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지 않고 살아난 생명은 없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서울=동북아신문]최재천 교수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사회 생물학자 겸 생태학자다.

그는 서울대학교 동물학과를 졸업한 후 1979년 미국으로 유학,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생태학 석사과정을 거쳐 하버드 대학교에서 생물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재천 교수는 1992년 미시간대학교 조교수로 임용됐으나 1994년에 귀국한 후 2006까지 서울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2007년부터는 이화여자대학교 생명과학부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최재천 교수는 자신의 앎을 실천하는 참 지식인이다. 그는 1999년 동강댐 건설을 막기 위해 김대중 대통령에게 호소글을 보내 댐 건설 전면 백지화를 이끌어냈다. 2005년에는 호주제 폐지에 기여한 공로로 남성 최초로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기도 했다.

2012년에는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이자 침팬지 연구가인 제인 구달 박사와 손잡고 생명다양성 재단(J&J Biodiversity Foundation)’을 설립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는 초대 국립생태원장을 맡았으며, 2014년부터 2016년까지는 한국이 의장국을 맡았던 제13UN CBD(UN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UN 생명다양성협약) 당사국회의 의장을 맡았다.

그는 학자로서도 많은 성취를 이뤄냈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참여해 2010년 영국 출판사가 발간한 <동물생물학 백과사전>의 무척추동물사회행동 부문 편집장으로 발탁될 만큼 그의 명성은 높다. 그는 격년으로 열리는 국제사회성곤충연구회에서 2014년 학술발표회의 기조강연을 하기도 했다. <개미제국의 발견>, <통섭의 식탁>,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30여 권의 책을 단독 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저술했으며, <제인 구달의 생명 사랑 십계명> 등 여러 권의 책을 번역 출판했다.

올해 1011일부터 24일까지 중국 운남성 쿤밍에서 열리는 제15UN CBD 당사국회의와 관련된 조언과 소회 등을 듣기 위해 최재천 교수를 지난 716일 이화여자대학교 종합과학관에 있는 그의 사무실 서재에서 만났다.

2016년 7월 15일 충남 서천의 국립생태원에서 열린  ‘우리 들꽃 포토 에세이 공모전’ 시상식에서 최재천 원장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서 상장을 시상해 잔잔한 감동을 줬다.
2016년 7월 15일 충남 서천의 국립생태원에서 열린 ‘우리 들꽃 포토 에세이 공모전’ 시상식에서 최재천 원장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서 상장을 시상해 잔잔한 감동을 줬다.

생물다양성 파괴하면 엄청난 고통 올 것

 

지구상의 생명다양성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존재는 인류라고 본다. 생명다양성을 파괴한 반대급부로 인류는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어느 정도의 위험에 처해 있다 보는가?

 

너무 심각해졌으니까 정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 나의 스승이신 하바드대학의 E.O. 윌슨 교수는 <절반의 지구>라는 책까지 쓰셨다. ‘지구의 절반을 따로 떼놓자.’ 그런 과격한 제안을 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 한 미래는 암울하다. 프란체스코 교황님은 201911월에 에콜러지컬 신(ecological sin)을 인류의 원죄에 포함시킨다선언하셨다. 기독교에서는 교황이면 다냐그런 얘기도 있었다 한다. 그걸 반박할 논리가 없을 것 같다. 하나님이 모든 걸 창조하셨다.’ 그게 기독교의 교리 아닌가. 그러면 세상 모든 건 하나님의 피조물인데 그 피조물 가운데 하나인 인류가 자기가 힘이 세다고 다른 피조물을 괴롭히면 그게 죄가 아니면 뭐가 죄냐. 너무나 명확한 설명이다. 생태 파괴를 원죄라 선언하시고 두 달도 안 돼 코로나19가 터졌다. 교황님은 뭔가 다급하신 마음이 있으셨던 게 아닐까. 뭔가 밀려오고 있다 그렇게 느끼신 게 아닌가 생각 든다. 그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기후변화 문제로 많은 분들이 걱정 하고 있다. 내가 어쩌다 UNFCCC(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유엔 기후변화협약)에서 명예대사로 위촉을 받았다. 세계에서 네 명을 뽑았다. 필리핀의 환경에 적극적인 여성 국회의원 한 분, 남태평양 통가의 여성 환경운동가 한 분, 이집트의 환경친화적인 기업을 잘 운영하시는 사업가 한 분, . 무엇을 해야 되냐 물으니까 미국의 전 부통령 앨 고어 아바타가 돼 달라 요청했다. UNFCCC가 세계 곳곳에서 행사를 자주 한다. 그럴 때마다 시간 되면 참여해서 강연을 해달라는 것이다. 나는 강연 전문가로 초청된 것이다. 2017UNFCCC 아시아지역회의가 한국에서 한번 열렸다. 그때 환경부에서 기조강연을 해 달라 해서 영어로 40분 정도를 했다 UNFCC 본부 사람들이 와서 듣고 저 양반을 명예대사를 시키자이렇게 된 것이다.

