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지향파 新詩革命의 이론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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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의 이미지 변형으로

能動的 可視化된 象徵의 境地

 

복합상징시론(複合象徵詩論) 연재 【3】

김현순(金賢舜) 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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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의 계속)

 

3절 이미지

 

1. 이미지의 개념과 갈래

 

 

이미지란 감각에 의하여 획득한 현상이 마음속에서 재생된 것이 형상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지를 심상이라고도 하지만 결국 다 같은 말이다.

시에서는 사상이나 관념이 은밀하게 깔려 그 바탕이 되기도 하는데, 사상이나 관념의 직접적인 노출은 시가 아니다. 시는 사상이나 관념을 감각화하여 심상 즉 이미지로 펼쳐 보여야 한다. 이를 두고 중국 남북조 때의 양() 나라 문학비평가 유협(劉勰)은 시에서의 사상이나 관념은 골수(骨髓)처럼 대하라고 하였다.

시에서의 이미지는 그 제시가 언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언어 자체의 이미지를 통한 상상력이 극대화되면서 환각과 지각(知覺)의 복합성이 사유의 정체성을 이룩해 내는 것이다.

하나의 이미지는 경우에 따라 여러 개의 작은 이미지로 구성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를 이미저리 또는 이미지군()이라고도 한다.

이미지들은 여러 가지로 분류되는데 지각적 이미지, 비유적 이미지, 이야기 이미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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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해:

金容稷 著, 現代詩原論.

. 유협(劉勰)이 쓴 문학평론서 文心雕龍

지각적 이미지는 통감(通感)기법에 의하여 이루어지는데, 통감이란 한 가지 감각이 다른 한 가지, 또는 몇 가지 감각으로 전이되는 현상을 이른다. 이를테면 시각적 감각이 촉각, 후각, 청각적 감각 등으로 전이됨을 말한다. 이는 필연코 변형의 이미지로 전환된다.

 

실연(失戀)/ 묵향(墨香)

 

 

아픔 찢어 감아쥐고

뚤렁 뚤렁

어둠 딛고 걸어갔다, 남자는

립스틱 바른 이별이

추적추적

들큰한 주스로 따라가며

언덕 넘는 개미 등에

무지개 발라, 고독

연주하고 있었다

보입니껴

시간이 손가락 쫘악 펴서

눈앞 흔든다

 

개똥벌레 반뜩임이 언덕 껴안고

눈물 수놓아

또록또록

냉이꽃 피우고 있었다

 

복합상징시의 대표주자의 한 사람인 묵향의 시 <실연>을 사례로 분석하여 보자.

이 시에서의 은폐된 주인공은 실연의 고통을 앓는 사람이다. 이별 자체만 해도 고통인데 그 아픔을 찢어 감아쥐고 주인공은 쓰라림 속에서 몸부림친다.

시에서 아픔자체는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관념이다. 하지만 화자는 그것을 찢어 감아쥐고’, ‘어둠 딛고 걸어간다로 표현함으로써 시각적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런데 이 시각적 효과는 다시 뚤렁 뚤렁이라는 청각적 감각으로 전이되면서 슬픔에 색채를 더해 주고 있는 것이다.

시는 마지막에 개똥벌레 반뜩임이 눈물로 냉이꽃 피우고 있는 것으로 심적 경지를 펴 보이면서 실연의 처절함을 읊조리고 있는데, 꽃피우는 것을 송이송이라는 정적(靜的)인 상태부사 따위를 쓰지 않고 또록또록이라는 동적(動的)인 상태부사를 사용함으로 하여 냉이꽃 피는 것을 인간이 눈 뜨는 것으로 변형시켜 보여 준 것이다.

이렇게 이 시에서는 시각적 감각을 청각적 감각에로, 정적인 감각을 동적인 감각에로 전이시켜 지각적 이미지를 부상시켜 주고 있다.

다음, 비유적 이미지에 대하여 피력해 보자.

비유적 이미지는 단일 이미지와 단일 이미지의 비교 속에서 원() 이미지의 맛을 살려내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원 이미지는 생략된 은유 또는 암유의 양식으로 그 사명을 완수하게 된다. 은유 또는 암유로 상징의 목적에 이르려면 결국 또 변형을 거치게 된다.

