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020년도 <송화강 해외문학상>으로 한국 백성일의 시(2019년 6기)와 고안나의 시(2020년 5기)가 선정되었다.

두 시인은 중국조선족문단과 인연이 두터우며 문화교류를 위해서 힘써 왔다. 이번에 수상작으로 선정된 시들은 인생에 대한 깊은 사색과 성찰을 보여주고 있으며 예술상에서도 시적 형상화가 잘 된 작품들이다.

필자는 두 시인의 21수의 시를 작가에 따라서 2개 부분으로 나눠서 분석하려고 한다.

 

백성일 약력: 1947년 생, 시전문지 심상 신인상등단, 『시집 멈추고 싶은 시간 』 『바람이었다 』, 작가와문학상, 백두산 문학상, 중국 도라지 해외문학상, 경기문창문학상,  송화강 해외문학상 수상.
백성일 약력: 1947년 생, 시전문지 심상 신인상등단, 『시집 멈추고 싶은 시간 』 『바람이었다 』, 작가와문학상, 백두산 문학상, 중국 도라지 해외문학상, 경기문창문학상,  송화강 해외문학상 수상.

1.인생무상人生無常을 초월한 인생자세

백성일 시인은 원래 기업가이고 한국 대통령 표창장을 비롯하여 나라에서 여러 번 상을 받은 우수한 사업가였다. 그런 그가 50대에 들어와서 어릴 때부터 품어오던 문학에 대한 꿈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깊은 연륜, 오랜 숙성을 거쳐서 나온 그의 시는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이고 자아에 대한 객관적인 직시였다.

 

하늘과 땅은

흰 구름 속으로 숨어들고

함박눈이 내린다.

마음은 소년이 되어

몸으로 세상을 쓸고 다니며

흘린 낙엽에 생각이 멈추고

쓸고 다니는 바람이었다

단풍이 낙엽 되고

마음은 세월을 먹어버리고

푸른 잎의 시절 찾아 헤맨다.

내가 낙엽인줄 나만 모른 채

함박눈은 소년의 얼굴을 적시며

이리저리 어제를

쓸고 다니는 바람이었다.

-「바람이었다」 전문

 

시인은 자신을 ‘바람’에 비유하고 있다. 그것도 과거형으로. 그러면 시인은 왜 자신을 ‘바람’이라고 생각하였을까? 그것은 시인의 지나간 인생의 역사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시인은 30대부터 근 20년 동안 사업 때문에 한국과 일본 오사카를 오가면서 일을 하였다고 한다. 또한 시인으로 등단한 다음에는 중국 문단과 인연을 맺고 한국과 중국을 오갔다. 그렇게 보면 시인은 국경으로도 막을 수 없는 ‘바람’같이, 꿈을 안고 꿈을 이루려고 하늘을 넘나들면서 “몸으로 세상을 쓸고 다니며” “쓸고 다니는 바람이었다”고 할 만하다.

하지만 그것도 지나간 일, “단풍이 낙엽 되고/ 마음은 세월을 먹어버리고” “내가 낙엽인줄 나만 모른 채” 그렇게 시인은 “푸른 잎의 시절 찾아 헤맨다.” 몸은 세월의 흐름에 나이를 먹어가지만 젊었던 그 시절을 잊을 수 없어서 ‘헤맨다’.

이런 심경을 그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시인은 이 시의 배경으로 함박눈이 쏟아지는 겨울을 선택했다. 함박눈 때문에 “하늘과 땅”이 “흰 구름 속으로 숨어”든 듯 모호해진 풍경은 흰 눈이 머리에 내려 흰머리가 두터워지는 모습을 상상하게 하며 실버 세대에 들어서는 서정적 주인공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나 시인의 마음은 아직도 ‘소년’에 머물러 있다. 1련에서 “마음은 소년이 되어” 있던 서정적 주인공이 마지막의 “함박눈은 소년의 얼굴을 적시며”에서는 실체화를 하였다. 시인의 마음의 시간은 현실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오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나이에 지지 않고 젊게 살아가려는 시인의 의지가 강하게 표현될 수 있었다.

‘바람’이 되어 날아다니던 여행의 길에서, 시인은 먼 중국 땅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중국 길림시 어느 작은 주막집 그를 만났다

오십대 후반의 건장한 남자 통성명도 하지 않고

뜬금없이 고향부터 묻는다.