나는 생물학자니까 오랫동안 생물다양성 쪽 관련 국제회의나 기구에 참여하고 다녔다. 기후변화문제가 심각해지니까 국내에서 기후변화 쪽으로도 초청을 받는 사람이 됐다. UNFCCC 명예대사로 첫 강연을 이집트에서 했다. 나는 평소에 하던 대로 기후변화가 중요하다. 그런데 어쩌면 더 직접적이고 더 시급하게 우리를 괴롭힐 문제가 생물다양성 감소일 거라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온도가 계속 오르고 있는데 사람은 에어컨 켜고 건물 안에서 안 나가면 어떻게 버틸 수 있지만 바깥에 있는 동식물들은 어떻게 할 거냐. 그동안 세계 지도자들이 계속 모여서 이번 세기에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2도 미만으로 잡아보자는 걸 합의를 보지 못하고 계속 싸움질만 하지 않았느냐. 2도만 올라가도 지구 생태계가 가지고 있는 생물다양성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예측이다. 그거를 합의를 못 보고 이번 세기가 흘러간다. 그래서 지구에 살고 있는 동식물 절반이 사라진다. 그랬을 때 과연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얘기를 한 시간 동안 했다.

생물다양성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대해서 잘 안다. 기후변화가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존재가 돼 버렸으니까 기후변화 공부를 안 할 수가 없다. 기후변화 쪽을 가보니까 그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기후변화만 알더라. 기후변화로 인해서 생물다양성이 사라진다는 것을 별로 심각하게 생각을 안 해본 거다. 명예대사가 첫 강연으로 그 얘기를 하니까 열몇 명이 줄을 섰고, 사진도 찍고 사인도 해달라고 했다. 내 강연이 감동적이었다는 거다. 왜 감동적이냐 물었더니 생물 다양성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지 몰랐었다는 것이다. 눈이 번쩍 뜨였다는 거다.

아마 인류는 기후변화보다도 기후변화가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면 그거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선 식량대란이 일어날 거다. 식량대란은 석유 대란과 다르다. 우리는 석유 한 방울 안 나지만 잘산다. 석유는 대체할 게 있다. 먹을 게 없으면 죽는다. 그 때문에 폭동이 일어나고 사회가 붕괴하고 말 거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기르고 있는 농작물의 꽃가루받이 80%를 꿀벌이 담당하고 있다.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문제가 보통 심각해지는 게 아니다. 아비규환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실제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무서운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의 토종벌 90%가 사라졌다. 이게 절반도 아니고 90%가 사라졌다. 심각하다. 무슨 이유인지 열심히 연구를 하고 있는데 그 이유를 확실히 밝히지 못했다. 제일 유력한 게 농약이다. 꿀벌은 꽃에 들어있는 식물의 단물을 채취하여 꿀을 만드는 건데 그 안에 농약이 다 들어있으니까 그게 축적돼서 그런 거다. 또 하나 유력한 학설은 벌통에 침투한 진드기가 문제라는 것이다. 일종의 유행병이다. 우리가 코로나19 겪는 것처럼 세계적으로 벌들이 진드기병을 않고 있다. 그런데 진드기가 없는 벌통에서도 힘들어하는 것으로 봐서 그것만이 원인은 아니다. 여러 가지 연구를 하고 있는 데 아직은 어느 것 하나가 원인이다라고 밝혀진 것은 없다. 종합적으로 여러 가지가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데 꿀벌은 무서운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 대해서는 일반인도 많이 알지 않는가. 기후변화로 노벨상도 받고 했으니까. 근데 IPBES(Intergovernmental Science-policy Platform on Biodiversity and Ecosystem Services, 생물다양성 국제과학기구)라는 기구가 2013년에 만들어졌다. IPCC를 흉내 내서 만든 기구다. 거기서 제일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가 꿀벌 이슈다. 세계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꿀벌이 사라지면 진짜 대체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우리가 길러 먹는 농작물의 80%가 사라질 건데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거다.

국립생태원에 있는 에코리움 사막관 프레리독 전시관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최재천 원장.
국립생태원에 있는 에코리움 사막관 프레리독 전시관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최재천 원장.

