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경시대회 우수작 공동 1위

변창렬 시인
변창렬 시인
달팽이 / 변창렬
 
 
천천이란 뜻 풀이를
바닥에 남은 진물에서 읽어 본다
쉴 틈없는 속도에서
간간히 멍 때리는 쉼으로
오이잎에서 호박잎까지
계산된 시간은 남의 것이다
계절을 잃은 길이 더 야속하다
그늘이 잦아드는 데로
바람이 주저앉는 데로
휘어지는 한이 질척하다
세상밖의 빛을 안으로 숨길
힘의 체널은 쥐 죽은 음악이다
무슨 궁리로 갈까
짊어 진 뚜껑으로 찍은 쉼표는
지겨워서 버릴 집은 아니다
던질 수없는 우주가 너무 좁았다
껍질을 벗어 버리고
어디론가 살아진 속살
눈을 감고 뱉어 버리는 걸죽한 액체는
냄새도 없는 피로 쓴 일기였다
홀로 담당할 한 생이 억울했다
잎에서 잎으로 매달린 한이다
 
 
이소 / 송용탁
 
 
북항에 허기진 안부가 도착했다. 눈 내려도 쌓이질 않았다. 선사의 바다만 매달리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배를 밀며 살아온 족속들. 해안에 멈춘 물결이 가득하다. 둥근 해를 타고 제 몸으로 유빙이 된다. 한 무리가 먼저 그리움처럼 쏟아진다. 여름이 끝나지 않는 이유를 송곳니는 모른다. 원경은 늘 아름답고 근경은 슬펐다. 뒤를 따르는 건 이제 뭍이다. 수화가 힘든 지느러미는 불구라고 부른다. 빙하는 벽지라서 뭍을 사육하기 힘들고 소실된 소식은 심해어에게 뿌려진 밑밥 같았다. 그래도 무리는 물결처럼 쉬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파랑처럼 숨을 놓지 않았다. 바다가 무리를 우리를 뒤에서 밀어주고 있었다. 녹지 않은 대륙으로 배를 밀고 있었다. 토막난 극야를 줍는 족속들이 있다. 뱃가죽이 하얘진다. 유빙은 절박함의 또 다른 이름이라서 약한 놈을 입에 입으로 이어 물고 북항을 어슬렁거린다. 전쟁은 한 편으로 끝나지 않는 것. 무리는 우리는 언 땅을 찾아 다시 나선다. 배가 닿은 곳 모두 길이 되었다. 흰 내장이 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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