“경상도 대구라에”

가는 말이 있으면 오는 말이 있듯이

“나도 경상도라에”

-「할매 한테 물어보고」 앞부분

 

타향에서 만난 동향인, 그는 자기 조상이 경상도에서 살았다는 것은 아는데 경상도 어디인지는 모른다. “경상도 어디인지 물으니 뜸들이고 나도 침묵한다/ 술잔을 단숨에 비우고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할매 한태 물어보고 할매 한태 물어보고” 한다. 그런데 ‘할매’는 “사년 전에 하늘나라로 이사갔다한다”. 그러니 어디에도 물어볼 길이 없다. ‘남자’가 아무리 ‘할매’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었더라면 하고 후회해도 하늘나라에 간 ‘할매’가 스파트폰이 있다고 전화를 받을 리가 없다.

 

눈가에는 이슬이 맺히고 내 손을 덥석 잡으며

“그러면 내 고향도 경상도 대구인기라”

수정 같은 보석이 술잔을 일렁이고 나도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그래, 니 고향도 경상도 대구인기라”

우리는 죄 없는 흰 술만 죽이고 정신은 몽롱하고, 그는

“대구가 어디라에”

“어디기는 경상도에 있는 기라”

-「할매 한테 물어보고」 뒷부분

 

아픈 역사의 흔적이 상처로 ‘남자’의 마음에 남았다. 자기의 고향이 어디인지 확실히 모른다는 것은 정체성에 문제가 있음을 말한다. 시인은 그런 ‘남자’에게 “그래, 니 고향도 경상도 대구인기라” 하면서 해답을 주었다. 서로 포용하면서 서로 이해하면서 그렇게 아픈 흔적을 지워가려는 시인의 노력이 보여지는 시이다.

「바람의 실체」에서도 시인은 자신을 단풍이 든 ‘나무’에 비유하면서 바람에 대해서 쓰고 있다. 원래 ‘바람’은 젊은 시절의 그림자로서 실체가 없었다. “허공중의 허공/ 실체도 보이지 않고/ 눈으로 귀로 손으로도/ 확인할 수 없으며/ 어디서 오며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잡을 수 없는 그런 무형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상쾌함이 가슴속까지/ 적시는 너(바람)의 기운을 느끼며/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동행인 것을” 알게 된다. 이제는 추억이 되어 “온다간다 말 한 마디 없이” 마음속으로 드나들지만 “이미 내 가슴속 깊은 곳까지 / 흔적을 남기고,/ 허공중의 허공인 줄 알았는데/ 너의 실체가/ 단풍 되어 살아있음을 알았다”. 즉 젊은 시절의 기억은 ‘바람’이 되어 날아간 것이 아니라 마음에 남았고 ‘단풍’이 든 ‘나’와 한 몸이 되어있었다. 단풍 든 나무는 의연히 마지막 생명을 빨갛게 태울 것이고 ‘바람’은 그 ‘불길’에 힘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시인의 인생철학이 잘 드러나고 있다.

그 생명의 불길이 시인에게는 ‘시’일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시인의 모습은 “이상(理想)의/ 꿈을 먹고 취하여/ 사방 구석 헤매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삶이 마음 누르니/ 허우적거리는/ 육신을 재촉한다”. 시인의 앞에는 “외면할 수 없는 갈림길” 즉 꿈과 현실이란 두 길이 손짓하고 있다. 결국 시인은 어느 것도 놓지 못하고 “두 마음 가슴에 안고/ 바삐 뛰어가지만” 현실은 무정해서 “시계의 톱니는/ 걸음 앞질러가고” 허약해진 심장은 그 부하를 이기지 못하고 고통스럽다. “그래도,/ 이상의 꿈을/ 찾아 헤맬 것이다”하고 시인은 높이 외친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몸을 허약해지게 만드는 세월에 지지 않고 ‘꿈’을 찾아 헤매는 시인의 모습이 낭만적으로 그려지었다. 현실과 이상의 이율배반적인 존재양식을 보여주었다.

시인이 사는 세상은 “별의 세상”이다. 「허상虛想」에서 시인은 자신을 이 세상의 ‘작은 별’이라고 하였다. 신神은 이 세상의 ‘작은 별’에게 영원이 아니라 “짧은 시간 동안만/ 힘을 빌려주는” 작은 혜택을 베풀었지만 ‘작은 별’은 “가뭄의 지친 식물에 물주면서” 열심히 산다.

