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우상렬 교수가 쓴 시평이 여러가지 원인으로 발표가 미루어졌다가 아쉽게도 유작으로 남게 되었다. 생전에 재한동포문인협회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많은 글과 평론을 써주신 고인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편집자 주-

故우상렬 교수 생전 약력 : 한국학중앙연구원 대학원 박사연구생, 북한김일성종합대학 조문학부 객좌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고전국어전업 박사, 한국 배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객원교수, 사천대학교 박사후 과정. 연변대학조문학부 교수 및 교연실 주임 역임, 연변작가협회 부주석. 수필가, 평론가. 저서 다수.
故우상렬 교수 약력 : 한국학중앙연구원 대학원 박사연구생, 북한김일성종합대학 조문학부 객좌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고전국어전업 박사, 한국 배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객원교수, 사천대학교 박사후 과정. 연변대학조문학부 교수 및 교연실 주임 역임, 연변작가협회 부주석. 수필가, 평론가. 저서 다수.

김경애는 현재 재한동포문인협회 공동회장으로 열심히 뛰고 있다. 그녀는 시도 제법 잘 쓰고 시랑송도 괜찮게 하고 있다. 그녀는 조선족 문학의 꽃을 한국에 피우는데 한몫을 하고있다.

그럼 아래에 그녀가 근간에 창작한 시 몇 수를 감상해보도록 하자.

그녀의 시 전반적인 이미지는 지극히 여성의 차분함 그 자체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분명히 톡 쏘는 데가 있다. 만만치 않은 매서운 데가 있다. 그녀의 ‘언발란스’를 보자. 인간은 발란스-균형, 대칭, 조화를 많이 추구해왔다. 이것이 어쩌면 고전미를 형성해왔다. 그런데 현대는 어쩌면 언발란스-크로테스크한 미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고전미에 대한 해체로 볼 수 있다. 그럼 그녀에게 있어서 언발란스란 무엇이더냐? 그것은 ‘일부러 삐뚤어지고 찢어지고/일부러 덧대고 구멍 내고 망가지고’, ‘모자라게 드러내는 언발란스’! 화끈하다. 멋지다. 파격적인 미. ‘억지로 맞추’는 인위적인 것에 대한 절대적인 파격 미. 그래서 ‘못났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유행’을 이룬다. 그것은 어쩌면 고리타분한 발란스를 깨는 일탈의 유행이렸다! 이 시는 마지막에 ‘너 또한 나에게 그런 사람이다’로 요즘 일반적인 대세-언발란스를 이야기하는 것 같더니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승화를 가져와 시의 의미 폭을 넓히고 있다. 사람도 너무 발란스-땅땅 여물게 반듯하기보다는 좀 언발란스-사람 좋게 허허 웃는 허술한 모습이 더 인간적이고 더 친절하며 다가가고 싶지 않은가. 우리 한 번 언발란스 해보자!

현대문명의 이기(利器), 참 좋다. 너무도 편리해서 좋은 듯하다. 그런데 거기에는 함정이 있다. 그녀의 ‘손오공 (手五控)’을 보자. ‘손오공 (手五控)’, 우리의 스마트폰 세상이 아니더냐. 스마트폰은 세상 만능이라 천지조화를 다 부리는 듯하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스마트폰에 빨려 들어가는 低头族-스마트폰 족속이 되지 않았더냐. ‘이 세상을 다 담고도 모자라서/사람들의 영혼마저 빨아 먹는다.’ 인간은 분명 스마트하고 편리하며 편안하게 살자고 스마트폰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그 역설이 우리를 엄습한다. ‘귀신같이 남의 말을 엿듣고/기억력과 변신술 또한 놀라운데/세간의 스캔들 다 퍼 나르고/댓글 마당에선 탈춤 판이 한창이구나.’ 아이러니! 야누스적인 존재! 현대 인간소외의 또 하나의 보다 완미한 ‘결정판’! 그런데 가만있자~ ‘그래봤자 여래 손아귀에 손오공’이라 별 볼일없는 듯하다. 낙관적인 인생! 그런데 다시 한번 반전-부정의 부정은 긍정! 결국 ‘내 손에 들린 내 폰에 내가 뒤집힌다’. 나 스스로 결국 어쩌지 못하고 거기에 매몰되고 마는 형국이 아닌가. 자기 스스로 제 발등 까는 신세! 이것은 어쩌면 걷잡을 수 없이 현대문명의 기기에 휘둘림을 당할 수밖에 없는 우리 현대인의 실존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 시는 가볍게 볼 것이 아니라 1차 적으로 현대문명에 대한 반성이라는 가장 시기적절하고 깊이 있는 문명반성 시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시의 원관념을 그 어떤 사람을 농락하는 정객 이미지로 볼 때 스마트폰은 안성맞춤 한 보조관념이 되면서 정치 풍자시가 되기도 한다. 

