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지향파 新詩革命의 이론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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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의 이미지 변형으로

能動的 可視化된 象徵의 境地

 

복합상징시론(複合象徵詩論) 연재 【5】

김현순(金賢舜) 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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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의 계속)

 

6절 운율(韻律)

 

1. 운율의 기본속성

 

운율은 시를 시 되게 하는 기본 요소이다. 운율을 우리말로 가락이라고 했으며 오늘날에 와서는 외래어로 리듬(Rhythm)이라고도 한다.

리듬은 주기성으로 나타나는 여러 계기 내지 현상들을 가리킨다. 가령 물 한 방울이 똑 떨어지고 마는 것이라면 거기에 리듬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물방울이 연속적으로 똑똑똑떨어진다면 거기에 리듬이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리듬은 인간 주변에 무수히 산재해 있다.

시에서의 리듬은 짝맞춤조화감에서 이루어진다.

짝맞춤이란 일정한 음절수의 반복이나 단어의 반복 등으로 일어나는 외형적직관적인 리듬을 말하는데 이런 리듬은 소리의 형태로 그 존재를 드러낸다.

 

보기:

 

접동

접동

아울 오라비 접동

 

김소월(金素月)<접동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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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해:

김소월(金素月: 1902.8.6.~1934.12.24.): 일제강점기 이별과 그리움을 주제로 조선민족의 한과 슬픔을 노래하는 시를 썼다. 주요 작품으로는 <진달래꽃>, <엄마야 누나야>, <접동새>, <산유화> 등이 있다.

 

이와 같은 경우를 외재율(外在律)이라고 한다.

다음 조화감이란 형식이나 문체, 형태 등을 이용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빚어지는 시의 리듬은 외형에만 의하는 경우 포착되지 않는다. 그것을 제대로 포착하기 위해서는 차분히 시를 반복적으로 읽어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단면들을 마음속으로 음미한 다음에야 그 세계에 젖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우를 내재율(內在律)이라고 한다. 때문에 내재율 파악은 지극히 내밀한 작업으로서 보거나 들을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느껴지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가끔 리듬을 형식으로만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결과는 행()과 연()의 글자 수 세기의 무효작업이 생성되게 한다. 이는 편면적인 생각으로서 전적으로 그릇된 것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의미구조를 떠난 운율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리듬은 말이나 언어에서 소리의 부분을 분리하여 거기로부터 생성되는 음색의 주기적인 반복과 조화로 이루어지는 외재율과 이미지 단위의 구조적 조화 포착으로부터 독자들 가슴에 일어나는 정서의 파동인 내재율로 구분이 되는데, 복합상징시에서는 외재율보다 내재율을 더욱 많이 강조한다.

내재율은 시각적으로 안겨 오는 전반 시의 구도와 이미지들의 내면에 깔려 있는 정서의 크기와 세기 포착에 의하여 일어나는데 이는 미학관에 따르는 화자의 감각흐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소리의 크기와 세기와 폭의 조화로운 외재율 속에 은폐되어 있는 것이다.

똑같은 상관물을 보고도 사람마다 그에 대한 정서의 포착이 다를 수 있다. 그 정서의 색채와 냄새와 형태의 파동(波動)이 바로 내재율이다.

그 파동의 높낮이와 장단과 세기의 장악은 전적으로 화자의 미학관에 따른 글자 수 장악과 시어 배렬, 시행 조직, 연의 나뉨 등 외형적 수단에 의뢰(依賴)한다.

가령 당사자가 기쁜 심정으로 내재율을 조성해 본다고 하자. 이때 외향적 성격의 소유자와 내성적 성격의 소유자의 내심 발로의 폭은 시행 조직에서 그 형태가 드러나게 된다.

보기:

 

외향적 경우:

 

햇살이여 나풀나풀 춤추며 내려라

바람 타고 고름 풀며 웃어 보아라

 

내성적 경우 :

 

햇살이여 나풀나풀

춤추며 내려라

바람 타고 고름 풀며

웃어 보아라

 

내성적 경우 :

 

햇살이여

나풀나풀

춤추며 내려라

 

바람 타고

고름 풀며

웃어 보아라

 

내성적 경우 :

 

햇살이여

나풀나풀 춤추며 내려라

바람 타고

고름 풀며 웃어 보아라

 

내성적 경우 :

 

햇살이여

나풀

나풀

춤 추며

내려라

 

바람 타고

고름 풀며

웃어

보아라

 

보기 사례와 같이 이런 각이한 외형적 리듬 조성에 따라 그로부터 가슴에 맞혀 오는 정서의 색채와 명암, 크기와 세기가 결정되면서 내심 정서의 흐름새가 여러 가지로 이루어지는데 이런 것이 바로 내재율로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재율은 시의 외형구조와 외재율과 의미구조로부터 생성됨을 알 수가 있다.