사고 전환시켜 조금씩 달라지는 삶 살아야

 

꿀벌 같은 종이 사라지지 않도록 생명다양성 유지를 위해서 인류는 어떤 형태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이 문제는 국경이 없는 문제다. 어느 나라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어쩔 수 없이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한 문제다. 국제적으로 해보려 하는데 세계 각국 대표들 모여서 해보면 합의를 끌어내는 게 결코 쉽지 않다. 그동안 가장 말도 안되는 짓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1, 세계에서 가장 부자 나라인 미국이 오바마 대통령 빼놓고는 공화당 대통령들이 계속 어깃장을 지른 거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약에서 탈퇴를 해버렸을 정도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제일 먼저 한 게 파리기후협약 재조인이다. 그것은 굉장한 상징성이 있는 거다. 문제가 심각하다 하는 것을 미국 국민과 세계에 확실하게 알린 거니까 바이든 대통령의 공이 크다.

내가 어쩌다 UN CBD(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회의 의장을 했다. 2014년에 우리나라에서 13차 당사국 회의가 있었다. 대개의 경우는 그 나라 환경부 장관이나 대통령이 하는데 당시 윤성규 환경부장관이 나더러 해달라고 해서 2014년부터 멕시코에서 의장을 맡을 2016년까지 의장이었다. 의장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게 국제기구라는 것은 참 어렵구나라는 것이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부가 있다. 멕시코도 가고 몬트리올도 갔다. 의장을 해야 되니까 의장석에 앉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누구 발언하세요, 누구 발언하세요 어느 나라 차례입니다이런 걸 해야 했다. 결론 내기가 너무 힘들었다. 예를 들면 어느 나라 대표 발언하세요하고 발언을 들어보면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얘기를 하고 있더라. ‘그 얘기를 왜 하느냐했더니 본부에 있는 사람들이 날 더러 너무 그렇게 거칠게 하면 안 된다고 충고를 하더라. 알고 보니까 각국 대표들은 왔다 간 흔적을 남겨야 돼서 그 발언 주제와 상관이 없어도 무조건 발언을 해야 되는 거였다. 못견디겠더라. 폭군 짓을 많이 했다.

한국에서 당사국총회 할 때도 마찬가지고 결론을 못 낸다. 옛날 폴더블 폰을 받았는데 저녁 먹으러 나가도 그게 계속 울린다. 문구를 이렇게 해도 되냐를 의장인 내가 최종 승인을 해야 확정 된다. 어느 나라 대표가 문구에 이의 있다. 그걸 조금 수정해 주면 다른 나라 대표가……. 나가 있어도 저녁 내내 그 족쇄 때문에 아무 것도 못 한다. 이건 안된다고 보내면 이건 저쪽에서 승인을 안해줍니다’. 어디서 결사반대해서 못 한다고 한다. 그 다음날 아침까지 아무것도 못한다. 그날 또 같은 문제를 가지고 회의를 해야 한다. 국제기구 의장 한번 해보고는 진짜 힘들구나 그걸 뼈저리게 느꼈다. 내가 평창에서 있었던 당사국 회의에서 Mr. Early라고 별명을 얻었다. 내가 나 이건 못견디겠다. 결론 내자 이게 무슨 시간 낭비냐그래서 그냥 삐딱한 소리하는 대표 많이 나오면 잠시 쉬자 10분 쉬자’, 정회를 하고 그 사람들 데리고 복도로 나가 담판을 지었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뭐냐. 우리가 어떻게 해야 이걸 할 수 있겠느냐. 어쩌구 저쩌구……그러면 이렇게 하자.’ 거의 모든 게 돈 문제다. 3세계는 잘사는 나라들이 돈을 내놓아야 된다 그거다. 그거는 그거대로 환경부 장관에게 전화해서 원래 우리 정부가 하려고 했던 그 돈을 저쪽으로 빼돌리면 안되냐 어쩌고 저쩌고 해서 답을 얻어내고. 이 쪽 나라엔 대한민국 정부가 이런 돈을 내놓기로 있는데 그 돈을 내가 여기에 쓸 수 있도록 해주겠다. 그러면 하겠느냐?’ ‘좋다.’ 그래서 들어와서 회의 계속하고. 당사국 총회 때 1110몇 분에 회의를 다 끝냈다. ‘끝났다하고서 땅땅땅쳤는데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거기에 오랫동안 참여했던 나라들의 대표들이 하는 말이 다음 회의로 넘기지 않고, 그것도 자정을 넘기지 않고, 그것도 결론을 낸 거는 자기 기억에는 당신이 처음이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Mr. Early.

국제기구가 참 비효율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협의가 없으면 한 발자국도 못나가지 않느냐? 그 일은 그 일대로 어떤 대단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해야 하는 거다.