보다시피 그녀의 시는 허술히 대할 시가 아니다. 그녀의 시는 이래저래 깊이가 있다. 다시 그녀의 ‘낙엽’을 보자. 이 시는 인간실존을 파고든다. 일단 이 시는 불편한 낙엽의 진실을 밝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여기에 할 술 더 떠서 굳이 낙엽의 진실과 같은 우리 삶의 진실을 어필하고 있어 더 불편하다. 이 시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철리를 확보하고 있다. 우리는 이때까지 자연을 너무 자기 합리화하여 제멋대로 인식해왔다. 꽃이 식물의 생식기에 불과하건만 내가 꽃이라 불러주니 꽃이 되었다는 것처럼 말이다. 단풍도 마찬가지다. ‘지 아무리 새파라따 해싸도/서리만 살짝 맞아따카믄/다 기케 누우러케 된다마’ 바로 죽어가는 나무잎들의 모지름이 이른바 눈이 즐겁다는 단풍인것이다. 여기에 단풍이 죽어 땅에 떨어지는 것이 낙엽이다. 이것이 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체유심조-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으로 예술적 경지의 허상을 만들어내어 감상하는 것이다. 이것을 예술적 사유라 해도 좋다. 이 시는 바로 우리의 이런 예술적 사유를 뒤집어엎는다. 자연의, 과학의 진실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우리 삶의 진실을 이야기한다. 사실 자연과 우리 삶은 같이 가는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볼 때 이 시는 인간 본연의 실존을 이야기한 철리성이 뛰어난 인생시임에 틀림없다.      

그녀의 ‘새옹지마’도 인생 철리를 풀이하고 있다. 새옹지마,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가? 얻었다 해서 그리 기뻐할 것이 없고 잃었다 해서 그리 슬퍼할 게 없다는 것이다. 인생은 그렇고 그렇다는 것이다. 이 시는 바로 등산에 빗대 새옹지마 같은 우리네 인생을 이야기 하고있다. 사람들 앞만 보고 ‘배낭 메고 허둥대’며 ‘아둥바둥 기를 쓰고 올라간다.’ 그런데 이제 산을 내리는 시적 자아는 바로 이 순간-‘올라갈 때 내 모습을 빼 닮’은 등산객의 모습에서 새옹지마의 도리를 터득한다. 즉 ‘어차피 내려갈 산인데/부질없는 아귀다툼 걸어두고/막걸리에 여유 한잔 말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인생의 장자(长者)가 된 것이다.
 