즉 복합상징시에서의 내재율 장악은 시의 외형구조로부터 생성되는 외재율과 의미구조에 있음을 인식하여야 한다.

 

2. 시의 외형구조와 내재율

 

시의 외형구조는 시행과 연으로 되어 있다. 시어들의 횡적 열거가 시행을 구성하며 시행들의 연속적인 종적 열거가 연을 구성한다.

보기:

 

시행의 사례: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말 좀 해다오

 

연의 사례: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김매던 그들이라 모두 반갑다

 

이상화(李相和)<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 절록하여 예로 들었다.

시행 조직에서 시행의 장단을 결정짓는 것은 들숨, 날숨의 조화로운 순리를 따르는 것으로 하고 있으나 화자의 정감의 폭과 미학관에 따라 정비례, 반비례로 장악이 된다.

여기에서 정비례 장악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반비례 장악에 대해서 혹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인간은 이성의 존재로서 정감의 직설로 양상(樣相)을 드러내는 동물과 달리 상징으로 자신을 장식하게 된다고 앞 장절들에서 말한 바가 있다. 상징, 바로 이것이 인간의 정감을 반비례되게 하는 변형을 불러온다. 그러므로 시행의 장단은 때로는 화자 정감의 크기세기와 반비례를 이루게 되며 때로는 시행의 변형을 꾀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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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해:

이상화(李相和: 1901~1943): 시인. 호는 무량(無量)상화(尙火/想華)백아(白啞). 백조(白潮)동인으로, 낭만적 경향에서 출발하여 상징적인 서정시를 주로 썼다. 작품에 <나의 침실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태양의 노래> 따위가 있다.

보기:

 

정비례에 따른 정감의 흐름 사례:

 

이슬에 미역 감고 고개 내미는

아침해의 얼굴이 붉어 있다

 

반비례에 따른 정감의 흐름 사례:

 

이슬에 미역 감고

고개 내미는

아침해의 얼굴

붉어 있다

 

시행의 구도 변형에 따른 흐름 사례:

 

이슬에 미역 감고, 고개

내미는

아침해의 얼굴

붉어 있다

 

이와 같이 시행 조직은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할 수가 있으며 그 외형구조 내면에 깃들어 있는 의미구조 즉 이미지로 구성된 사상과 내용에 따라 독자들 가슴에 정서의 움직임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재율이다.

시의 연 나누기는 내재율의 순리와 직접 관계를 조성한다.

연 나누기는 한 개의 이미지 단위거나 정서의 흐름 단위를 기준으로 하는데 전반 시에 흐르는 내재율의 번다함이 적중치(适中值)를 넘어설 때에는 연을 여러 개로 나누어 놓고, 내재율의 흐름이 너무 가볍고 옅어 보일 때에는 통절시(通節詩)로 그 외형을 갖추는 것이 원칙으로 되고 있다.

이리하여 내재율의 적중한 정도를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 시에서의 운율 조성을 위하여 조사 사용이 제기되는데, 조사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경우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리듬 조성을 위해서는 부득이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부득이한 경우란 나름대로의 마음의 선율 즉 내재율의 순탄한 흐름새를 도모하는 경우를 뜻하는바 경우에 따라 각자의 내재율 장악이 각이하므로 딱 고정된 격식으로 찍어 말할 수가 없다.

시 창작에서의 내재율 장악은 화자의 깊은 내공과 정비례를 이룬다. 심후한 내공 장악을 위해서는 자기만이 소유하고 있는 나름대로의 미학에 따른 소리와 정서의 장단과 선율과 빛깔을 고안해 내어 그것을 자기의 피와 살로 만들어야 한다.

이 작업은 엄청 간고한 것으로서 여러 면의 공부와 학습의 긴 연마(鍊磨)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반드시 이 작업과정이 원만해질 때라야만 시적 천부를 가진 무지개를 품게 되는 것이다.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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