그와 함께 우리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리 저 위에서 제도적으로 뭘 해본들 변화가 없을 거 아니냐? 나는 종종 생물다양성 관련 강연을 하면 강연 제목으로 아주 불편한 진실과 조금 불편한 삶그런 제목으로 강연을 많이 한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불편한 진실이라는 책을 쓰고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알리고 노벨상을 받은 것 아니냐? 그분은 노벨상을 받았지만 세월이 이만큼 흐른 지금 그분이 불편하다고 한 것보다 훨씬 더 불편하지 않은가? 진실은 아주 불편하다. 그런데 그 불편한 진실에 대응하는 방법이 어느 날 갑자기 정말 위대한 과학자가 정말 끝내주는 기술을 하나 개발해서 모든 문제를 단칼에 해결한다 그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거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내 삶을 조금만 불편하게 할, 조금만 불편하게 할 각오를 하면 정말 변할 수 있다.

나는 걸어 다닌다. 집이 연희동인데 이화여대까지 오늘 같이 더운 날도 걷는다. 왕복 7킬로 정도 된다. 그러면 만보 이상 된다. 그 덕에 특별히 헬스장 가거나 피티 하는 것 없어도 이 나이에 이 정도 건강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사는 거다. 가끔은 제가 귀엽게 걸으면서 지구에게 말을 건다. ‘지구야 내 덕에 너도 건강해지고 있지?’

마트에서 물건 살 때 비닐 봉투 안 받으려고 가방에 언제나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닌다. 아내가 심부름 시키면 마트에 다 갔다가도 장바구니를 안 가져가서 자주 집에 돌아가서 가져간다. 불편하다. 차타지 않고 걸으면 아무래도 불편하고 덥고 춥고 그렇다. 그렇지만 이런 작은 노력을 우리 모두가 하면 그것들이 쌓여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거다. 정부도 노력해야 하고 국제기구들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도 자기의 삶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우리가 원시시대로 돌아가자. 나는 자연인이다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진짜 우리 생활에서 조금씩 할 수 있는,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일들을 조금씩 조금씩 하면 달라질 것이다. 생태적 전환이다. 우리의 사고를 전환시켜서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는 삶을 살아야 되는 거라 생각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올해 중국 쿤밍에서 개최될 예정인 제15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의 주제는 생태문명: 지구생명공동체 만들기이다. 생물다양성 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CBD)은 인류의 생명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열린 CBD 당사국총회 의장으로서의 경험, 초대 국립 생태원장으로서의 경험 등에 비춰 운남 생명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 조언을 한 말씀 부탁드린다.

생태문명: 지구생명공동체 만들기라는 주제가 정말 좋다. 생태문명이라는 말을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에 돌아가신 김종철 선생님이 많이 쓰셨다. 나는 2013년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으로서 조직의 미션을 만들어야 되고 비전도 세워야 하고, 핵심가치도 만들어야 했다. 그때 국립생태원의 미션에 생태문화라는 단어를 넣었다. 당시만 해도 네이버나 다음에 생태문화라는 단어를 치면 뜨는 게 별로 없었다. 그게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었다. 토건문화의 반대개념으로 생태문화라는 개념을 넣은 것이었다. 지금은 인터넷에 치면 무지막지하게 많이 나온다.

생태문화와 생태문명의 차이가 거대한 차이는 아닐 거다. 이제 우리가 해내야 할 일이 자질구레하게 정책 몇 개 이런 게 아니라 진짜 문화가 달라져야 하고, 문명이 달라져야 한다는 거다. 시의적절하고 좋은 주제라고 생각한다. 문명적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모아 주시길 바란다.

국제회의에서 합의를 이룬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우리나라에서 총회를 할 때는 중국이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바람에 애를 먹은 적도 있다. 그래서 중국 대표와 두 번이나 복도에서 약간 언성을 높이면서 담판을 짓기도 했다. 그 이후로 세월이 지나니까 중국이 이제는 상당히 책임지는 나라의 모습을 많이 보인다. 중국이 당사국 총회를 유치한다고 할 때 나는 아주 고마웠다. 한국에서 총회를 개최한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또 동아시아에서 개최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중국이 적극적으로 유치한 것이다. 이제는 중국이 세계의 리더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그런 의지를 보인 거라고 판단했다. 중국이 이제는 국제회의에서 위상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한번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서 미국이 잘못한 그런 일을 중국이 좀 잘 해줬으면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인류가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코로나19만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는 없는 것 같다. 선생님은 지난해 6월의 ‘CAC 글로벌 서밋 2020’ 마무리 발언에서 바이러스는 결코 인류를 절멸하지 못한다. …… 기후변화는 다르다. 우리를 마지막 한 명까지 깡그리 죽일 수 있다고 하셨다. 기후변화에 인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가 저질러 놓은 과오가 너무 커서 사실은 지금 이 순간 거의 무슨 루소의 얘기처럼 자연으로 돌아가라하는 수준으로 돌아가도 한동안은 기후변화가 멈추지는 않을 거다. 이미 배출해 놓은 온실 기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관성에 의해서 한동안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과학자들의 판단이다. 근데 이게 다른 어떤 문제랑 달라서 하루아침에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기후는 점진적으로 나빠지다가 어느 순간에 임계점을 넘으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질 거라고 얘기는 하는데 일반인들은 그 임계점이 언제인 줄 모르니까 그냥 심각하다는데 심각하다는데이러면서 바뀌지 않고 그냥 살던 대로 살아가는 거다.

