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더불어민주당 대선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4일 전남 신안군 하의도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이날 방문에는 김 전 대통령 아들 김홍걸 의원(무소속)이 동행했다. 이 지사는 "김 전 대통령의 길을 따라 멈춤없이 앞으로 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 지사는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루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또 "김대중 대통령님의 삶을 회고하면, 정말 인동초라는 말이 참 어울리는 것 같다. 온몸을 던져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회복해내고 새로운 개혁의 길을, 또 남북 평화의 길을 열어낸 위업을 존경한다. 그 길을 따라 저도 멈춤 없이 앞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오는 18일 김대중 대통령 서거 12주기를 맞아 '김대중 정신'과 '김대중 리더십'이 다시 정치권에서 소환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모두 김대중 정신을 외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를 하면서 스스로를 '적자(嫡子)'라고 참칭하는 자들도 있다. 예수를 배반한 제자 가롯 유다와 같은 자들이다.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5년간 모셨던 필자는 현재 대선 출마자 중 김대중 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후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라고 생각한다.

우선 정치의 지향점이 같다. 김대중 정신의 요체는 '대동세상(大同世上)'이었다. 그분은 남과 북, 동과 서가 화합하고, 고통받는 서민대중, 즉 민중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위해 평생을 투쟁했다. 이 지사도 어린 시절 소년공의 고난 속에서 살아온 이력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를 지향하고 있다. 그가 외치는 '억강부약(抑强扶弱) 대동세상(大同世上)'은 김 전 대통령이 평생을 추구했던 길이다.

리더십의 방향성도 같다. 김대중 리더십은 '민주ㆍ평화ㆍ민생'이 핵심이었다. 수평적 정권교체를 통해 민주정부를 세우고, 6.15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화합을 이루고, 민생경제를 통해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획기적인 사회복지 정책과 지방자치제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그들의 정치적 이익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다.

이재명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앞장서 주장했다. 남북 관계에서도 가장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가 경기도정을 맡으면서 경제를 내세우는 다른 광역단체와 달리 정무부지사 명칭을 '평화 부지사'로 정한 것도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민생정치는 '이재명 정치'의 핵심이다. 그가 정치를 시작한 것도 사회적 약자를 지키겠다는 생각이었던 것인 만큼 서민들의 삶에 필요한 정치, 즉 민생정치에 주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가 입법과 정책을 챙기는 국회의원 보다 시민들의 삶을 직접 챙겨야 하는 시장과 도지사의 자리를 거친 것도 민생정치에 대한 그의 신념을 보여준다.

이재명 지사의 하의도 방문에 동행한 김홍걸 의원은 "말로 큰 소리 치고 말로 좋은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것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정치인은 많지 않으나 자기가 한 말은 실천해 낼 수 있는 이재명 지사 같은 정치인이 한반도 평화를 이뤄나가는 데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필자도 이 말에 공감한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 즉 행동과 실천이다. 이 지사에게는 행동하는 힘이 있다. 그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과 통하는 것이다.

대선의 계절에는 유독 고인이 된 유명 정치인들을 소환하는 일이 잦다.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정치인들을 끌어들여 자신의 지지도를 높이려는 심산이다. 그래서 요즘 민주당에는 '김대중의 적자(嫡子), 노무현의 적자(嫡子)'들이 많이 나온다. 그들이 내세우는 것은 인연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인연이 아니라 정신과 정책을 이어받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김대중 정신과 정책을 가장 많이 수용한 이재명 지사가 '김대중의 정치적 적자(嫡子)'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 지사가 '김대중의 길'을 담대히 걸어가기 바란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빙교수,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2021 미스월드ㆍ유니버스코리아조직위원회 국제조직위원장, 국기원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