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임종찬
시/ 리범수

진초록 풀향기

—우상렬 형을 보내며


임종찬

 

진초록 풀향기가 아리도록 매웁더니

시절을 앞세우고 낙엽으로 지단 말가

빈 터만 허전히 남은 이 적막을 어쩌나.

 

몸이야 흙이 돼도 영혼은 길이 남아

모교의 언덕받이 꽃으로 다시 피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그 향기가 번지리.


우 형과는 각별한 관계였습니다만 애석하고 안타까와 이런 시조를 썼습니다. 통금이 풀리면 그의 무덤을 찾겠습니다. 사모님에게 심심한 애도를 전해주시고 이웃들에게도 제 심정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임종찬 : 부산대 명예교수

 

돌이 굴러갑니다

—우상렬 교수 령전에 삼가

리범수

 

여기
돌 하나가 굴러갑니다
뫼도 아니고 먼지도 아닌
그냥 돌 하나가 굴러갑니다
물을 만나면 물인척
불을 만나면 불인척
쇠도 아닌 돌이 굴러갑니다
구르는 몸짓은 노래도 없이
부르는 노래는 떨림도 없이
데굴데굴 으라챠챠 굴러만 갑니다
높낮이가 없는데 우아래가 있으리오
길고 짧음이 없는데 영원이 있으리오
그렇게 굴고 굴다가
모래가 되여 티끌이 되여
마냥 굴러갑니다
굴고 굴고 또 굴다가
헛헛한 웃음의 바다속에
불꽃 없는 부시가 되여
무늬 없는 물결이 되여
풍덩
떠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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