우리가 환경파괴 환경오염의 문제를 예를 들 때 가끔 사용하는 비유가 있다. 시험관 안에 물벼룩들이 사는 데 한 마리가 두 마리가 되고 두 마리가 네 마리가 되는 방식으로 1분에 두배씩 늘어난다. 이게 어느 순간에 시험관을 꽉 채우면 먹을 게 없고 완전히 환경이 충만해져서 다 죽는 거다. 숫자가 늘어나는 어느 순간에 그 중에 약간 선견지명이 있는 물벼룩이 얘기를 한다. ‘이러다가 앞으로 큰일 날지도 모른다, 조심해야 된다.’ 막 이렇게 얘기하면 또 다른 물벼룩들은 에이 뭐 그런 일이 꼭 벌어지겠냐? 우리가 이렇게 과학을 연구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또 과학자들이 좋은 걸 만들어 줄 거야.’ 서로 얘기만 하다가 만약에 자정에 꽉 차는 일이 벌어지는 계산인데 뭐 아직 절반이나 남았는데 뭘 그래그럴 때가 언제냐 하면 1159분이다. 1159분에도 그들은 모여서 아직도 반이나 남았는데 뭘 그렇게 저놈들은 맨 날 이상하게 저런 겁주는 얘기를 해가지고 경제발전이나 저해하고. 저것들 무슨 이권 차지하려고 그러는 거야. 저것들 아주 나쁜 놈들이야’. 이게 우리들이 지금 하고 있는 짓이다. 이분법에 의해서 한 번에 두 배씩 늘어나는 거니까 1159분에 그 얘기를 하고 있다. 남은 시간은 1분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그런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가 이 정도면 나빠지기는 하는데 설마 내일 무슨 일이 생기겠어? 설마설마 저러다가 큰일 나겠어다들 그러고 사는 거다. 근데 어쩌면 임계점이 굉장히 코앞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분들은 나 같은 사람이 공포 분위기를 조장해서 뭔가 이득을 보려고 하나보다 그렇게 얘기하는 분들도 있지만. 확실하지 않으면 불확실하면 조심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나도 그런 일이 5년 안에 벌어진다그렇게 얘기하지는 않는다. 정확히 모르고.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러면 그걸 무시하는 것보다는 그거에 대응하는 게 현명한 일이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무시하려고 하고 상당수의 사람들은 글쎄 뭐 그럴 가능성은 있는데 설마 내 생애에 벌어지겠어이런 식으로 살아가는데 내 생애에 벌어질지도 모른다.

나는 정말 이 문제를 많은 분들이 대단히 심각하다 하는 걸 인식하고 하루빨리 자기의 삶을 고쳐나가는 일에 동참해 주셔야 같이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상에 무엇이 중요한가 깨달음 얻어

 

1980년 미국에 유학하던 시절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으시고 인생관, 가치관, 세계관이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바뀐 적이 있다는 선생님의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시에 이미 생물학자로서 공부를 하시는 과정이었을 텐데 이기적 유전자가 선생님께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도 생물학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들 중에도 도킨스의 이론을 모르는 사람도 무지무지 많다. 이게 굉장히 혁신적인 관점이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 아니라 내 유전자가 내 삶의 주체다라는 거는 굉장히 혁명적인 관점의 변화다. 그 변화를 그날 밤에 경험하고 나는 세상이 다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이 많은 어쩌면 모순 같은 일들이 관점을 달리 갖고 보니까 다 보이더라. ‘그렇지 그러니까 이렇게 하는 거겠지세상이 막 보이기 시작하니까 그 환희로 미치겠더라. 어렸을 때부터 왜 사람들은 저러고 살지 뭐 이런 세상살이에 대한 궁금증 같은 게 있었는데 그게 설명이 되기 시작하니까 와 미치겠더라. 그 흥분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한테는 너무나 기가 막힌 경험이었다.

