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03-12-17

불법체류 중국동포의 강제추방에 반대하며 국적회복운동을 벌여온 서울조선족교회가 돌연 중국동포들의 연내 귀국을 종용하고 나섰다. 중국동포들은 교회 쪽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혼란과 불안으로 술렁이고 있다.

◇ 자진출국 뒤 돌아올 수 있나= 이 교회 서경석 목사는 17일 서울조선족교회(구로구 구로6동)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안에 자진출국하는 불법체류자는 6개월 뒤 고용허가제로 재입국하는 길을 열어주겠다고 정부가 약속했다”며 “이 약속에 따라 국적회복신청과 단식농성에 참가해온 동포 5700여명의 귀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 목사는 또 “귀국을 원하는 동포들의 명단을 만들어 정부에 제출할 것”이라며 “재입국 때 혜택을 주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는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 돌아간 동포들이 체포되거나 거액의 벌금을 물고 있다는 소식(<한겨레> 15일치 10면)과 관련해서도, 서 목사는 “지난 18일 이후 조선족교회 쪽에는 이런 사례가 접수된 게 없다”며 “일단 중국으로 돌아갔다 다시 나오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올해 안 출국자에 대해 내년 고용허가제로 재입국하는 길을 열겠다는 방침을 세운 건 국적회복운동의 성과”라고 주장했다.

재입국 보장 논란속 “망명 내모는 일”비판
조선족교회 “국적회복운동 5700명 선귀국 후입국”
하지만 귀국한 중국동포들이 고용허가제로 재입국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부가 아직 고용허가제 대상국을 선정하지 않은데다, 중국이 포함되더라도 고용허가제 명단은 중국 정부가 작성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 노동여성심의관실 정하영 과장은 “정부가 약속한 것은 합법적 절차를 거쳐 재입국하는 모든 외국인노동자들은 이전의 불법체류를 문제삼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국적회복운동을 한 이들한테 별도의 특혜를 주기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 중국동포들 동요·반발=중국동포들 사이에서는 “재입국에 필요한 서류를 중국 정부가 발급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퍼지고 있다. 더구나 최근 중국에서 신변 위협 우려가 커지고 있어 조선족교회의 국적회복운동에 참여했던 중국동포들은 교회 쪽의 우선 귀국 방침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7년째 불법체류 중인 유아무개(51)씨는 “지난달 중국에서 딸이 전화를 걸어와 ‘한국에서 돌아오는 불법체류자는 10만위안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기사가 신문에 나왔으니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며 “확실한 안전 보장도 없는데 이제 와서 귀국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동포(52)는 “서 목사가 중국 정부로부터 신변보장 확인서를 받아오지 않는 한 다시 한국에 올 수 있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며 “이렇게 오도가도 못하게 됐는데, 국적회복운동을 왜 시작했느냐”고 따졌다. 7년 전 헤이룽장성에서 왔다는 심아무개(62)씨도 “어제 교회에 오다가 몇 명이 단속반에 붙들려가는 바람에 밤잠을 못이뤘다”고 불안해했다.

이에 대해 국적회복운동을 비판해 온 재외동포연대추진위의 김해성 목사는 “이제 이 운동에 참여한 중국동포들은 망명밖에 길이 없는 아주 곤란한 처지에 이르렀다”며 “대다수 중국동포들이 바라는 재외동포법 개정을 통해 자유왕래를 보장하는 게 이들의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지은 김진철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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