 

명상(瞑想)/ 문초(文濋)

 

 

보석들의 생경함이 밤을 찌른다

돋아나는 핏방울

 

치마 내리는 물풀의 신음소리

송골송골 빛 되어 들을 덮는다

 

잠 못 이룬 뻐꾹새 한숨소리가

고요 들어 어둠 덮는다

 

사래 긴 밭이랑에 숨어

안개가 이슬 물고

 

풀고 있다

 

복합상징시동인회의 멤버로 활약하는 문초의 시 <명상>에서는 생명 약동의 철학을 읊조리고 있다. 세상을 열어 가는 행위 자체는 타자에게 생경함으로 다가서기에 부딪치는 곳마다에서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여기에서 세상을 열어가는 행위는 원 이미지인데 화자는 밤 찌르는 보석들의 생경함이란 다른 이미지를 등장시켜 상징을 열어 보이고 있다. 여기에서 원 이미지는 생략되어 있다.

다음 연을 보자.

성취 거둔 즐거움이란 찬란한 햇빛과도 같다. 그것을 치마 내리고 사랑의 즐거움에 빠지는 형상에 비추어 상징으로 보여 주었으며 그 즐거움이 빛이 되어 들을 덮는다고 비유함으로써 성취감의 크기를 보여 주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송골송골은 물방울 같은 액체가 솟구치는 모양에 대한 준말인데 화자는 빛이 들을 덮는 모습으로 변형시켜 표현하였다.

그러나 전혀 어색하거나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안겨오는 것은 변형(변태)에 대한 자극으로부터 오는 감동을 추구하는 미학 본질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도 성취감이라는 원 이미지는 생략되고 물풀의 신음소리가 빛이 되어 들을 덮는 다른 이미지로 대용하여 은유의 기법으로 상징을 펼쳐 보이고 있다.

그 아래 연들을 마저 살펴보기로 하자.

 

잠 못 이룬 뻐꾹새 한숨소리가

고요 들어 어둠 덮는다

 

사래 긴 밭이랑에 숨어

안개가 이슬 물고

 

풀고 있다

 

인간의 성취감은 잠간, 그러나 그것을 지키기 위하여 곧 이내 고민에 빠진다. 이것을 화자는 또 뻐꾹새 한숨소리가 당분간의 안녕인 고요를 들어 어둠 덮고 모질음 쓴다고 근심과 걱정스러운 심정을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고요는 추상적인 관념이지만 들어라는 행동적 술어와 결합시킴으로 하여 가시화 변형으로 세상과의 친근거리를 좁혀 가고 있다.

곡절 많은 세상이지만 인간은 아리송한 내일에 확실한 기대를 걸며 거듭되는 도전적인 분투 행위를 하고 있다.

화자는 또 여기에서 곡절 많은 세상사래 긴 밭이랑에 비유하였고 아리송한 내일안개에 비유하였으며 확실한 기대이슬에 비유하면서 상징적 고백을 하고 있다. 아울러 거듭되는 분투행위몸 풀고 있다고 상징적 표현으로 보여 주고 있다.

상술한 부분에서도 원 이미지들은 죄다 생략되고 안개가 이슬을 고 라는 변형으로 자극의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엔 이미지의 또 다른 갈래로서의 이야기 이미지에 대하여 마저 피력해 보자.

이야기 이미지는 하나의 이미저리를 능동적 화폭으로 펼쳐 보이거나 스토리가 섞인 장면을 상징적으로 펼쳐 보이는 것을 말한다.