2009년에 도킨스를 만나서 이런 얘기를 둘이 나누다가 둘 다 똑같이 한 얘기가 근데 그 다음에 조금 가다 보면 허무감, 허무, 약간의 비관 이런 게 몰려 들어오지 않더냐였다. 도킨스도 그런 경험이 많았다. 학생들이 찾아와서 삶의 의미가 뭐냐. 나는 왜 살고 있느냐. 유전자가 나를 조정하고 있다면 나는 뭐하고 있는 거냐. 자살 충동이 생긴다고 말한다. 나도 그런 학생들이 참 많이 온다. 사회학과 졸업반인데 4학년 학생이  내 수업을 듣더니 4년 동안 공부했거든요. 사회학 공부했는데 선생님 말씀 듣고 나니까 전체가 다 흔들려 버리는데 저 어떻게 하면 좋아요여기 와서 우는 아이도 있다.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라서 한 번도 살면서 목숨을 끊는다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그 책 읽고 몇 달 후에, 한두 차례 언뜻언뜻 산다는 게 뭐지. 내가 뭐 하러 살고 있지? 그러면 이 모든 게 다 유전자가 하고 있는 일에 같이 덩달아 춤추고 있는 건데 내가 구태여 그렇게 살 이유가 뭐지. 그냥 막 끝내 버려도 별로 이상한 것 없네그런 섬뜩한 생각이 들더라. 내가 내 삶의 주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지 않은가.

도킨스가 넌 그럴 때 어떻게 얘기 하냐도리어 묻더라. ‘글쎄 그러면 내가 먼저 얘기할까.’ ‘그러라고.’ 난 그 아이들에게 여기서 멈추면 안 되고, 더 열심히 읽고, 더 열심히 생각하고, 더 열심히 파고들어 봐라그렇게 얘기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어느 글에서 그렇게 쓰고 욕먹을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이 혹시 그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묘한 마음의 평안이 찾아오더라. ‘어차피 이게 내 책임이 아닌데. 유전자 책임이잖은가. 내가 이 세상에 온 것도 유전자 책임이고 내가 뭘 하고 가든 유전자 업적이지 내 업적도 아닌데. 그럼 뭐 나는 신나게 즐기다 가면 되는 거네.’ 그런 마음의 평안이 어느 순간에 오더라.

이게 너무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이 나는 들었다. 어쩌면 그 이전에 나도 세상사에 바라는 것도 너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내가 어떻게 하든 저 사람보다 먼저 이걸 해내야지. 내가 돈도 더 벌어야지욕심도 많았다. 묘하게 그 순간을 지나고 난 다음부터 욕심도 없어지고, 세상에 그렇게 원하는 게 별로 없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세상을 포기했느냐? 그건 전혀 아니다. 나는 열심히 적극적으로 산다. 그런데 내 행위에 보답이 안 와도 그렇게 섭섭한 생각이 안 든다. 그래서 내가 이게 마치 해탈한 건가 하는 겁 없는 발언을 하게 된 거다. 굉장히 마음이 편해졌다. 실제로 내게 유혹이 많이 온다. ‘장관 해라, 국회의원 해라.’ 다 고사했다. 자리에 대한 욕심도 거의 없다. 생태원장도 안 하려고 몇 번을 고사하다가 할 수 없이 했다. ‘자리에 대한 욕심도 없고 어떻게 보면 세상을 마치 관조하듯이 살게 된 것 같다.

이기적인 유전자가 실제로 내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학창생활 할 때를 돌이켜 보면 나는 충분히 화려한 삶을 추구할 가능성이 대단히 농후한 사람인데 어쩌면 그때의 깨달음이 비교적 나를 올바르게 살 수 있게 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는 저녁시간에 전혀 외부활동을 안 한다. 강연도 많이 하고 별의별 것 많이 해도 다섯시 이전에 끝내고 저녁 시간은 항상 가족과 함께 하고, 주말에는 절대 밖에 안 나온다. 가정적으로 살지만 사회활동을 못 하는 건 아니잖나. 누구보다도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살지만 나는 내 삶을 잘 콘트롤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녁 아홉시 이후에 서너 시간은 언제나 나만의 사간을 가지고 있다. 그 시간에 논문 읽고 논문 쓰고 다 하니까 책도 여러 권 쓸 수 있었다. 그런 것들을 가능케 했던 것이 그때 얻은 깨달음이었다. 세상에 무엇이 중요한가 하는 거를 내 나름대로 볼 수 있게 됐다. 명예나 자리나 그런 거에 휩쓸리기 시작하면 정신 못 차리고 사는 거 아닌가. 지금도 오지랖이 넓다. 세상의 온갖 일에 다 끼어들어서 사는데 그게 내 삶을 뒤집어엎을 정도로, 내 삶을 망가뜨릴 정도로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항상 저녁이 있는 삶을 산다. 그래서 그냥 나는 좋다.”