인생은 장자가 되어 초탈할 수도 있다. 세상에 무관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살아도 죽은 거나 마찬가지. 그래서 우리는 결과적으로 선택을 해야 한다. 같은 값이면 바람직한 삶을 선택해야 한다. 실존주의의 선택의 명제에 가 닿기도 한다. 그녀의 시는 이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올가미’, 그 어떤 보이지 않는 운명적인 ‘올가미’에 걸려 사는듯한 우리의 실존적 삶에 대한 반항을 보여주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자아의식이나 의지보다는 스스로의 무의식이나 무의지에 빠져 놀아나는 형국으로부터의 탈출의 시도로 볼 수도 있다. ‘실면의 밤’, ‘어둠속의 먼지와 같’은 별 볼일 없는 근심걱정에 스스로의 마음을 닫고 열지 못하며 옹졸하고 답답하게 사는 삶을 꼬집고 있다. 이것을 뒤집으면 대범하고 시원하며 오픈된 삶을 살 것을 기원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른한 오후’, 사랑을 다 주고 싶어 다 주었는데 자꾸만 허전해지는 사랑 심리를 나타내고 있다. 이것이 어쩌면 위대하고 고상한 모성이다. 한마디로 그녀의 시는 삶의 당위론적인 적극성과 긍정적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삶을 이런 적극성과 긍정적 에너지로 대할 때 거기에는 유머와 웃음이 피어난다. 그녀의 경상도 방언시를 보자. ‘억수로 잘한기라’, ‘괴인 물을 밟’아 아재와 화자사이‘트러블’이 생기자 화자가 교묘하게 흥분중심을 옮겨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가져온 인간적인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그 화자가 ‘억수로 잘한기라’다. 화자가 코미디의 ‘감독’이니깐. 보다시피 이 시는 생활의 한 점경에서 유머스러움과 재미남을 피워내고 있다. ‘여자가 쎈기라’, 없어진 참치캔을 계기로 걷잡을 수 없는 부부의 갈등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 급하고 꼼꼼하지 못하며 거친 오빠-경상도사나이의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역시 생활의 한 점경을 잘 포착하고 유머러스하게 나타내고 있다. 

인생의 갱년기는 그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것, 좀 찜찜하고 기분이 나쁘지만.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그것을 다루는 삶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녀의 ‘갱년기의 된장찌개’를 보자. 갱년을 된장찌개 해 먹는다, 그럴듯하다. 보라, 갱년의 ‘멍들은 잡념들은/고집으로 묶어와’ 된장찌개를 해 먹어 한 방에 날려버리는 생활의 낙천성, 우리를 기분 좋게 하지 않은가. 참, 인생의 모든 고민이나 고통들을 맛 나는 요리로 조리하여 먹어 치울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으랴!  

김경애의 시 형식이나 시적 수법은 다채로워서 좋다. 그녀의 많은 시들은 구어체를 구사하고 있다. 구어체에 따른 대화체도 많이 구사하고 있다. 이를테면 ‘올가미’는 전반 시가 구어체로 된 가운데 시적 자아와 운명적인 ‘올가미’의 대화 형식을 취했다면 ‘손오공(手五控)’ 같은 시는 전통적인 판소리 식 만담(漫谈)체를 구사하고 있다. 그녀의 구어체는 서사체에 대한 하나의 해체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대단히 신선하고 친절하기도 하다. 이것은 어쩌면 현재 우리 중국 주류 시단에서 부는 구어체시 창작 붐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녀의 일부 시는 순 경상도 방언을 구사하고 있다. 이것은 그녀가 일상생활에서 경상도 방언을 구사하고 있는 것을 보아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줄로 안다. 이를테면 전반 시를 ‘여자가 쎈기라’의 경우 주위에 있을 법한 부부의 대화, ‘억수로 잘한기라’는 아재와 화자 사이 대화, ‘낙엽’은 시적 자아를 화자로 대화를 중심으로 경상도 방언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 새롭다. 재미나고 감칠맛이 난다. 그것은 표준어에 대한 하나의 해체로 볼 수 있다. 현재 표준어 패권에 방언이 소실되는 마당에 이것은 문화의 다원공존 차원에서도 대단히 필요하다. 하나의 참신한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다. 