 

보기:

 

하늘 깨진 틈서리로

꽃잎 하나 쪼아 물고, 새는

날고 있었다

각설이 타령 성수난 장거리 상공에

먼지들의 데모

구름은 이맛살 찌푸리고

마려운 비 둘둘 말아, 품속에 넣고

() 너머로 마실 떠났다

그렇게 기울어지는 저녁이었어라

어둠 몰고 오는 별들의

분주한 추파에

능선(稜線) 위에 걸터앉은

달빛의 안색

으깨짐과 흩어짐 한데 모아

숲속 사잇길 위에

기억 실실이 덮어주어도

잔디 향기는 푸르게

짙푸르게

허겁의 우주 잠재우지 못하였어라

또 하루가 지나고 세월 흐르고

나래 접은 바람은

소라, 그 몸통에 기어들어

연륜 펼쳐 지구

감싸고 있었다

 

김현순(金賢舜) <섭리의 생채기에 구멍난 사금파리> 全文

 

복합상징시 창시인으로서의 김현순의 이 시는 어려운 삶의 여건에서 신생을 갈망하는 처절한 심리활동을 펼쳐 보이는 작품이다.

시에서는 독립적인 새, 먼지, 구름, 달빛, 잔디 향기, 바람 등 이미지들이 하나의 이야기흐름선에 쭈욱 꿰어 정체를 이루어 낸다. 즉 조난 삶들이 가냘픈 희망을 거머잡고 있는 와중에 참혹한 현실 앞에서 어찌 할 수 없어 현실 도피 하는 모습과 그러한 삶에 대한 세상의 포용은 내심 깊은 곳에 각인된 상처를 치유하기 어렵다는, 그러나 삶의 의욕과 갈구는 한()과 더불어 긴 여운으로 세월을 길들여 간다는 철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시에서는 매 상관물이 엮어 내는 이야기 토막들이 한 개 작은 이미지를 이루며 그것들은 영상(影像)으로 화자의 정감의 흐름선에 의하여 내재적 연결을 이루며 정체로 고착된다.

상술한 것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복합상징시는 각이한 부류의 이미지들의 유기적인 조합(組合)으로 정체를 구축하는데 각이한 갈래의 이미지가 분명히 독립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서로 침투, 결합된 양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 사례들의 시가 바로 그 점을 잘 설명해 주는 것이라 해야겠다.

복합상징시에서의 이미지들은 또 음양(陰陽)의 이치에 따라 같은 성질의 이미지들을 서로 배척하고 다른 성질의 이미지들로 융합되는 법칙을 준수하게 된다.

생명체가 튼실하게 거듭나려면 여러 가지 자양분을 골고루 섭취해야 하듯이 보다 완미하고 건전한 복합체로서의 시는 각이한 성질의 이미지로 조합을 꾀하여 따분함을 극복하고 신선(新鮮)함으로 즐거운 자극을 안겨 주고 있는 것이다.

 

 

2. 이미지의 조합원리

 

세상이 하늘, , 바다, 바람, 구름, 사람, 동물, 식물등으로 구성되듯이 온통 하나의 매개물(媒介物)로 구성된 세상이란 존재할 수가 없다.

주역도 음양, 오행에 따라 8, 64괘로 만들어 그 채광(彩光)을 각자 내뿜고 있다.

세상의 이치가 이러하듯이 인간의 내심세계 역시 수많은 매개의 환각과 무의식들로 충만되어 있다. 그러한 것들은 의식적인 생각과 상상에 의하여 질서를 잡아 매개의 이미지들로 정체를 구성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시에서의 화자(話者)의 경지가 되는 것이다.

복합상징시를 구성하는 이미지들은 각이한 성질의 이미지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은 양극과 음극의 배척(排斥)과 흡착(吸着)의 이치에도 부합된다. 무지개가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색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사람의 얼굴도 눈, 눈썹, , 등으로 이루어졌으니 망정이지 온 얼굴에 맨 입술 천지라거나 콧구멍만 다닥다닥 박혀 있다면 그야말로 꼴불견일 것이다.

이러한 이치들이 복합상징시의 이미지 구성으로 하여금 각이한 성질의 이미지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이미지들은 화자의 환각에 기저를 두고 변형되는데 이미지들이 왜 환각을 통하여 생성되는가를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이성의 존재로서의 인간은 삶 속에서 이런저런 정서 파동에 휩싸이게 되는데 그것에 대한 자제능력은 대단히 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것 역시 동물과 구별되는 점이라 해야겠다. 그러나 암장처럼 끓어 번지는 정서에 대한 규제(規制)가 커 갈수록 그로 인한 생각 내지 상상은 강렬하게 화산처럼 일어나며 나중에 환각의 생성을 이룩하게 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환각은 변형되어 있거나 변형을 시도하게 된다. 정감 팽창이 커질수록 환각은 일상을 뛰어넘어 엄청난 변태를 꿈꾸게 된다.

