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주해봉 수필가

주해봉 약력: 흑룡강성 탕원현 조선족고급중학교 교사. 2000년에 한국 입국. 단편소설 '인생은 유희가 이니다', '주소 없는 편지', '변색안경',"외토리' 등과 수필 '생의 이미지', '깍쟁이 반추', '기다림의 멋' 등을 흑룡강신문, 료녕신문, 송화강, 은하수 등 신문과 잡지에 발표. 현재 고양시에 거주.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주해봉 약력: 흑룡강성 탕원현 조선족고급중학교 교사. 2000년에 한국 입국. 단편소설 '인생은 유희가 이니다', '주소 없는 편지', '변색안경',"외토리' 등과 수필 '생의 이미지', '깍쟁이 반추', '기다림의 멋' 등을 흑룡강신문, 료녕신문, 송화강, 은하수 등 신문과 잡지에 발표. 현재 고양시에 거주.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무제18

                                붉은 섬

 

시원한 동치미국수 한 그릇 간절한 
폭염의 등짝 철썩 갈기고 싶은 순간 
해변의 여인은 해풍 한 자락 휘여잡고 불덩이 헹군다
바위섬이 외로움 씹으며 뿌리내린 것은
홀딱 벗고 고백하는 파도의 충정때문일까
외로움은 시원한 소나기를 안고 싶은 
갈증만이 아니다
로터리에서 헐떡이며 잠깐 숨 돌리는 저 버스 
그곳은 결코 버스의 종착역이 아닌 것을 
행운이 강림하길 바라지만 
누구도 그 민낯을 본 사람은 없다
선별검사 받기 위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서서
땡볕에 폭행 당하는 저 연기자들
살자고 하는 짓이 
죽을 만큼 힘든 마이나스 장사일 줄이야
살기 위해 먹는지 먹기 위해 사는지 
파괴된 정신이 비틀거린다 
파도는 여전히 껄떡대며 들이대고 
바위섬은 조용히 바라보며 
기도만 드린다

 

   시험지 

주르륵 주르륵
밑창 빠진 하늘이
드디어 미쳤다
 
뚝딱이던 아파트 현장에서 들려오는 
귀신의 곡소리
녹 쓴 망치가 잠을 잔다

희미해진 소풍놀이에 뽀송뽀송하던 
철부지 막내아들의 가슴엔  
곰팡이가 끼고
 
언젠가는 목이 부러져라 기도했지만 
버티고 떼질 쓰며 
엄마의 가슴을 까맣게 태웠고

또 언젠가는 막무가내로 용을 쓰며 
담배연기에 그을은 
아버지의 가슴을 다시
시퍼렇게 덧칠했다

억겁의 세월 전에도 
고삐 풀린 망아지였을까

말해봤자 소귀에 경 읽기
아니 아예 귀가 없다

제멋대로 무질서하게 
낙서하는 폭군
그리고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든 시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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