 

손잡은 놈들이 손 못 잡은 놈들 이겨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라는 책에 이어 쓴 책 <호모 데우스>에서 진화의 새로운 단계로서 신이 된 인간을 다루고 있다. 반면에 선생님은 <호모 심비우스>라는 책을 쓰시기도 하셨지만 공생하는 인간을 강조하고 계신다. 호모 심비우스로서의 인간은 어떠한 존재며 인류는 어떻게 진화해 가고 있다고 보는가?

 

자연계에서는 공생하는 존재가 살아남는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생물학의 죄가 있다. 자연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약육강식 생존투쟁 이런 식으로만 설명을 해왔다. 지난 20여년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나만이 아니라 생물학계의 전반적인 흐름이 바뀌었다. 나만 외롭게 이런 얘기한지 알았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게 많았다. 요즘 봇물처럼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연계가 알고 보니까 공생한다는 깨달음을 얻으면서 경쟁을 강조하게 된 것이 마치 다윈 선생 때문이라고 뒤집어씌우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나온다. 내가 그런 책을 감수하면 추천의 글에다 꼭 지적한다. ‘그건 아니다. 다윈 선생님의 글을 제대로 읽어봐라. 다윈은 생존투쟁이라고 얘기는 하셨지만 생존투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반드시 내 주변의 모든 개체를 제거하라고 하지 않았다. 다윈은 굉장히 다양한 얘기를 해주셨다. 그런데 그거를 후세의 우리가 그거를 읽으면서 다이제스트를 할 때 그것만 쏙 빼 가지고 강조했을 뿐이지 다윈 잘못이 아니다.’

내가 다윈 옹호론자이다. 근래에 2,30년 자연을 다시 보니까 경쟁은 불가피하다. 자원은 한정돼 있고 그걸 원하는 존재들은 끊임없이 태어난다. 맬더스가 얘기한 것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다. 근데 그 방법론이 무조건 내 옆의 누군가를 제거하고 저놈이 없어야 내가 이 빵을 먹는다가 아니고 손잡고 이 빵을 나눠 먹는, 손잡은 자들이 저 미처 손잡지 못한 아이들에게 이기는 거다.

다윈의 자연선택이론의 가장 이론의 핵심으로 비유를 하는 게 적자생존이다. 그거는 다윈이 만든 표현이 아니었다. 다윈의 이론을 세상에 막 알리느라고 정신없었던 허버트 스펜서가 다윈의 이론을 어떻게 표현할까라고 고민하다가 만들어낸 멋진 비유였다. ‘Survival of the fittest’라고 최상급을 쓴 거다. 앨프레드 월레스가 다윈과 같이 자연선택 이론을 발견했으면서도 모든 공을 다윈에게 돌리고 그랬던 사람이다. 그는 동시대에 살면서도 다윈 선생님을 끔찍이 존경했다. 이 양반이 다윈선생님에게 선생님 저 적자생존 너무 좋지 않으냐? 선생님도 쓰시라고 너무 자주 얘기를 한 거다. 그래서 다윈이 <종의 기원> 6판에서부터 그 표현을 쓰기 시작한다. 나는 아 선생님 그 때 최상급을 비교급으로 바꿔서 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Survival of the fittest’ 하면 최고로 적응 잘한 한 놈만 살아남고, 최상은 하날 거 아니냐. 걔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다 죽으란 뜻인데 이게 현대인의 사고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우리 종종 이런다. ‘안타깝게 은메달을 받았다.’ 세계 78억 중에 2등한 사람에게 안타깝다고 그러면 안 되지 않는가. 금메달만 메달이고, 일등만 최고고, 2,3,4,5 등은 언급도 안 되는 이런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최상급이 굉장히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일등을 하지 않으면 마치 이 세상에서 못 살아남는 것처럼. 사실은 실제로는 자원이 풍부하면 아무도 도태당하지 않는다. 다 잘 산다. 자원이 없어지면 저 밑바닥에서 일부가 잘려나가는 거지 일등 남겨놓고 다 죽는 게 아니다. 다윈의 이론은 철저하게 상대성 이론이다. 모든 게 옆에 누구보다 내가 조금만 나으면 되는 거다.

우리가 흔히 쓰는 비유 중에 하나가 둘이 산에 피크닉을 갔다가 곰을 만나서 도망가는 장면이다. 근데 한 친구가 신발끈을 다시 매는 거다. 다른 친구가 아 그래 봐야 무슨 소용이 있냐. 우리가 저 곰보다 어떻게 빨리 달릴 수 있냐? 우리는 다 죽었다그럴 때 이 친구가 올려다보며 하는 얘기가 나는 곰보다 빨리 달리려는 게 아니라 너보다 빨리 달리려고 매는 거다.’ 자기 친구보다 한 발짝만 빨리 달리면 곰이 내 친구를 잡아먹고 나는 살아남는 거다. 자연은 이런 곳이다. 일등을 하고 금메달을 받아야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남보다 조금만 나으면 나는 어쩌면 살 수 있는 거다. 모든 게 비교급이다. 다윈 선생님이 그거를 ‘Survival of the fitter’ 이렇게 쓰셨으면 당신의 이론을 적확하게 표현하는 게 되는데 그냥 가져다 쓰시는 바람에 자연선택은 마치 최고만 살리는 것 같다. 그래서 이게 서양은 물론이고 우리나라까지 와서 우리의 사고방식에 일등만 중요하고 나머지는 별 볼 일 없다이렇게 됐다. 절대로 아니다.

