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식사 


무릎이 시릴만큼 찬바람도 끝이없다
좁디좁은 방구석 조금씩 밀려오는  
고약한 하수구냄새 마음마저 쓸쓸하다 

식탁위 반짝이며 못보았던 은수저 한벌 
누군가 마지막으로 슬며시 준비해준 
수줍은 그 손길들이 다시금 떠오른다

가슴속 허전함에 집밖을 나와보니
때마침 지나가는 배고픈 길고양이 
나이가 드는건 점점 외로움이 더함인가


겨울의 항구


몰아치는 파도에 눈물을 흘리면서
매서운 추위에도 얼지않는 바닷가 
고집센 얼굴과 함께 사진들을 담아본다

아무도 찾지않는 고요한 나의시간
항구도 쉬고싶어 배들을 재워놓고
갈매기 서너마리 길가에 사뿐히 내려앉으면

하얀눈 얼어가는 그리운 마음처럼
지친파도 철썩이는 소리만 남겨논채
항구옆 서글픈 바다 퍼렇게 멍들어가네   

  
아부지의 감나무


뒷마당에 떨어진 무성한 감나무잎
주섬주섬 모아다 마당가득 풍겨오면
아부지 엄니가 이거 빨리와서 드시래유

눈에익어 익숙한 춤추는 긴 감장대
툭툭소리 함께내며 제할일을 만끽하네
아부지 이거 학교에 가져가도 되지유

떫은맛 풍기더니 커다란눈 감게하네
윽-테테텟! 지르듯 튀어나온 말한마디
아부지 저기 더큰거 저걸로 저거저거유

옷자락 비벼대고 손으로 만져보면
아직은 익지않아 딱딱하고 작은감
아부지 올해도 감들이 많이 열렸네유


치통齒痛


찬바람 스쳐가다 이빨로 스며들면
계속되는 스트레스 신경쓰는 집안일
우욱신 머리끝까지 진통이 전해진다

펼쳐진 음식들은 맛있는 그림의 떡
한입씩 씹을때마다 모여드는 주름살
나이가 들면 다른곳도 이만큼 저리겠지

움켜진 수건속에 숨겨진 흐린눈물
주위에 찌그러져 뒹구는 깡통처럼
찡그린 세월 아파도 그렇게 또 굴러가겠지


가을이 오면


아들같이 귀여운 곰살궂은 강아지
아침부터 졸라대며 긴바지 물어뜯고
지긋한 시골향냄새 자리를 움직이네

슬리퍼 끌어대며 나와도 편안햇빛
높아진 하늘위에 다가오는 잠자리
아담한 정자 옆에서 즐겁게 휭휭도네

고즈넉한 산솔길 읆조리는 시한편
불타는 낙엽만큼 허전한 눈빛하나
스치는 가을 바람에 마음도 붉어지네

시조시인 유한아
시조시인 유한아

 

 

 

 

 

 

 

■ 프로필 ■

․ 학력 : 대구대 교육대학원 졸업
․ 등단 : 월간 문학세계 시조부문
․ 저서 : 그림처럼 그려보는 조용한 삶의 항구. 꿈꾸듯 변해가는 항구의 계절
․ 수상 : 청마문학제 및 한춘문학상, 한민족통일문예제전 등 다수
․ 현) 예천문협 및 경북문협 회원. 경남 대산초 특수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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