이외에 그녀의 시는 고전적인 혹은 현대적인 다양한 표현수법을 구사하고 있다. 예컨대 ‘언발란스’가 전통적인 비흥수법, 이를테면 1연, 2연과 마지막 한 연이 비흥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갱년의 된장찌개’를 보면 여성스러운 발상에 ‘데굴데굴 굴러가는’, ‘숭숭 썰어 넣고’, ‘잔소리로 토막 내고’ 같은 여성적인 표현이 좋다. ‘새옹지마’에서는 ‘새옹지마’의 객관 상관물로 등산 이미지를 끌어들인 것이 자연스럽고 참신하며 적절하다. 그리고 ‘억수로 잘한기라’에서 ‘괴인 물’에 대한 시적 자아들의 상상이 재미나다. ‘간밤에 누기 오줌을 갈긴기라/아이므 어마이가 눈물 흘렸거나/노숙자가 침을 마이 뱉았거나’. 동이 닿지 않은 능청스러운 상상이 시적 자아들을 코믹화하며 재미를 더 해 주고 있다. 그리고‘실면의 밤’에서 옹졸하고 답답한 삶을 제목‘실면의 밤’으로 상징하고, '입 다물고 옹크리고 있’는 모습, ‘눈 가리고 귀마개 하고/스스로 발목마저 옭아맨’ 모습 등 구체적인 상징 이미지들로 보여주고 있어 현대시적인 맛을 풍긴다. ‘나른한 오후’는 전반 시를 하나의 우언적인 상징시로 구사한 것이 특징적이다. 그리고 ‘손오공(手五控)’에서는 “서유기”의 ‘손오공(孙悟空)’을 패러디하여 다섯 손가락으로 제어한다는 ‘손오공(手五控)’으로 둔갑시킨 착상이 발랄하고 재미나다.

물론 그녀의 시에는 아직 좀 설익은 것들이 있다. 예컨대 ‘껌’은 첫 연을 보면 좀 식상하기는 하나 껌에 빗대 여성 화자가 토로하는 그럴듯한 사랑시로 흘러가는가 싶더니 제2연에서 그만 동이 닿지 않게 도덕 설교로 끝맺고 말아 시로 열매를 맺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스다트업’은 현대시를 추구했으되 이미지 조합이 좀 난삽하다. 난삽한 만큼 또한 상징적 의미가 헷갈린다.

김경애의 시 창작은 현재진행형인 줄로 안다. 그녀의 시에 대한 집념과 열정, 그리고 탐구 또한 대단하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라 그녀의 시 창작은 나날이 향상될 줄로 믿는다. 우리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끝]
 

 

부록 

김경애의 '갱년의 된장찌개' 외 9수

 

1. 갱년의 된장찌개


데굴데굴 굴러가는 
멍들은 잡념들은 
고집으로 묶어와
숭숭 썰어 넣고

갈아 만든 손 두부와
앙증맞은 애호박은
잔소리로 토막 내고
바지락도 한 줌 넣었다

부글부글 끓여서 
어디 맛 좀 볼까나
이런 된장,
된장 없는 된장찌개

 


2. 나른한 오후

 

하얀 여름날 
파리와 모기는 이민을 가고
민들레는 나비를 유혹한다
꿀이 한껏 빨려나가도록 
몸을 비틀어대더니
급기야 속이 텅텅 비어버린다

나비의 수염이 얄밉다.

 


3. 낙엽

 

곱게 물든다꼬
뉘기 그랬노
거거는 익은게 아이고
서리에 얼어삔기라
지 아무리 새파라따 해싸도
서리만 살짝 맞아따카믄
다 기케 누우러케 된다 마
사람도 서리 마즈믄
낙엽맹키로 떨어진다 안카나

 


4. 손오공 (手五控)

 
이 세상을 다 담고도 모자라서
사람들의 영혼마저 빨아 먹는다

귀신같이 남의 말을 엿듣고
기억력과 변신술 또한 놀라운데
세간의 스캔들 다 퍼 나르고
댓글 마당에선 탈춤 판이 한창이구나

그래봤자 여래 손아귀에 손오공인데
내 손에 들린 내 폰에 내가 뒤집힌다

 