이 시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떠올리게 한다. 화산구 3개, 장미꽃, 커다란 바오바브(baobab)나무와 함께 소행성(B612)에서 살고 있는 어린 왕자는 장미를 사랑하여 열심히 물을 주며 키우지만 허영심에 찬 장미는 그에게 상처를 주었고 그래서 다른 세상을 보기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

마찬가지로 서정적 주인공도 ‘단풍잎’이 되고 ‘작은 톱니’가 되어 열심히 살면 “세월을 잡아놓을 줄 알았는데,/ 태양이 지고 밤이 되면/ 달빛이 밝아지듯” 시인은 가는 세월을 잡을 수 없었다. “작은 별의/ 멈춤 없는 심장박동소리”는 여전히 들리지만 모든 것이 “한낮 달빛처럼/ 허무를 허공에 날려 보내면서” ‘허상虛想’이라고 헛된 생각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기의 인생여행에서 시인은 비록 “심장의 뿌리는 끝내 찾지 못하고” 말았지만 어린 왕자가 장미와의 관계가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자기의 별로 돌아가듯이 시인은 “모든 것들이 허상(虛想)이라”해도 자아를 버리지 않는다. 어린 왕자가 여우의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는 말에 자기의 실존적 가치를 깨우치듯이 시인은 설사 그가 사랑하고 정성을 바치던 모든 것이 ‘허상(虛想)’이었다 하더라도 그의 인생에는 그가 살아온 몇 십년의 시간이 고스란히 스며 있으니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시인은 “모든 것들이 허상(虛想)이라”해도 “그래도/ 나는 작은 별”었다고 자기의 실존적 자아를 긍정하였다.

이런 시인의 실존에 대한 고민은 시 「포박을 풀어라」에서도 표현되고 있다. 서정적 주인공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가 없는데 “불안 초조 분노의 감정” 때문에 “붉게 불붙은 영산홍도 아름답지 않고/ 터질 것 같은 앵두를/ 보고도 감정이 없”다. “회천의 물결이/ 잔잔한 파도로 마음을 휘젓고/ 짧은 추억이 포박되어/생각을 멈추게 한다.” 영광스럽던 과거에 포박되어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그래서 눈앞의 모든 것이 아름답지 않다. 오죽하면 하늘은 검은 하늘”로, 반달은 “반쪽이 날아가 버”린 것으로 보이겠는가? 그래서 구름도 ‘붕대’로 보이고 “구름붕대로 감아도/ 상처가 너들너들하다”고 달도 상처입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달’은 서정적 주인공의 상처입은 마음을 은유하고 있다.

사람은 자기의 마음에 따라서 객관적인 사물의 모습을 인식한다. 내 마음이 지옥인데 천국이라고 아름답게 보일리가 없다. 서정적 주인공은 자신의 마음을 직시함으로써 자신을 포박을 하고 있는 것이 기실 자신이라는 것을 깨친다. 그래서 “그대여!/ 저기 저 달님을 보고/ 추억을 감은 포박을 풀어라” 하고 외치고 있다. 추억을 포박한다는 것은 과거에 얽매인다는 뜻이니 과거에 대한 추억을 떨친다면 서정적 주인공은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선택을 할 때 시인은 자신의 실존적 가치를 찾을 수 있으며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

자신의 마음의 포박을 풀어버린 시인은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선택을 한다.

 

숲이 푸르면

바다의 고기 떼도 그리워하며

마음이 푸르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리고,

마음과 마음이

하나 되어 고속도로를 달리면

일렁이는 호수의 파장도

요동치는 바람도 잠재우고

클로버 꽃밭 나비가 너풀너풀

-「동행」 일부분

 

마음을 바꾸니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마음이 푸르니 숲도 물고기떼가 노니는 호수물도 다 푸르러 보인다. 푸른 “클로버 꽃밭”에도 “나비가 너풀너풀” 한다. ‘푸른색’은 생명을 상징하는 색이다. 나무도 풀도 봄이 되면 푸른 잎이 나고 여름이 되어 생명력이 강해질수록 더 푸르러 진다. 그렇게 생기에 넘치는 주변이 보이며 옆에 있는 ‘동행’자도 보인다. 모든 만남에는 헤어짐이 온다. 그래서 만남을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려면 “미리 꽃밭을 만들며” 지금을 잘 살아야 한다. “맑은 하늘/ 솜털 구름이/ 포근히 산을 쓸어안으니/ 두 마음도,” 서로를 포근히 안아준다.

