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은주 약력: 1986년 도문 량수 출생, 연변대학교 문학석사, 연세대학교 문학박사, 현재 연세대학교 시간 강사, 건국대학교 인문학연구원 객원연구원, 재한조선족작가협회 부회장.
전무식 평론가

1) 취객의 잠 
 

불 꺼진 계단 술 취한 골목 
가지런히 벗어놓은  
낡은 운동화 위 
굵은 눈발이 쌓이누나! 
 
어서 일어나요,   
여긴 길바닥이에요! 
예서 자면 영영 고향으로 가요! 
 
차비가 없는 걸까? 
집을 잃은 걸까? 
어쩌다 예까지 
나그네로 왔을까? 
 
한참 지나 급히 온 
또 다른 취객이 
넋을 놓고  
한탄하는구나! 
 
집 간다 해놓고,  
왜 여기 누웠니? 
예가 집이냐, 이놈아! 
 
굵은 눈발 자꾸 
골목을 덮는데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2) 할배의 춤 
 

 
참 요망스러워! 
이 할배 술만 취하면 
출구 앞에 서서  
그 노래 또 하누만! 
웬 처녀 뱃사공이   
영등포에서 노를 젓겠나?  
찻길이 두만강 같고 
라이트가 강물 같은가봐? 
강물에 휩쓸려간 그 할매 
저 취객 같은가 보네? 
저 꼴 좀 보소, 
춤사위 신명이 났네! 
 

  
3) 고향의 밤길 
 
 
대림동의 요염한 밤은 
모든 불빛이 
색다른 치마를 입고 
 
사내들은 휘황한 밤에도 
검은 마음  
선글라스로 가리는구나! 
 
고향의 밤은 너무 캄캄해서 
누가 베어간 코  
두만강 따라 흘러갔다데. 
 
독한 술 양껏 마셔도 
아린 바람 너무 시려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데, 
 
흥이 나지 않아도 
흘러간 옛 노래  
굽은 길 따라 길게 부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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