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간편대출이 중국에서 '뜨거운 감자'다.

중국 차량예약서비스 업체인 디디추싱(滴滴出行)앱을 켜자 '대출'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생활정보 서비스 플랫폼 58퉁청(同城), 카메라앱 뷰티캠 등도 마찬가지다. '대출' 메뉴를 앱 안에서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신설했다. 모두다 대출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앱이지만 저마다 저금리, 훙바오(紅包) 등을 미끼로 계좌개설을 유도하고 있다.

 

각종 앱, 훙바오·무료 VIP 멤버십 등 광고를 통해 대출 유인
칭다오(青島)에 사는 한 시민은 평소에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앱 뷰티캠을 즐겨 사용한다. 그런데 최근 이 앱을 사용할 때마다 '최고 88.88 위안(약 1만5천 원) 훙바오 지급합니다'라는 팝업창이 떴다. 팝업창의 훙바오를 클릭하자 나타난 건 중국 뷰티앱 메이투(美圖)에서 운영하는 '메이투(美圖) e지갑'사이트였다. 메이투는 뷰티캠을 만든 기업이다.

'메이투 e지갑'사이트 화면에 '대출한도 최고 20만 위안(3천500만 원)'과 같은 광고들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그는 "카메라 앱에서 왜 대출 광고가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간편대출 서비스를 내건 앱은 뷰티캠 뿐이 아니다. 중국의 오피스프로그램 'WPS Office'도 저금리, 무담보로 최고 9만6천400 위안(1천687만 원)까지 대출 가능하며 연 이자율은 7.2%부터 시작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한 동영상 앱은 '3개월 무료 VIP 멤버십 제공' 문구로 사용자를 유인해 '신규 고객 30일 무이자 혜택' 등 온라인 대출광고를 했다.

이렇듯 중국에서 앱 간편대출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지만 문제발생 시 책임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

어느 소셜앱은 금융기관의 협력사로 대출서비스 광고를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해당 플랫폼에서 대출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분쟁 발생 시 당사자인 차입자와 대출기관이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편대출 뒤에 가려진 암담함

차량이용, 동영상 등 생활 서비스 관련 앱은 방대한 규모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 가입자가 대출을 꼭 받으려고 했던 게 아니란 점.

간편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은 각종 광고를 통해 대출기능을 활성화하도록 사용자를 유인한다.

'실시간 심사, 바로 입금'과 같은 홍보 문구도 자극적. 여기에 대출심사도 말도 안 되게 느슨하다. 이름과 신분증 번호를 입력 후 안면인식을 거쳐 대출금을 입금 받을 카드와 연동만 하면 대출이 가능하다.

사전에 공지한 연이자율과 실제 대출을 받았을 때 내야 하는 연이자율 차이도 크다. 한 앱은 최저 연이자율이 7.2%밖에 되지 않는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론 23.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인터넷 민원소송 플랫폼에선 일부 앱이 대출상환금을 중복 징수하며 높은 이자율을 책정하고 한번 대출신청을 하면 취소가 안되는 등의 문제가 많이 제기됐다.

과도한 상한액도 문제점이다. 중국에서는 보통 신용카드를 신청할 때 초기 한도는 2만~5만 위안(350만~875만 원) 정도로 책정된다. 이에 비해 앱에서 제공하는 대출금 한도는 30만~50만 위안(5천254만~8천757만 원)으로 훨씬 높다. 하지만 만약 대출을 연체하게 되면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등 신용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그 외에 개인정보보안이라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 올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앱 84개가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금융기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전문가는 소액이나 중간액수의 대출플랫폼에서 개인정보유출이 쉽게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플랫폼들이 자신의 이익을 채우기 위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용자가 어떤 대출플랫폼에서 대출신청한 기록이 있을 시 다른 대출플랫폼에서도 대출권유 전화를 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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