두 마음이 만나니 사랑이 생긴다. 시인은 「연꽃 향기」에서 파란 연蓮 잎이 무성한 연못 위에 하얀 구름이 비치는 모습을 아름답게 의인화하고 있다. “뭉글뭉글한 구름이 솜사탕 되어/ 발자국소리 죽이고/ 사뿐히 파란 가슴 위에 내려앉는다”. 사랑의 이야기이니 ‘구름’도 ‘솜사탕’ 같이 달콤하고 연꽃 잎은 꽃을 품고 있으니 사랑을 품은 가슴 같다. 연꽃이 피는 6월은 비가 많다. 비 오는 날, 흐린 날이 많아 그동안 만나지 못해서 연꽃은 “기다림에 지친” 모습이다. 아침 이슬이 연 잎에 내려 도르르 구르는 모습이 “눈물이 구슬 되어 가슴을 더듬고” 있는 듯하고 구름과 연꽃이 한곳에 있으니 “두 몸이 하나 되어/ 황홀한 정사를 이루고” 있는 듯 하다. “흙탕물 속에서도 물들지 않고/ 청정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는 “그대의 향기가/ 세상을 정화시키고”고 있으니 연꽃의 사랑은 참말로 고매하다. 연꽃 향기에 몸과 마음이 깨끗이 씻겨진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연꽃이 시들고 푸른 잎이 사라지면 삭막한 연못에 외로운 구름만 떠있을 것이니 잔인한 이별에 연꽃의 마음은 아프다. 그래서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진다 해도/ 푸른 마음은/ 그대를 쓸어안고 죽어갈 것이다”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연꽃과 구름에 은유를 하여 애달픈 사랑을 아름답게 읊은 시이다.

시인은 「그리운 사람」에서 장미의 모습을 빌어서도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장미꽃은 아름답지만 온 몸에 가시를 세우고 있다. 가시 박힌 그 모습이 화살촉 같아서 시인은 큐피드의 화살을 떠올린다. 사랑은 큐피드의 화살을 맞으면 시작된다고 하는데 그래서 장미도 사랑을 시작한다. 현실에서 진짜 화살을 맞은 사람은 상처가 아플 것이나 큐피드의 화살은 맞아도 맞은 줄을 모르고 맞아도 아프지 않다. 그렇게 아픈 줄 모르고 시작하는 사랑은 대개 다 아프다. 그런 아픔의 기억 때문에 장미는 다시는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도도함을 지키기 위하여/ 온몸을 창으로 무장한” 모습으로 자신을 지키려 하는데 그 “절박함이 애잔하다”.

사랑이 있는 곳에는 질투도 있다. 그래서 “오월의 하늘을 질투한 먹구름이/ 하늘을 더듬더니” “그리움 되어 떨어지며/ 얼굴을 적시는 희열을 안고 활짝 핀 봄 속에서” 사랑의 고백을 하려고 한다. ‘구름’은 장미에게 파란 세상과 햇빛을 내려주는 하늘을 질투하여 그를 막아보려고 떠다니기도 했지만 구름 물방울들이 뭉쳐서 비구름이 되듯이 점점 커지는 자기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비가 되어 내리었다. 먼 곳에서 짝사랑을 하던 ‘구름’은 빗물이 되어 장미를 만나 희열을 느끼지만 수줍음에 “장미를 보고/ 장미라 부르지 못하고”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겨우 한마디 부르는데 그 모습이 애틋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시인은 “아!/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 붉은 장미의 향기여” 하고 서정을 토로한다.

「그리운 사람」에서 장미와 구름을 빌어서 사랑을 노래했다면 「꿈꾸는 노총각」에서는 “건넛마을 노총각 칠복이”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강변 버들강아지 피리소리에/ 아지랑이 춤추고/ 산과 들도/ 부스스 기지개 펴는데/ 고집 센 함박눈은/ 부끄러움도 잊어버리고/ 목련 가지가지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버들강아지’ ‘피리소리’ ‘아지랑이’, 봄이 오고 있다. 때늦은 ‘함박눈’이 ‘목련가지’에 내려앉는 듯이 노총각 칠복이가 사랑을 시작한다. 봄같이 “화사한 얼굴에 반하여/ 방망이질치는 가슴 쓸어안고/ 목련꽃 한 송이/ 두 손에 쥐어들고” 고백을 하려고 하는데 자신이 없어서 속으로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이라” 자기를 위로한다, 어딘가‘구름’이 “장미를 보고/ 장미라 부르지 못하고” 주저하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다만 ‘구름’은 그래도 “장미라고” 부르기라도 했는데 칠복이는 고백하기 전에 거절당할 준비부터 하고 있다. 그래서 더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것 같다. 백목련의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한다. 이 시에서 칠복이가 “목련꽃 한 송이/ 두 손에 쥐어들고” 있다는 것은 그의 사랑이 이루기 어려운 사랑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인생의 연륜이 쌓일수록 경험도 쌓이게 된다. 시 「경험이란 것은」 바로 시인의 이런 경험에 대한 이야기이다. “구름에 가린 아물거리는 저 먼 곳/ 산 넘어 나는 가보았다/ 사람 사는 것은 별반 다른 것도 없지만/ 초가삼간 집에 살면서 행복이 가득한 곳도 있고/ 고래등같은 기와집에 살면서/ 근심걱정과 슬픔을 안고 사는 곳도 있더라”. 그동안 많은 곳을 돌아보며 깨달은 것은, 돈이 행복은 아니었다는 ‘경험’이었다.

