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을 한지도 어언 15년째, 그동안 사는 게 뭐가 그리 바빴는지 그 흔한 제주여행 한번 못 갔었다. 코로나 때문에 방콕만 한 것도 너무 답답하고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남편의 그동안 갈증도 풀어줄 겸 마침 홈쇼핑에 싸고 좋은 패키지여행상품이 나와서 7월4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생에 첫 제주여행을 다녀왔다.

 

장마 속에 떠난 여행

날자는 썩 전에 정해 놓은 것이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전날부터 때 이른 여름장마가 시작돼서 3일 저녁부터 온밤 비바람이 치고 폭우가 쏟아졌다. 그래도 날이 밝으니 비바람은 좀 멈췄고 여행사에서도 별다른 통지가 없으니 강행하여 청주공항으로 떠났다.

오후 3시에 제주에 도착하니 다행히 날씨는 좀 흐렸지만 생각보다 선선해서 여행하기  았다.

제주공항은 의외로 아담하고 우리 고향의 작은 공항처럼 스텝 (계단 차)로 내려와 버스로 공항대기실로 이동하는 시스템이었다.

가이드언니를 만나 버스에 타니 어제 태풍 바람이 불어 첫 번째 일정인 한담 해안 산책로는 낙석으로 길이 막혀 취소되고 바로 두 번째 일정인 수목원 테마파크로 갔다. 거기에는 아이스뮤지엄,3D착시아트,5D영사관,VR등 여행객들에 맞춤 상품인 듯한 실내 테마파크였는데 사진 예쁘게 나올 포토 존을 많이 꾸며 놓아 사진을 실컷 찍었다. 지하1층에 얼음조각 몇 개랑 얼음 미끄럼틀 두 줄 만들어 놓고 아이스 뮤지엄이라고 하는데 세계적인 빙 등의 고장에서 온 우리에게는 완전 소꿉장난 같았다.

제일 기대했던 일정이 수목원 테마파크 일대의 야시장 돌기였는데 야시장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가장 싸고 다양하게 본지의 미식들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정작 가보고는 너무 실망스러웠다. 도에서 관광활성화 차원에서 청년실업자 지원용으로 푸드 트럭으로 한 개 거리를 조성해 야시장 같은 효과를 내려 하였는데 코로나로 관광객이 뚝 끊기다 보니 하나 둘 철수를 하고 푸드 트럭 대여섯 개 남았는데, 그것도 영업은 두어 개뿐. 상황이 이해는 되지만 TV에서 본 대만 같은 야시장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다.

 

바오젠 거리와 일회용품근절한 호텔 

저녁식사로 전복 뚝배기를 먹고 우리가 묵을 에어시티호텔로 향했다. 가이드분이 여기는 관광한류와 숙박, 쇼핑, 문화의 중심이라고 소개하면서 제주시중심인 호텔주위로 중국 회사 이름을 딴 차이나 거리-바오젠 거리가 있으니 호텔에 짐을 풀고 주변을 둘러볼 것을 추천해 주셨다.

푸실푸실 비가 내리는 밤거리에는 사람들 한두 명 보이고 길가의 곱창집이나 돼지고기 가게에만 한두 테이블의 손님이 있을 , 기념품가게나 카페에는 직원들만 지키고 있었다. 한 때는 엄청난 중국관광객들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는 이곳바오젠 거리는 중국 회사들에서 1년에 한번 최우수사원들에게 주는 보상휴가로 제주도가 인기 있어 무려 일년에 30만 명이 최우수사원들이 다녀가자 제주시에서 더 많은 중국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이 거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비 오는 거리를 한참 걷다가 어떤 중국식품점이 보이길래 반가워서 들어서는데 "환잉꽝린(欢迎光临)"하고 오랜만에 들어보는 중국어로 인사를 한다. 서울이나 경기도 인근 중국식품점은 오히려 중국어로 인사를 잘 안 한다. 많이 한국화 되어 있다는 증거다.

대신 닭이라고 그나마 중국 향수를 일으킬 만한 물건들이 잔뜩 진열된 중국식품점에서 할빈훙창이랑 산초닭발이랑 챠챠해바라기, 청도맥주 등을 사가지고 호텔로 돌아와 한잔하면서 이번 여행의 첫 번째 밤을 만끽했다.

