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객의 잠
불 꺼진 계단 술 취한 골목
가지런히 벗어놓은
낡은 운동화 위
굵은 눈발이 쌓이누나!
어서 일어나요,
여긴 길바닥이에요!
예서 자면 영영 고향으로 가요!
차비가 없는 걸까?
집을 잃은 걸까?
어쩌다 예까지
나그네로 왔을까?
한참 지나 급히 온
또 다른 취객이
넋을 놓고
한탄하는구나!
집 간다 해놓고,
왜 여기 누웠니?
예가 집이냐, 이놈아!
굵은 눈발 자꾸
골목을 덮는데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2) 할배의 춤
참 요망스러워!
이 할배 술만 취하면
출구 앞에 서서
그 노래 또 하누만!
웬 처녀 뱃사공이
영등포에서 노를 젓겠나?
찻길이 두만강 같고
라이트가 강물 같은가봐?
강물에 휩쓸려간 그 할매
저 취객 같은가 보네?
저 꼴 좀 보소,
춤사위 신명이 났네!
3) 고향의 밤길
대림동의 요염한 밤은
모든 불빛이
색다른 치마를 입고
사내들은 휘황한 밤에도
검은 마음
선글라스로 가리는구나!
고향의 밤은 너무 캄캄해서
누가 베어간 코
두만강 따라 흘러갔다데.
독한 술 양껏 마셔도
아린 바람 너무 시려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데,
흥이 나지 않아도
흘러간 옛 노래
굽은 길 따라 길게 부른다네.
동북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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