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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한국인 되기도 힘들어..'울화통 터지는' 귀화절차
동북아신문 기자  |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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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5.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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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2년째 “기다려라”…시험도 7일전 벼락통보



‘재수’ 할래도 기약없어…허가예정일 사전통보 안해
8명이 연 5만건 처리 과부하…법무부선 “증원협의”


23만7517명. 한국에 합법적으로 머물고 있는 외국인 수다.(통계청 2005년말 집계) 이 가운데 4만5천여명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고 줄을 서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선뜻 이들을 받아주지 않고, 줄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왜일까?

#1. 이란 국적의 모하마드 하세미안(37)은 요즘 애가 탄다. 지난 2005년 4월 대한민국 국적 신청을 했지만, 2년이 넘도록 이렇다 할 답이 없기 때문이다. 문의할 때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기다리라”라는 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하세미안은 14년 전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지난 2002년에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까지 했다. 국적 취득 자격에는 문제가 없는 셈이다. 경기 양주시 셔터 공장에서 일을 하는 그는 “한국인 동료들과 같은 일을 하고도 월급은 20% 정도 덜 받고, 그나마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하면 외국인이라고 가장 먼저 쫓겨난다”며 “국적이라도 얻으면 차별이 덜할까 싶은데, 왜 국적 얻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2. 선양 출신의 중국동포 박장면(55)씨는 2005년 5월 국적 신청을 했다. 어머니 이재룡(83)씨가 한국 국적이어서 쉽게 국적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법무부로부터 귀화 자격시험을 보러 오라는 통보를 받기까지 무려 1년 반의 세월이 흘렀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월 귀화 자격시험에서 보기 좋게 떨어졌다. 박씨는 ‘재수’를 해야 하는데, 다음 시험이 언제일지 모른다. 법무부는 시험 1주일 전에야 ‘벼락 통보’를 하기 때문이다. 경기 부천의 용접기 공장에서 일하는 그는 “도대체 언제까지 또 기다려야 할지 몰라 답답하기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국적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의 ‘거북이 행정’으로 귀화를 신청한 외국인들의 속이 까맣게 타고 있다. 이들은 국적 신청에서 취득까지 보통 1~2년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로부터 귀화 허가를 기다리는 외국인은 4만5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평촌에 있는 법무부 국적난민과 민원실에는 귀화 허가 상황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중국 지린성 출신이라는 류영남(73·여)씨는 “2005년 1월에 신청을 했는데 답이 없어 답답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류씨가 민원실로부터 받은 답변은 “신청이 너무 많으니 조금만 기다리라”는 것뿐이었다. 서울 가리봉동에서 왔다는 중국동포 박동수(54)씨도 “답답해서 일도 하루 쉬고 법무부를 찾아왔다”며 “언제 결정이 난다는 말이라도 해주면 좋겠는데 무작정 기다리라고만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적 취득까지 이렇게 길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적 신청 건수는 해마다 급속히 늘어나지만, 법무부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적 신청은 2002년 2만4천여건이던 것이 2005년에는 5만건을 훌쩍 넘었다. 3년만에 두배가 넘은 셈이다. 이에 견줘 법무부 국적난민과에서 국적 관리 업무를 맡은 직원 수는 고작 8명. 그나마 고정된 직원은 5명뿐이고, 나머지 3명은 업무지원 나온 이들이다. 이들이 일주일에 처리하는 귀화 신청은 400여건. 일주일에 새로 신청되는 게 600여건인 점을 감안하면, 사태는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귀화 신청자들에 대한 행정 서비스도 엉망이다. 기자가 국적난민과 상담전화로 나흘 동안 20여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줄곧 통화중이었다. 귀화 자격시험 일시나 귀화 허가 예정 날짜를 사전에 통보하지도 않는다. 귀화 신청자로서는 몇년이 걸릴지 모르는 허가를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귀화 심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름 밝히길 꺼린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의 한 직원은 “업무가 폭주하다보니 귀화 심사도 꼼꼼히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나도 한국인!>이라는 귀화 안내서를 낸 노수환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은 “국적 허가 기한이 없다고 해서 정부가 귀화를 신청한 사람들을 너무 오랫동안 방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규근 법무부 국적난민과장은 “예산과 인원이 부족하다보니 불가피하게 생긴 상황”이라며 “관련 인원을 늘리기 위해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귀화 종류는?…히딩크는 ‘특별귀화’ 무산

일반귀화=만 20살 이상이고 국내에 5년 이상 계속 거주한 외국인이 경제적 자립 능력을 가지고 국적 자격시험(국어 및 기본소양)을 통과하면 국적을 얻는다. 그러나 1991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 국적을 얻은 3만여명 가운데 일반귀화자는 50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간이귀화=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던 재중동포의 2세 등에게 적용된다. 부모 가운데 한명이 국적을 회복하면, 자녀들은 국적 자격시험을 치른 뒤 국적을 받을 수 있다. 전체 귀화자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결혼귀화=나머지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한국인 배우자와 2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면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귀화자격을 얻을 수 있다.

특별귀화=한국에 특별한 공로를 세운 경우. 문제는 특별 귀화를 위해선 단일국적주의에 따라 원래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2002년에 거스 히딩크 당시 축구대표팀 감독의 특별귀화도 이 때문에 무산됐다. 지금까지 특별 귀화자는 단 한명도 없다. 유명무실한 제도인 셈이다.



[한겨레]/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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