다음 시인은 “사과나무에 배가 열리고 감나무에 대추 달리고/ 토마토줄기에 수박이 주렁주렁 자라고 있으며/ 우리가 모르는 세상이 있다”고 경이로운 경험을 말한다. 시인은 이 세상에 “우리가 모르는” 불가사의 한 것들이 많음을 알게 되는 것 역시 “세월의 경험”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초스피드 시대에 먼 곳까지/ 성능 좋은 카메라를 드론에 달고/ 그곳 세상사 보고 오면 되는” 시대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경험’에 대한 이미지도 변한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현재에는 직접 가보지 않고도 영상이나 사진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그 역시 경험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험은 가족관계에서도 이루어진다. “부모는 자식이 불혹의 나이가 되었다 해도/ 죽을 때까지 가르치고 간다”. 인생에서 배움은 끝이 없는 것이고 완벽한 사람이 없다는 것은 부모들의 경험에서 온 결론이고 “반 백 년 동안 한 이불 덮고/ 사는 사람도 외면할 때가 있는데/ 너의 인생은 너의 것이고/ 나의 인생은 나의 것이고” 하는 것도 인생경험에서 나온 결론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까치 입질한 홍시 맛도 모르면서”하고 쓰고 있는데 까치가 먹고 남긴 감이 더 달다는 것 역시 시인의 경험에서 온 판단이다. 그래서 시인은 “대봉감나무 홍시나 따야겠다.” 하고 이미 쌓은 경험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인생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는 시인의 의지를 다시 한번 표현하였다.

이 모든 경험은 시인의 인생 경험담이고 이러한 다양한 인생경험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는 잠언시箴言詩라고 할 수 있겠다.

백성일의 시는 인생에 대한 성찰을 통해서 얻은 삶의 도리를 시적 형상화로 표현하고 있다. 그의 시는 인생무상人生無常의 덧없음을 느끼면서도 새로운 선택과 도전을 통하여 자기 실존적 의미를 알아가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시는 은유, 의인, 상징적 수법을 많이 씀으로써 예술적 형상화도 잘 되어서 독자들이 상상을 통해서 음미할 상상의 공간을 준다. ‘단풍’, ‘낙엽’ ‘바람’은 시인을 상징하였고 연꽃 장미로 사랑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자연의 움직임은 살아서 움직이는 듯하여 생동하고 실감이 난다. 또한 시인은 “그래도”, “-다 해도”같이 앞의 내용을 부정하고 뒷문장에서 자기의 주장을 펼치는 반전의 표현방법을 많이 쓰고 있는데 이런 수법은 현실을 인지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해 나가려는 강력한 의지를 임팩트 있게 표현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미 인생무상人生無常의 경지를 초월한 시인 백성일, 그는 앞으로도 깊은 성찰과 철학성이 담긴 시로 인생의 연륜을 멋지게 그려갈 것이다.

글 출처  송화강』 2021년 3호

엄정자 약력: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길림시조선족중학교 교원, 길림신문사 기자 역임, 현재 일본 ECC외국어학원에 재직 중. 동북아신문 일본지사 대표. (사)재일본조선족작가협회 대표 겸 회장. 연변작가협회 이사, 일본조선학회 회원. 수필집 『금 밖에 나가기』, 평론집 『조선민족의 디아스포라와 새로운 엑소더스』. 제9회 『도라지』문학상 수필부문 대상, 제10회 『동포문학』평론부문 대상.
엄정자 약력: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길림시조선족중학교 교원, 길림신문사 기자 역임, 현재 일본 ECC외국어학원에 재직 중. 동북아신문 일본지사 대표. (사)재일본조선족작가협회 대표 겸 회장. 연변작가협회 이사, 일본조선학회 회원. 수필집 『금 밖에 나가기』, 평론집 『조선민족의 디아스포라와 새로운 엑소더스』. 제9회 『도라지』문학상 수필부문 대상, 제10회 『동포문학』평론부문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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