여기서 또 가지, 누구도 얘기하지 않아서인지 내가 몰랐었던 것인지 제주도호텔에는 칫솔, 치약, 면도기 이런 일회용품을 제공하지 않는 단다. 농수산물재배와 여행업에 의존하는 제주도에서는 연간1500만 명의 관광객들이 배출하는 쓰레기들을 줄이려는 목적이다. 다행히 호텔로비에 작은 편의점이 있어서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요트와 더마 파크

이튿날 아침이 되니 엊저녁부터 불어친 바람 때문에 비구름은 싹 몰려가고 일정대로 샹그릴라 요트투어를 떠나게 되었다. 일정에는 바다낚시도 있었는데 파도가 세서 취소했다. 평소 버스 타고 서울 한번 가려고 해도 멀미 때문에 고생하는 내가 감히 이 큰 파도에 배? 그것도 흔들림이 유난히 심한 요트를 탈수 있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이때 아니면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까 싶어서 전날부터 멀미 약 준비하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실제로 3분의 2 시점에서 좀 울렁였지만 참을 만 했다.

일정인 더마 파크는 제주도 여행의 인기코스중의 하나인데 많은 분들이 다녀간 후기를 읽어서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재미있었다.10~20대 몽골 소년소녀들이 말 위에서 고난도 기예를 펼치고 광개토대왕의 이야기를 스토리로 엮어 뮤지컬공연을 해서 아주 흥미진진했다. 오랜만에 현장공연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끼게 됐다. 앳되고 풋풋한 젊은이들이 먼 이국 타향에 와서 열심히 하는 모습들이 웬지 안스럽기도 하였지만 칭기즈칸의 후예답게 말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들이 너무 멋지고 대견했다

 

천년의 숲과 승마체험

3일째에는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 승마체험과 비자림이 제일 인상 깊었다.

탐라 승마장이란 작은 간판이 있는 주차장에 내리자 사람들이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는 지인의 집에 갈 때마다 빨간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말을 타고 찍은 사진을 본 게 생각났다. 그 전형적인 제주도여행 기념사진들은 여기서 찍은 것들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마스크를 쓰라고 강조하는데 여기서는 말이 놀랄까봐 마스크를 옷깃 속에 숨기란다. 망설이다가 이것도 언제 또 해보겠나 싶어서 용기내서 타봤는데 처음에는 엄청 긴장되더니 조금 지나니 점점 재밌고 신났다. 하루 종일 손님들 태우고 같은 코스를 돌고 도는 말들이 좀 안쓰럽기도 했지만 자기이름을 부르니 알아듣는 것도 신기했다.

다음은 천년의 숲비자림으로 향했다. 세계 최대 비자나무 자생 군락지이며 834년의 장구한 세월동안 우리의 선조들과 함께 온갖 풍상을 이겨낸 최고령 비자나무이자 국내의 다른 비자나무와 제주도 내의 모든 나무 중 최고령 목인 새천년 비자나무, 지역의 무사 안녕과 희망과 번영은 물론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건강과 행운과 소원을 이루게 해준다는 새천년 비자나무를 에돌아 나오는 이번 코스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다.

속에서 밟고 다니는 탐방로는 송이(Scoria)로 되어 있었다. 송이는 제주도 화산 활동 시 화산 쇄설물로 알칼리성의 천연 세라믹이며 제주를 대표할 수 있는 지하 천연자원이다. 송이는 천연상태에서 원적외선 방사율이92% 탈취율이89% 수분흡수율10% 항균선이99% PH7-2로 알칼리성의 천연 세라믹으로 인체의 신진대사 촉진과 산화방지기능을 지녔으며 유해한 곰팡이증식을 없애주어 새집증후군을 없애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수분을 알맞게 조절하여 화분용 토양으로도 많이 쓰인다. 이렇게 좋은 것들을 밟고 숲 속의 맑고 청량한 공기를 한껏 마시니  금방이라도 몸속의 나쁜 것들이 깨끗이 없어지는 듯했다.

비자나무는3~5미터의 아름드리 키 큰 나무 임에도 나무 가지들이 곧은 것이 없이 다 꾸불꾸불 얼기설기 엉켜 숲 공간이 아주 크고 환상적이었다. 숲 속을 걷노라니 마치 영화 '아바타'에서 나오는 숲 속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몽환적이고 멋진데 카메라로 아무리 찍어도 실제 그 느낌을 담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정부에서는 숲을 보호하기 위하여 원래는 1일 관람 인원 제한 1800명이였는데 우리가 가기 이틀 전에 제한이 풀려서 오후에도 갈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아니면 아침부터 선착순으로 1800명이 금방 차버리기에 오전방문은 필수라고 한다.