가령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회한의 정을 읊조린다 할 때 아래의 시 사례처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짧은 치마가 여름 덮는

오케스트라, 그 가장자리에

덧걸이 하는 딸꾹질 없다더라면

멎어버린 상념의 눈초리에

이슬

바짝이진 않았으리

미로, 그 향그러운 저고리 고름 끝에

타클리마칸사막의 황사바람

갈린 미소 얹어두지 않았더라면

후회

사무치는 그리움은 향기 찢어

하늘 닦지는 않았을 것을

이제

하오(夏午)의 늦은 더위 땀 들이며

가을 맞는 기슭에

단풍든 기억 불 태워, 눈물의 다비식

감싸준다면

이별 그리고 사랑의 데뷔

지구의 허리 비끌어 매진 않았으리

이 세상

단 하나뿐인 못난 이유가

존재의 아픔 받쳐 들고, 시간

갈고닦는 클래식

허무의 쏘프라노 꽁다리는 어제를

소리나게 두드리고

삼키어 버리겠지

북 장고 소리가 요란함은 못 다한

오늘의 연민(憐憫)

기억해 두기 위함이라고, 바람이

풀 죽은 뒷골목

소리없이 지키고 있기 때문이리니

 

백천만 <그대 그리고 나> 全文

 

위 시 첫 번째 이미지에서 딸국질이 오케스트라 가장자리에 덧걸이 한다는 표현은 실재(實在)의 딸꾹질을 허상(虛像)의 존재로 가상하여 딸꾹질 한다는 변형의 움직임으로 보여 주면서 가시적 효과를 자아내고 있다.

그 이하 이미지들에서도 같은 경우를 보이고 있다.

 

. 황사바람이 저고리 고름 끝에 미소를 얹어둔다.

. 그리움이 향기 찢어 하늘 닦는다.

. 더위가 가슴에 기억 불태워 눈물의 다비식 감싼다.

. 이별과 사랑의 데뷔가 지구의 허리 비끌어 맨다.

. 존재의 아픔 받쳐 들고 시간 갈고 닦는 클래식.

. 쏘프라노 꽁다리가 어제를 두드리고 삼켜버린다.

. 풀 죽은 뒷골목.

 

이런 변형된 표현들은 죄다 환각으로 충만되어 있기에 독자들의 상상력을 도와주며 작품 속에 용해되어 있는 끈끈한 정서의 분출에 힘을 보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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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해:

백천만(百千萬): 조선족복합상징시동인회 동인.

 

 

사례에서 보다시피 환각의 변형에 기저를 둔 복합상징 시는 각이한 성질의 이미지들로 조합되며 주역의 원리에 따라 천(), (), (), (), 거시적인 것과 미시적인 것, 역사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현상이나 관념적인 것에 대한 가시적 변형조합으로 그 사명을 완수하고 있다.

 

 

3. 능동적 가시화

 

세상 자체는 하나의 커다란 생명체이다. 생명체로서의 세상 밖에는 또 다른 세상들이 수억만 개가 있다. 하나의 입자보다도 작은 우주 속에 티끌보다도 작은 지구에 사는 인간 역시 생명체이다.

무릇 생명체는 살아 있다. 살아 있다는 표징은 숨을 쉬고 움직인다는 것이다. 정지되어 있지 않고 움직임 속에 생명이 깃들어 있으며 움직이는 것은 확연히 시야에 포착이 잘 된다.

때문에 예술로서의 시는 눈에 보이는 움직임, 즉 능동적 가시화 작업이 잘 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변형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상징의 이미지들이 쉽게 세상의 이목을 끌게 되며 그로부터 독자들의 내심정서활동을 진하게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능동적 가시화 작업은 아래의 몇 가지 방법을 지켜야 한다.