요즘 <Good enough>라는 책도 나와 있고, <Survival of the friendliest>라는 책도 나와 있고, 책들이 많이 나온다. ‘Human Kind’라는 책도 그런 비슷한 내용으로 적혀 있다. 결국은 우리가 돕고 살면 함께 살아남는다라는 뜻이다. 나는 퍽 오래 전에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라는 책을 썼다. 그게 내 나름대로의 평생의 학문의 결론 같은 거다. 내가 평생 자연을 관찰하면서 보니까 손잡은 놈들이 손 못 잡은 놈들한테 이긴다. 혼자 살아남은 게 아니라 같이 살아남은 자들이 살아남은 거다. 그런 차원에서 호모 심비우스라는 말을 만든 거다. 호모 사피엔스 현명한 인간이라고 스스로를 너무 추켜세우는데 우리가 진짜 현명하면 이렇게 지구를 망가뜨릴 수 없다. 자기 집을 망가뜨리고 사는 동물이 결코 현명한 동물은 아닐 거다. 그거보다 저 자연은 손잡고 산다. 우리도 손잡고 살자그러면 나아질 거다. 이런 뜻으로 그 얘기를 처음 한 게 1999년도였다. 지금 2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런 용어 만들어낸 사람들 많잖은가. 호모 루덴스, 호모 뭐, 호모 뭐 유행처럼 많다. 호모 심비우스 인기 없었는데 최근에 주목을 다시 받더라.

사진 왼쪽부터 강성봉, 최재천 교수, 사진 찍어달라고 데려간 둘째딸 강효선
사진 왼쪽부터 본지 강성봉 편집인, 최재천 교수, 사진 찍으러 함께 간 강 편집인의 둘째딸 강효선양.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 교수 프로필

 

195416일 강원도 강릉군 출생.

1977년 서울대학교 동물학과 졸업

1982년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생물학 석사

1986년 하버드 대학교 생물학 석사

1990년 하버드 대학교 생물학 박사 : 에드워드 윌슨, 윌리엄 D. 해밀턴이 스승이다.

1990-1992년 하버드 대학교 full-time lecturer (전임강사)

1992-1994년 미시건 대학교 조교수

1994년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조교수

1999년 동 대학 교수

2006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 자연과학부 석좌교수

 

저서

 

개미제국의 발견 (1999)[8]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2001)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2003)

열대예찬 (2003)

나의 생명 이야기 (2004, 황우석, 김병종 공저)

대담 (2005, 도정일 공저)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2005)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2007)

지식의 통섭 (2007, 주일우 공저)

생태학자 최재천의 세상보기 알이 닭을 낳는다 (2007)

21세기 다윈혁명 (2009, 강호정, 김상인, 김성한, 김용학 외 공저)

상상 오디세이: 변화를 포착하는 미래 통찰력 (2009)

과학자의 서재 (2011)

통섭의 식탁 (2011)

최재천스타일 (2012)

통찰 (2012)

다윈 지능 (2012)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 (2014)

3.2 번역서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 (1999)

인간의 그늘에서 (2001)

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 (2002)

제인 구달의 생명 사랑 십계명 (2003)

인간은 왜 늙는가 (2005)

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 (2005)

통섭 (2005, 장대익 교수와 공역[9])

무지개를 풀며 (2008, 김산하 공역)

 

어록

 

제발 학생들 인문계와 자연계로 나누지 마라.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박탈하는 폭력이다. 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아이들을 바보로 만드나?

대학 1학년 들어오면 무조건 휴학시키자. 세상에 나가서 뭘 배워 왔는지, 그걸로 학점 주자.

제발 정자세로 앉지 좀 마라, 지겨워 죽겠다. 두 시간 넘게 앉아 있는데 좀 삐딱하게 앉으면 안 되나?

교수 말 잘 듣는 학생이 제일 싫다. 교수 좀 기분 나쁘게 하는 녀석 하나 없는 게 정말이지 굉장히 기분 나쁘다.

이룰 수 없는 꿈은 있을지 몰라도 쓸모 없는 꿈이란 건 없다. 그래서 젊음의 방황은 아름답다.

생명은 정녕 그 모습이 어떻든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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