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문호 시인
리문호 시인

-아이유 어서 오세요

껌처럼 찰싹 달라 붙는
고 애교에 비질비질 끌려
사흘이 멀다 하고
마님의 뼈다귀 해장국 먹으러 간다
보동보동한 볼 따귀에
찰찰 감도는 기름기 보들한 웃음
나에게만 쏟아 붓는
간사한 가시 물 같아 간다
고생 속에 우러난
칼칼하고
얼큰한 웃음
귀신 붙은 뼈다귀를 고아낸 국물에
혼이 빼앗긴 듯 홀리워
그 맛 못 잊어 간다
부드럽고 미끈한 우거지
구수하고 감치는 등뼈 살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에 한 가득
귀신이 곡하듯
목구멍을 시원히 훑어 내리러 간다
마님의 풍요로운
인생의 진물을 맛보듯
용트림 나는 고 맛

아이고
웬 세월이냐
고 맛이 그리워도 어언간
오래 가지 못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기 무서운 나날들
사람과 사람이 만나기 낯 선 나날들
공포가 흐르는 거리
마스크가 우리를 멀게 하는 나날들
자연의 저주가
마귀의 주술처럼 들리는 나날들
마님의 그 웃음 뭉청 떨어져
화단에 처박혀 시들었다
윤택한 얼굴은 초췌해지고
초조한 눈빛이
유리창을 밖으로 흘러나온다
그 눈빛 속에
나도 지나간다
바질 바질
빚 더미우에
까맣게 탄 숯
싸늘한 그 가슴

-마님, 어서 못 들어 가겠네요
웃음이 질작한 애교도
코로나를 넘지 못 하잔아 나요
기억해요
때는 2021년
겨절의 녀왕도 수심에 울화가 치 밭인
서울의 오월
사랑도 없는
인정도 멀어진
서울의 오월
오월은 거리 두기에
흐느끼고 있네요
비가 늦 가을 처럼
음침하게 내리네요
추적추적 …

우리 싸워 이겨요
힘든 오늘
기까이를 위해
거리 두기로 싸워 이겨요
눈물, 눈물이
북에 떨어져
승전곡으로 울려 퍼지겠지요


2021.5.12 서울에서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