 

. 정적인 상태를 동적인 상태로 표현해야 한다. 이러자면 한 개의 명사 내지 술어가 다른 명사 내지 술어의 조합 속에서야만이 그 실현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것이 예술로서의 상징으로 승화되려면 반드시 환각적 변형을 거쳐야 한다.

 

보기:

 

정적인 상태: 돌이 있다.

동적인 상태: 돌이 굴러 간다.

환각적 변형: 돌이 햇빛 발린 시간 위로 굴러 간다. 돌이 두 발 감추고 자줏빛 아픔 위로 굴러 간다.

 

보기에서 시간은 추상적 개념어(槪念語)이다. 이런 추상어(抽象語)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환각의 변형에서는 거기에 햇빛 발린이라는 규정적 수식어를 붙여 놓으니 대번에 눈앞에 그 이미지가 확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굴러 간다는 움직임의 표현까지 보태 넣으니, ‘이라는 상관물이 생명의 약동으로 숨 쉬고 있음을 각인시켜 주는 것이다.

환각의 변형 에서는 추상어인 아픔에 자줏빛이라는 규정적 수식어를 붙여 놓음으로써 구상어(具象語)로 가시화 효과를 가져왔으며 두 발 감추고굴러 간다는 동적인 표현으로 생명에 숨결을 불어넣은 것이다. 여기에서도 돌은 그냥 굴러가는 것일 뿐임에도 불구하고 두 발 감추고굴러 간다고 환각의 변형을 하고 있음으로 하여 독자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가슴이 벌렁거리게 만드는 것이다.

 

. 추상어를 구상어로 표현을 바꾸어야 한다.

추상어란 육안으로 보이지도 않거니와 마음속에 이미지로도 떠오르지 않는 관념이나 사상적인 언어들을 가리켜 말한다.

행복, 기쁨, 분노, 창조, 나쁘다등등이 추상어에 속한다.

이런 추상어들은 반드시 구상어로 탈바꿈되어야 형상으로 상징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복합상징시에서는 최대한 추상어를 구상어로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

추상어를 구상어로 탈변시키는 묘법은 통감(通感) 즉 촉각, 미각, 후각, 청각, 시각 등 감각적 언어들과의 환각적 결합이거나 움직임을 나타내는 술어들과의 조합 속에서 상관물의 가시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보기:

 

추상어의 원형(元型)

기쁨이 왔다

 

구상어의 환각형(幻覺型)

얄포름한 기쁨이

상큼한 서리로 포근하게

새벽을

덮어 주었다

 

보기에서 얄포름한은 시각적, ‘상큼한은 미각적, ‘포근하게는 촉각적 표현이다. 이런 감각적 표현과의 교접을 통하여 추상어인 기쁨의 이미지를 구체화시켜 주었다.

이와 같이 복합상징시는 능동적 가시화가 잘 되어 있을 때라야만이 상징의 절실함이 확실해진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4. 이미지 조합 법칙

 

각이한 성질의 이미지들은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 마구 조합되는 것이 아니다. 세상 만물이 파편처럼 쫙 흩어진 상태에 머무른 순간이라 할지라도 그것들 사이에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내재적 연결고리가 숨 쉬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그것들이 그 어떤 방식, 형태로 파괴와 정열(整列)을 반복하든 그것들의 내재적 연결고리만 딱 틀어쥔다면 복합이미지 구성은 빛을 산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재적 연결고리란 사물, 현상과 그것을 초탈한 형이상적인 영혼영역에까지 서로 통하는 텔레파시의 동질성을 가리킨다. 간단히 예를 든다면 인간의 눈, , , 입은 오관이라는 그릇에 담겨 있으며 오장육부는 몸뚱이라는 그릇에 담겨 있다. 또 해, , 별 등의 천체는 우주라는 그릇에 담겨 있다. 이것이 세상 만물의 한계성이며 그 한계성이 해당 부속물들의 내재적 연결고리로 손잡고 있는 것이다.

한 개의 내재적 연결고리 안에서의 각이한 성질의 이미지 조합의 조화를 진일보로 더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상관물(相關物) 자체의 속성(屬性)에 대한 의도적 파괴와 기성되어 있는 연계성 파괴를 실행해야 한다. 그 기초상에서 환각에 의한 새로운 조합을 실행해야 한다.

