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송 흑룡강신문 논설위원 

김범송 칼럼니스트/ 박사 
김범송 칼럼니스트/ 박사 

말로 많고 탈도 많았던 도쿄올림픽이 드디어 ‘축제의 막’을 내렸다. 당초, 2020년 여름에 개최될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1년 간 연기된 것이다. 지난 7월23일에 시작돼 8월8일까지 개최된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코로나 올림픽’이라는 일각의 부정적 시각도 있으나, ‘코로나 포위’ 속에서 치러낸 도쿄올림픽은 성공적이었다. 올림픽이 ‘코로나(疫病)’를 전승한 것이다.

지구촌 206개 국가에서 온 최고의 선수들은 17일 간의 열띤 승부를 펼쳐 환희와 감동의 순간을 만들어냈다. 올림픽 여운이 은은히 남아 있는 이유이다. 폐막식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리에 치러진 올림픽’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코로나 악재’를 딛고 올림픽 정신을 빛낸 도쿄올림픽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올림픽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경제학자는 무관중 속에서 치른 도쿄올림픽이 300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고 비난했다. 한국 언론들은 도쿄올림픽을 ‘실패한 올림픽’이라고 폄하했다.

도쿄올림픽 메달 순위 1~3위는 미국·중국·일본이다. 이는 작금의 국가별 GDP 랭킹이다. 메달 순위와 국가 경제력은 밀접히 연관된다. 메달 순위 10위권 국가의 랭킹과 경제규모는 대체로 어울린다. 현재 여러 방면에서 전면적으로 대결하는 미중(美中)은 올림픽에서도 치열한 메달 쟁탈전을 벌였다. 일본의 ‘빅쓰리 진입’을 무조건 ‘홈 어드벤티지’로 치부해선 안 된다. 강력한 경제력의 뒷받침과 유도·씨름·수영 등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의 선전이 주요인이다. 한국의 ‘(메달 순위)10위권 탈락’은 최근 국가 경쟁력의 하락과 관련된다.

중국 대표단은 금 38개, 은 32개, 동 18개로 종합순위 2위를 차지했다. 은메달 수는 베이징올림픽보다도 많았다. 금메달 효자종목은 ‘드림팀(夢之隊)’인 역도·다이빙·탁구·사격이다. 상기 종목에서 딴 금메달은 자그마치 22개이다. 그 외, 조정(漕艇)·카누 체조·포환·배드민톤·씨름·투창 등 종목에서 ‘금은(金銀)’을 추가했다. 특히 중국 선수들은 육상·수영 경기에서 금메달 5개를 따냈다. 대표적 육상선수는 준결승에서 100m를 9.83에 질주한 쑤빙톈(蘇炳添)이다. 하루에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장위페이(張雨霏)는 은메달 2개를 추가했다. 여자 계영 800m 결승에서, 미국·호주 등 강적을 물리친 중국팀은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선전한 주된 원인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지속한 과학적 훈련이다. 

올림픽에서 각광받는 ‘3대 구기종목(三大球)’의 부진한 성적은 중국 대표단의 아킬레스건이다. 여자축구와 여자배구는 예선에서 탈락했고, 여자농구는 8강에 머물렀다. 축구 등 남자 구기종목은 아예 ‘참가 자격’을 상실했다. 꽤 심각한 ‘음성양쇠(陰盛陽衰)’이다. ‘남성 동지’들이 분발해야 하는 이유이다. 특히 14억 중국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최강 여자배구팀의 ‘조별리그 탈락’은 팬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디펜딩 챔피언’인 중국팀의 무기력한 경기력과 대조되는 것은 ‘최약체’인 한국 여자배구팀의 4강 진출이다. 올림픽 경기에서, ‘영원한 승자’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여자배구팀의 ‘동산재기’를 내심 기대한다.

도쿄올림픽의 관심사는 미중 간에 벌인 금메달 쟁탈전이었다. 미국 대표단의 금메달 순위는 올림픽 내내 중국에게 밀렸다. 안달이 난 미국 언론은 ‘금메달 기준’의 국제적 관례를 무시했다. 총 메달 수를 기준으로, 미국이 ‘(메달)랭킹 1위’라고 억지를 부렸다. ‘룰 메이커’ 미국의 꼼수였다. 미국 언론은 ‘2관왕 달성자’ 장위페이의 ‘흥분제 복용’을 의심했다. 이념으로 점철돼 식상한 ‘미중 대결’을 올림픽 무대에서 되풀이했다. 미상불 이는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 CCTV의 프로 진행자는 중국의 ‘금메달 1위’를 장담했으나, 예측이 빗나가 체면을 구겼다. 국수주의와 ‘금메달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언행은 지양돼야 한다.

한국 대표단은 메달 순위 ‘10위권 진입’이 무산됐다. 금 6개, 은 4개, 동 10개로 종합 16위에 머물렀다. 양궁은 금메달 4개를 획득하며 세계 최강의 실력을 입증했으나, 태권도 등 항목은 ‘노골드’에 그치며 ‘태권도 종주국’이란 명성이 무색해졌다. 여자 배구는 4강에 진입했으나, 기대했던 남자 축구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아세아 체육강국’이란 명성에 걸맞지 않게 한국 대표단의 성적은 초라했다. 급기야 한국 언론은 “승패에 연연하지 말고, 경기 자체를 즐겨야 한다”는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전형적 아큐의 ‘정신승리법’이다. 반 세기 전 중국이 강조한 ‘우의(友誼)가 첫째이고, 경기는 둘째’라는 혁명적 구호를 연상케 한다.

도쿄올림픽에서 주목되는 것은 올림픽 정신의 발휘이다. 승자가 패자를 격려하는 선수들의 페어플레이 정신과 경기 매너, 스포츠맨십이 돋보였다. 육상경기에서, 넘어진 두 선수가 상대를 격려하며 끝까지 완주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인류는 끝없는 도전과 용기·의지력으로 대표되는 올림픽 정신으로 ‘코로나 악재’를 극복해야 한다. 한편 미국을 필두로 한 서구 세력은 ‘베이징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운운하며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이는 단결과 화합을 강조하는 올림픽 취지에 위배된다. ‘올림픽 정치화’는 근절돼야 한다.

 ‘코로나 위협’ 속에서 성공적으로 치러진 도쿄올림픽은 짜장 화합의 장이었다. 전 인류는 지구촌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다. ‘메달 순위’는 변할 수 있으나, 올림픽 정신은 영원히 변해선 안 된다. 어렵사리 성공한 도쿄올림픽은 혹서의 무더위를 날려주는 청량 음료수 역할을 했다. 3년 후의 2024 파리올림픽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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