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지난달 27일 양기대ㆍ김철민 두 의원이 고향인 전북을 찾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 자리에서 양기대 의원은 "캠프에서는 이낙연 후보의 급격한 상승세와 바닥 민심 변화로 오는 8월 초 골든크로스를 찍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이낙연 후보 캠프에서 양기대 의원은 총괄수석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핵심 인사이기 때문에 그의 발언은 캠프의 의중을 대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낙연 캠프는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네거티브 강공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려 7월 말 또는 8월 초에 골든크로스를 한 뒤 정세균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거쳐 역전한다는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철민 의원은 정세균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대해 "지지자의 열망에 자연스럽게 연대도 이야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해 이같은 의중을 내비쳤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8월 초 골든크로스는 이뤄지지 않았고 예측은 빗나갔다.

이낙연 캠프는 몇가지 점에서 오판을 한 듯 하다.

우선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문제이다. 이낙연 캠프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통해 이탈한 표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쪽으로 몰려올 것이라고 본 듯 하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이 지사의 지지율은 큰 변동이 없었다. 네거티브 공세에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다져진 지지도라는 뜻이다. 이 전 대표의 지지도는 초반 반짝 상승이 있었으나 이후 계속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네거티브를 주도한 이 전 대표에 대한 비호감도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일 발표한 대선 후보 호감도 조사(오마이뉴스 의뢰) 결과 이 전 대표의 비호감도는 57.1%로 56.5%인 이 지사를 앞질렀다. 네거티브 공세로 기대한 만큼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한 채 비호감도만 높였다는 뜻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지나친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피로감의 증가와 면역력에 있다. 정치의식이 높은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은 이 전 대표 캠프가 주도한 네거티브 공세에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 원팀 정신을 해쳐 본선 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는 여론도 있다. 이 지사 관련 대다수 이슈가 성남시장ㆍ경기도지사 선거를 통해 심판받고 걸러진 것이기 때문에 면역효과가 있다는 점도 네거티브 공세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두번째 오판은 친문 지지층의 흡수 문제이다. 이 전 대표 진영은 이 지사를 공격해 친문 지지층과 분리하면 갈 곳을 잃은 친문 표심이 자연스럽게 몰려올 것이라고 생각한 듯 하다. 그러나 노무현 탄핵 당시 알리바이 논란과 문재인 정부 70점 발언 등으로 친문 표심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친문 적자(嫡子)'로 알려진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구속 이후 친문계 의원들이 사분오열됨에 따라 친문 표심 끌어안기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지사에 대한 이 전 대표의 네거티브 공격이 일부 먹힌 것은 사실이지만, 그 만큼 이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라며 "갈라진 친문 지지율이 각 대선후보 진영에 나눠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세번째 오판은 아젠다 세팅의 문제이다. 대선 경선에서 정책 아젠다의 세팅은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이 지사측이 '기본주택ㆍ기본소득 시리즈'로 정책아젠다를 선점하고, 이를 둘러싼 공방으로 정책토론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TV토론 등에서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의 기본소득과 기본주택을 비판할수록 '기본 시리즈'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선거는 늘 정책어젠다를 선점한 후보가 유리하다.

네번째 정세균 전 총리와의 연대 문제이다. 이 전 대표 진영은 정 전 총리를 잠재적 우군이자 연대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정 전 총리측은 완주 의사가 확고하다. 연대는 합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전 대표가 골든크로스를 하지 못하는 경우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네거티브는 항용 선거판에서 후발 주자들이 선택하는 고육책이다. 항생제 처럼 일단 초기에는 효과가 있는 듯 보이나 갈수록 내성이 생겨 효과가 반감된다. 일단 내성이 생기게 되면 아무리 강한 네거티브 전략도 무용지물이 된다. 민주당 경선판에서 네거티브는 이제 효용이 없는 내성화 국면에 들어갔다. 따라서 정책선거, 포지티브 선거로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 이낙연 캠프가 심각히 고민해야 할 때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빙교수,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국기원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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