이것을 상관물의 강압조합(强壓組合) 또는 폭력조합(暴力組合)이라고도 한다. 이런 행위는 상상 밖의 좋은 결실을 맺게도 된다.

 

상관물 자체의 속성에 대한 의도적 파괴

세상 만물은 한 개 모식에 오래 머물게 되면 필연코 질변, 탈변을 꾀하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이치는 인간의 일상에서도 흔히 보인다.

이를테면 바지에 칼주름을 내어 입고 다니던 행위로부터 권태와 따분함을 느끼게 되자 펀펀한 바지에 여기저기 구멍을 뚫거나 찢어 놓고 입고 다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인간의 이러한 심리는 예술로서의 시 창작에서도 보이는바 구체 보기를 통하여 터득해 보도록 하겠다.

 

보기:

 

상관물 자체 속성에 대한 표현:

 

나뭇잎이 바람에

나붓거리고

물이 노래하며

흘러간다

 

상관물 자체 속성에 대한 파괴:

 

나뭇잎이 목청 찢어 바람에

딱지 붙이고

물이 맨발로 소리 밟고

달리어 간다

 

상관물 사이의 연계성 파괴, 환각에 의한 이미지 변형물의 재 조합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인간은 굳어진 모식에서의 탈변을 꿈꾸면서 허다한 환각에 기초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엉뚱한 변태적 행위들을 하여 왔는데 그런 것들이 생각 밖에도 세상의 발전을 밀고 나가는 데 유력한 힘이 되고 있었다.

그 사례로는 참외와 오이, 수박과 호박, 도마도와 고추등 성질이 다른 식물들을 강압적으로 접목(接木)시켜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 현재 사자와 호랑이를 접목하여 새로운 맹수가 탄생시키는데 그 품종을 사호(獅虎)라고 명명하고 있다.

이런 사례는 많고도 많다. 이를테면 당나귀와 말을 교접(交接)시켜 노새, 버새를 낳게 하며, 셰퍼드와 풍산개를 교접시켜 새로운 품종의 사냥개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와 같은 것은 다윈의 진화론(進化論, evolutinary theory)에서 언급되는 종의 기원과 상반되는 창조론에 기초를 둔 개조론(改造論)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복합상징시 창작에서 이러한 특성들이 이미지로 활용되는 경우를 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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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해:

종의 기원: 찰스 로버트 다윈, 영국의 의사철학자(1731~1802). 진화론의 선구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생물의 진화는 외계의 직접적인 영향에 의하여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 내에 있는, 외계의 변화에 반응하는 힘에 의한다고 주장한 책.

창조론(doctrine of creation, 創造論): 우주 만물이 어떤 신적 존재의 행위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는 주장.

 

보기:

 

물이 불 마시고 승천(昇天)의 나래 펴고

보석이 어둠 삼키고 별 되어

시간 고른다

한발 물러서는 가을

개미 허리에 비끌어 맨 사막의

속눈썹에

바다가 굼실대며

분염(粉鹽) 바른다

 

다시 눕는

채송화 그림자

 

비릿한 달거리[月經], 올올이

이별 감싸

 

사랑의 발등에

손톱 박는다

 

김현순의 <조락(凋落)의 틈새> 全文

 

보기글 시 <조락의 틈새>는 생명의 의식 승화의 갈구정신을 보여 준 작품인데 여기에서 사막의 속눈썹은 강압조합에 속한다. 물이 불 마시고 승천하고, 보석이 별 되어 시간 고르며, 달거리가 발등에 손톱 박는 행위적 장면은 환각적 억지 조합이다. 다시 말해 폭력조합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어색하게 안겨 오지 않고 당위성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것들의 조합이 강압적이기는 하지만 작품 내면에 감춰져 있는 통일된 사상의 정서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내재적 연결고리인 것이다.

한마디로 산재(散在)하여 있는 각이한 성질의 환각적 변형이미지들은 모두가 화자의 정서의 팽창에 의한 산물이어야 하며 그것들은 무조건 화자의 영혼경지라는 내재적 연결고리에 부합되어야 한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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