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운 칼럼니스트
허성운 칼럼니스트

무슨들레

 

대림동 862-4
반지하 셋방 마당 한구석
갈라진 콘크리트 틈새에
무슨들레 한 송이가 외로이 피어나 있다
뿌리 내릴 흙 한줌마저도 없는 갈라진 콘크리트 틈새에 
곰팡이 피는 반지하 셋방마당 구석진 곳에 
노란 무슨들레 꽃 한 송이가 홀로 피어나 있다

갈라 지고 터진 꽃잎
그리고 줄기는 휘어지고 틀어지어 
고생에 인이 박힌 고단한 삶이다
천지꽃 피는 고향 잔디 언덕 누워
파란 하늘 하얀 씨앗 불어 올리던 소년은
꼭두새벽 첫차로
늦은 밤 막차로
머슴살이 삶으로
20년 세월을 하루같이 여닫는 사이에
어느덧 흰머리 날리며
이제 흰 구름 이는 하늘을 바라본다

무슨 사연에서인지
무슨 영문에서인지
바람 한점조차 불지 않는 외딴 곳에서
무슨들레도 머슴들레를 닮아가며
목을 길게 뻗어 올렸지만 
여태껏 하얀 씨앗 두둥실 하늘높이 날려본적 없다

럭셔리한 카페점 돌아
무슨 무슨 골목길 에돌아 들어서면
대림동 862-4
곰팡이 피는 반지하 셋방 마당 콘크리트 틈새에 호적도 없이
노오란 무슨들레 꽃 한 송이가
오늘도 홀로 외로이 피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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