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철(경제학박사, 서울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전 파라과이 교육과학부 자문관)
이남철(경제학박사, 서울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전 파라과이 교육과학부 자문관)

넛지’(Nudge)란 팔을 잡아끄는 것 같은 강제보다 팔꿈치로 옆구리를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이다. 경제학적 의미로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한다. ‘넛지효과는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시카고대 교수와 캐스 선스타인(Cass R. Sunstein) 하버드대 교수가 공저한 넛지에 소개된 말이다. 넛지효과로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스키폴 공항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곳 남자화장실 소변기에는 중앙부분에 파리가 그려져 있다. 대개 남자들은 소변을 볼 때 조준하는 방향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변기주변이 더러워지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파리라는 목표물을 그려놓자 자연스럽게 기에 집중하게 되어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을 80 퍼센트나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장치를 일반 가정집에 설치해 놓으면 넛지효과가 있을까? 일반주택은 가능하겠지만 아파트에서는 남자 소변기를 별도로 설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가정에는 소변기가 따로 없고 남녀 공용인 양변기뿐이라 남자가 큰 것 말고 소변을 볼 때도 화장실 변기에 쭈그리고 앉아 볼일을 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남자가 집에서 힘이 부족해서인지? 여권 신장인지? 화장실 문화가 달라진 영향인지

소변을 보면서 정조준을 못해 변기 밖에 물방울이 사방에 뛰기라도 한다면 소변으로 인해 변기 주변을 오염시켜 남녀가 변기를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는 가정에서는 여성들에게 심한 불쾌감을 준다. 남자들이 공중화장실은 그렇다 치더라도 집 화장실에서까지 여성들이 싫어하는데 굳이 서서 소변을 보아야 할까? 나이 들면서 가정에 평온함을 생각하니 앉아서 일보는 것이 편안해 진다. 이는 필자가 요즈음 경험하는 일이다

최근 소변을 서서, 아니면 앉아서 보는 것이 더 건강에 좋은지? 갑론을박하는 글을 읽고 어릴 적 많이 사용했던 요강에 대한 추억이 내 뇌리를 스쳤다. 젊은 사람들은 이 도구를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우리말 요강은 한자말 요강(溺缸)에서 유래한다. 조선시대에는 이밖에 요공(溺釭), 요강(溺江), 설기(褻器), 수병(溲甁) 따위로 적었다.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에는 요기(溺器)로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에서는 오줌단지’(·호남), ‘야호(夜壺)’라고도 불렀다. 요강이라는 말 속에 항아리 또는 푼주의 뜻이 포함되어 있듯이, 항아리와 푼주는 곧 그 용기의 형태를 암시한다

요강은 방에 넣어두고 용변을 보는 실내용 변기이다. 주로 방에 놓고 사용했지만 결혼해 신행(新行)길 오른 신부의 가마속에 으레 자리 잡고 있던 것도 바로 요강이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도 가급적 요강에 대변은 보지 않는 것이 예의이다. 사실 요강의 구조가 남녀를 불문하고 대변을 볼 때 소변이 같이 나오는 사태에 대해서는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남자의 경우 요강단지를 들고 볼일을 보거나 아니면 무릎을 꾸부리고 볼일을 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어머니, 누나의 경우는 항상 그 자세가 꼭 같았다는 점입니다. 전통사회에서는 남자가 앉아서 소변을 보면 X 떨어진다고 하여 기피되었다

시골 한옥의 구조상 추운 겨울에는 마루에 내다놓은 요강이 얼곤 했다. 차가워지진 놋쇠요강을 들고 소변을 보기가 매우 성가신 일이다. 그래서 방 안에 요강을 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잠자리가 험악한 필자는 잠결에 몸부림치다 요강을 자주 차곤 해서 아버지로 부터 많은 꾸지람을 들었다

쇠요강의 경우 일제 때 일본군이 쇠붙이 수집령을 내렸을 때도 예외 없이 수탈당했던 대상이기도 하였다. 1970년 초까지 시골에서 유용하게 했던 요강이 수세식 변기가 차츰차츰 보급되기 시작하며 급속히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현대에도 병원에서 자력으로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쓰기도 한다. 어린이, 아웃도어, 고속도로 위, 재난상황 등을 고려해 시중에 판매되는 간이변기도 있다. 보통 흡수제가 수분과 냄새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반상(班常)이 엄연했던 조선시대(朝鮮時代)에는 양반들은 유기에 백자(白磁). 청자는 물론 오동나무통에 옻칠까지 해서 썼는가 하면, ‘요강담사리라는 전담머슴까지 두었다. 중국에서도 1930년대에 대도시마다 서양식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하기 전까지는 대변을 보기 위해 요강을 마련하는 일이 일상적이었다. 특히 여자들이 요강을 자주 썼는데, 중국에서 요강은 마통(馬桶)이라고 불렸고, 나무나 함석으로 만들었다

