도록 애잔한 시어들이 가즈런히 우리들 가슴속으로 저미어 온다. ‘부모님을 뵈오러 가는 남도 황톳길/ 어머니처럼 허리 굽은 노인이 손을 들어 보인다/ 차를 세우고 태워드렸다/ 오 리쯤 가는 동안/ 주머니를 뒤지며 자꾸 뿌스럭거린다/ 농협 앞에서 멈춰 달래서 멈췄다/ “고맙소” 하면서 내려서다가/ 앉았던 자리에 무언가 휙 던지고는 문을 닫는다/ “찻삯이여”//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시는 가장 사람다움, 가장 세상다움이다. 이런 측면에서 시인의 ‘황톳길 교통비’에서 훌륭한 레토릭(Rhetoric)의 메타포(Metaphor)는 성공하고 있다.

(양해선〈粱海善〉시인)

전북 군산 출생
[동방문학] 신인상 등단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서울경기지회 이사 /대전중구문인협회 이사/  시여울 동인, 한국문인협회 회원 / 온글문학회 회원
제4회 한국농촌문학상(시) 우수상 수상
시집 『꿈 하나 띄워 놓고』
현재 KT 경기남부유선운용센터 근무

□ 2021해외문학상 운영심사위원회

 위원장 / 최 태 호 문학박사․중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한국어학과 과장
 위  원 / 오 세 영 문학박사․전 세경대학교 교수
 위  원 / 한 진 호 시  인․소설가 본 협회 운영위원장
 책임 감수 / 김 우 영 문학박사․본 협회 대표

  본 협회 정관 제1장(총칙) 제5조(사업)의 규정에 따라 수상자의 심의를 마치고 위와 같이 선정합니다.

  ☆ 시상식은 코로나 사정에 따라 오는 6∼7월중 본 협회 총회 때 종합문예지 『해외문화 제25호』『대전중구문학 제18호』출판과 함께 진행할 예정입니다.


                                       2021년 5월 12일

                       비영리국가봉사자립형문화나눔민간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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