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관 동시집
이준관 동시집

 

 

 

 

 

 

 

 

 

 

흥얼흥얼 흥부자
            

길을 갈 때도 흥얼흥얼
그림 그릴 때도 흥얼흥얼
숙제할 때도 흥얼흥얼

친구와 다퉜다가도
금세 친구와 머리 맞대고 
콧노래 흥얼흥얼

“너, 흥부처럼 흥이 많구나”
“그럼요, 당근이죠”

승희는 흥얼흥얼 흥부자
누구라도 승희를 만나면
승희처럼 흥부자가 되죠 


나 혼자 할 수 있어 
      

나팔꽃아 나팔꽃아
담장 위를 
뻘뻘 기어오르느라 
힘이 들지.
내가 도와줄까?

아니야 아니야
나 혼자 할 수 있어.

뻘뻘뻘 땀을 흘려야 
송송송 땀방울 같은 
꽃들이 피는걸.


어쩐지 어쩐지 
         

내 신발주머니에 
개구리를 집어넣어 
나를 놀래키고

못 가 못 가
내 앞을 가로막기도 하고

내 별명을 부르며 
혀를 날름 내밀며
달아나다가도

내 주위를 
잠자리처럼 
뱅글뱅글 맴도는

앞니 두 개 빠진
이동준!

어쩐지 
어쩐지
얄밉상스럽지 않다


콩콩콩 
     

콩꼬투리 속에서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통통 여문 자신을 
또 얼마나 자랑하고 싶었을까요

가을 햇볕에
콩이 
콩콩콩 튀어나와요 

콩아 
마음껏 콩콩콩 굴러라

땅이 
콩콩콩 울리도록 


마중
        

친구 집에서 숙제를 하고
늦게 집에 갈 때면

달이 둥실
마중 나온다

별들이 종종종
마중 나온다

마을의 불빛이
초롱초롱 
마중 나온다

엄마처럼 
모두 
마중 나온다  

 

■ 작가의 말 ■

 

▷ 등단 50년 기념 동시집을 펴내며

 

올해는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한 지 50년이 되는 해입니다. 신춘문예 당선소식을 들었을 때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때 나는 약속을 했지요. 평생 어린이를 위해 동시를 쓰겠다고. 그 약속을 지켜 50년 간 한결같이 동시를 써서 기쁩니다. 나는 동시를 쓰면서 즐거웠습니다. 어린이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행복했습니다. 등단 50년을 맞아 다시 한 번 약속을 합니다. 좋은 동시를 쓰기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하겠다고.

이번 동시집에서는 아이의 말과 행동을 눈여겨보고 썼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썼습니다. 어른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도 아이의 눈으로 보면 보입니다. 아이들의 눈으로 보고, 아이들처럼 생각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담자는 생각으로 동시를 썼습니다.

아이들한테서는 배울 점이 많습니다. 아이들은 무슨 일이든 낙천적이고 희망적이고 긍정적입니다. 힘겨운 세상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바람 나고 흥에 겨운 아이들의 동심입니다. 특히,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동심입니다. 언제나 흥얼흥얼거리는 흥이 많은 흥부자의 아이들처럼 세상이 흥겨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소망을 담아 이번 동시집을 펴냈습니다.

등단 50년을 맞아 새로운 동시의 길을 찾아 나서려고 합니다. 이번 동시집으로 등단 50년을 정리하고 다시 새롭게 출발하려고 합니다. 예쁜 그림을 그려준 윤지경 화가와 정성을 다해 책을 만들어준 고래책빵 편집진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021년 장미꽃이 예쁘게 핀 날에    이준관

              

시인 이준관
시인 이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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