주변에는 맨발로 흙을 밟아보는 , 두 팔을 벌리고 온몸으로 숲이 주는 정기를 다 받으려는 듯 천천히 숨쉬고 음미하는 분들도 많이 계셨다. 우리는 피톤치드를 맘껏 마시며 걷다가 숲 가운데 제일 최고령인 새천년 비자나무 있는데 까지 가서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돌아 나왔다.

여행에서 힐링을 하고 바다 해녀들의 해산물 직판 식당동복해녀잠수촌으로 갔다. 해녀 분들이 문어, 소라, 한치, 자리돔회 등을 썰어 놓는 대로 갖다 먹고 계산하는 시스템이어서 우리는 여행사에서 미리 주문한 전복죽에 문어회 한 접시를 더 갖다 먹었다. 평소 잘 안 먹던 문어라서 우리는 몰랐는데 다른 테이블의 아줌마들이 집에서 데치면 절대 이런 맛 못 낸다면서 감탄하시면서 드셨다. 식사 마치고 바람 부는 해변가에서 산책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제주공항으로 출발하였다.

 

여행을 마치며

이번 여행에 특히 고마웠던 것은 바로 떠나기 하루전부터 장마가 시작됐다고 했는데 다행히 날씨가 참아줘서 가족들과 친구들이 장마철이라서 힘들겠다고 하는 문안전화가 무색할 정도였다.

하나는 우리를 인도했던 가이드언니, 제주도 토박이로 43세인데 22살부터 가이드일을 하셨다고 하니 경험도 풍부하고 제주도의 지리, 풍토, 언어, 전설, 주요 관광지, 특산품 등 해박한 지식으로 오가는 길 버스안에서 많은 풍토문화들과 제주도관련정보들을 알려줘서 고마웠다.

오래동안 해온 일이고 힘들고 지겨울 때도 있었지만 이번 코로나로 인해 너무 많이 쉬어서 너무너무 손님들이 그리웠다고 하면서 일이 없어서 알바로 밀감 따러 다녀보니 자신의 천직이 가이드라는 절실히 느꼈다고 너스레를 떠는 그분을 보니 나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해서 씁쓸했다. 코로나 시기에 이런 고충을 겪는 분들이 어찌 한둘이겠는가?

제주도 사람들은 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옛날부터 사람을 낳으면 서울에 보내고 말을 낳으면 제주로 보내라는 속담이 있다. 곳곳에서 유유자적 풀을 뜯고 있는 말들도 많이 보였고 말의 온몸에 버릴 것이 없다고 하면서 칼슘과 구리가 풍부해 골다공증에 좋다는 말뼈 환과 신경통, 관절염에 특효라는 마골환, 한때 엄청나게 인기있었던 마유등 제품들과 말고기전문식당이며 말가죽벨트,말가죽핸드백 등 말 관련 다양한 제품들도 있었다.

누군가 여행은 자기가 살던 곳에서 남이 살던 곳으로 가서 쓰고 구경하다가 다시 자기가 살던 곳으로 와서 열심히 살아야 겠다고 결심하게 하는 것이란 글을 본적이 있다. 여행중에 엉덩이 의자를 달고 고추 밭에서 고추를 따고 있는 할머니를 보면서 오늘이 나에게는 평생에 처음인 신나는 제주도여행이지만 저분들은 이것이 평범한 일상 일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76일까지 700명이던 확진 자수가 77일 집에 온 이튿날부터 1200명을 넘더니 연이어 4일째 1200~1300명 대라 수도권에는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 시행결정이 내려졌다. 제주를 포함해서 주요관광지에 조금씩 시작되던 여행객들의 움직임이 또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그 틈바구니사이에 마침 다녀온 제주기행을 쓰면서 또다시 외출을 자제하고 외부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이때 여행이나 휴가를 못 떠나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대리만족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끝으로 금방 배운 제주도 사투리로 인사 마디 남긴다.  여행사 냉 바리(시집간 여자)폭삭 속았 수다(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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