최근 남성들이 앉아서 소변보는 것에 대한 장단점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된다. 다양한 자세에 따라 배뇨에 큰 차이는 없고 서서보는 것이 더 좋다고 하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말 앉아서 소변보는 것이 남성의 전립선 건강이나 성기능에 도움이 될까

지금까지도 전문가마다, 국가마다, 연구대상마다 다른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08년 사우디아라비아 연구발표는 앉아서 소변을 보면 배뇨속도가 빠르고 방광의 잔뇨가 더 적다고 소개하였다. 이는 젊은 남성이고 소변 량이 많을 때에 한한다는 전제조건을 제시하였다. 2005년 스칸디나비아 사례는 건강한 남성이 앉아서 소변을 보나 서서 보나 잔뇨량이나 배뇨속도 등에 전혀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전립선 비대증이 있는 경우에는 앉아서 소변볼 때 잔뇨량이 더 적다고 발표하였다. 2010년 인도 경우는 정반대로 서서 소변을 보는 경우 요속이 빠르고 잔뇨도 더 적다고 보고하였다

이슬람권에서는 오래전부터 남성들이 앉아서 소변보는 관습이 있어서 공공화장실에 남성용 소변기가 없는 경우도 많다. 이슬람권의 엄격한 율법 때문에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 이는 남성이라 해도 성기를 남에게 보여주는 것을 금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건물 때문에 생기는 층간소음으로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자신들의 당사내 화장실을 이용하는 남성들은 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봐야 한다는 규정을 스웨덴 쇤데르만란트 한 지역정당이 당규로 규정하였다. 일본 마이지치신문은 일본 남성 중 33 퍼센트 이상이 앉아서 소변을 본다고 보도하였다. 그 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로 속옷 앞부분에 구멍이 막힌 디자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한다

전문의들에 의하면 남성이 50대가 되면 전립선 내부에 비대성 병변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래서 흔히 남자 50대를 전립선 연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립선비대증은 전립선이 커지면서 요도를 압박해 소변이 잘 안 나오는 질환이다. 전립선비대증이 있으면 방광 수축능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앉은 자세여야 복압이 올라가면서 배뇨에 도움을 준다. 소변을 보면 소변이 나오는 길인 요도를 조이는 근육인 요도괄약근이 더 쉽게 열리는 장점도 있다.남성은 선 자세에서 음경을 잡고 살짝 들어준 자세를 취해야 소변이 잘 나온다. 그래야 'S' 모양으로 두 번 꺾여있는 남성 요도가 바로 펴지기 때문이다. 좌변기에 앉아서는 이런 자세를 취하기 어렵다.  

이 지구상의 여성들이여! 요즈음 코로나19 등 수많은 스트레스로 힘들게 살아가는 많은 중년남성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비만, 당료, 고혈압 등과 같은 대사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전립선비대와 발기부전에 함께 영향을 미치므로 소변 발과 정력 사이의 관계가 아주 없다고는 단정적으로 이야기 할 수 없다. 약해진 소변줄기에 은근히 기죽어 있는 남성들에게 자꾸 야단을 치면 오줌 누기 장애가 심해지고 빨리 노쇠하게 된다. 남성들에게 앉아서 소변보라는 부담을 주지 말자. 남성들은 정확하게 조준하고 요령껏 마무리를 잘해서 소변이 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공중 화장실의 남성용 소변기에  앞에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 광고문을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에서도 노령인구의 증가와 정보매체에 의한 관심의 고조로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의료보험연합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10년 전에 비하여 전립선비대증으로 진료 받은 환자의 수는 4-6배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립선비대증이 있으면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이 배뇨에 도움을 준다고 많은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말하고 있다.  

많은 남성들이여! 가정뿐만 아니라 공중화장실에도 많은 튀긴 소변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가! 우리 조상들이 애용했던 요강을 가정에서 사용해 보면 어떨지! 김삿갓, 병연(1807~1864)요강의 공덕을 기리는 시를 남겼다.  

賴梁深夜不煩扉(요강 덕분에 밤중에도 귀찮게 드나들지 않으니)   

중략 

最是功多風雨曉(가장 큰 네 공은 비바람 치는 새벽에 빛나고)“라고.  

필자는 어릴 적 밤에 화장실을 가는 것은 성가시고 공포심을 자아내는 일이었다. 전기도 들오지 않는 깜깜한 밤에 호롱불을 켜고 방에서 20-30 미터 떨어진 곳으로 일보러 가야했기 때문이다. 마당에 흰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밤에는 뒷간에 가는 일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이 어려움을 해결해준 요강에 대한 추억이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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