5. 실면의 밤 


등불이 제아무리 
구석까지 비춘다 해도
마음에는 닿지 못한다

빛이 비집고 들어 올까 봐
바보처럼 마음 한 구석에 
입 다물고 옹크리고 있다

걱정이 제아무리 
몸부림치고 날 뛰어봐야
어둠 속의 먼지와 같다

허상이 비집고 들어 올까봐 
눈 가리고 귀마개 하고
스스로 발목마저 옭아맨다

 

6. 억수로 잘 한기라

 

길 감시롱 한눈 팔다가
고마 찰싹 
괴인 물을 밟아 삣따
간밤에 누기 오줌을 갈긴기라
아이므 어마이가 눈물 흘렸거나
노숙자가 침을 마이 뱉았거나
근디 그기 문제가 아이고
가게 앞에서 파리 쫒던 
아재 바지가랭이 젖어 삔기라
두눈을 새똥그랗게 부릅뜨고 
야 임마, 쫌!
걍 앞만 보라카이
함서 삿대질 해쌌는디
아재요, 쟈꾸 열렸습니더
음마, 시방 머라카노
아재가 남산문이 열린줄 알고 
허겁지겁 거시기를 움켜잡는디
아이요, 고기말고 요기~
그라믄서 돈가방 쟈꾸
짜아악~ 쟁가줬데이

 


7.언발란스


첫 단추 잘 끼라고 누가 그랬나
요즘은 대세란다, 언발란스가
일부러 삐뚤어지고 찢어지고
일부러 덧대고 구멍 내고 망가지고

억지로 맞추는 거 누가 못하랴
스리슬쩍 못 맞추고 스치는 척
모자라게 드러내는 언발란스는 
못났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유행이다

너 또한 나에게 그런 사람이다

 


8. 여자가 쎈기라


오빠는 밴댕이 소갈머리야
쟁여놓은 참치 캔이 없어지따꼬
마 쌍심지 키고 달려드는디
여자는 능구렝이맹키로 
궁시렁궁시렁 
능청 부렸다아이가
길고양이 갖다줬는디 
만다꼬 글카노
너만 잠자코 있으믄
전쟁은 안 일어난다카이
오빠는 참치 실종신고 한다꼬
갱찰서로 가고 
여자는 참지, 참지, 하다가
니캉 더는 몬살겠다고
남은 참치 캔 죄다 패대기치삐따

 


9. 올가미


오지 마, 가까이 오지 마
방아쇠를 당길 줄 몰라서 망설인다
그럴수록 올가미는 죄여오고
저승사자가 뒤에서 숨바꼭질한다

누구야, 넌 대체 누구야
미래를 컨설팅하는 설계사지요
더 이상 남의 인생 설계하지 마
생명으로 장난치지 말란 말이야

저리 가, 저리 썩 물러가라고
추 없는 저울 따윈 필요 없어
돼지고기처럼 부위별로 책정해준다 해도
죽은 뒤 몸값이 뭐가 필요하단 말이냐

쏠 거야, 쏴 버릴 거야
너의 입이 벌집이 되도록
내 몸값은 내가 정할 것이니
파티가 끝나거든 쓰레기나 줍거라

 


10. 새옹지마


피비린 땀 냄새는
바람의 방치 질에 
세계 지도만 그려놓았다

산을 내리면서 보니 
배낭 메고 허둥대는 사람들
올라갈 때 내 모습을 빼닮았네

바람과 한 약속 지키려고
아둥바둥 기를 쓰고 올라간다
꽃들이 다투는 건 말릴 틈도 없구나 

어차피 내려갈 산인데
부질없는 아귀다툼 걸어두고
막걸리에 여유 한잔 말아 먹을까나

 

김경애 약력 : 

재한동포문인협회 공동회장
동북아신문 부사장
한국문예·한국시사랑문학회 부회장
한국국보문인협회 공동사무국장
한국문인협회 정회원
중국애심여성 민족공익발전기금회 이사
중국 제4회 애심여성 컵 은상 수상
한국국보문학 수필.시부문 신인상
월간국보문학 주최 백일장 차하수상
제 28호 동인문집 <내마음의 숲>편집부국장
제 31호 동인문집 <내마음의 숲> 추진위원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