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지향파 新詩革命의 이론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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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각의 이미지 변형으로

能動的 可視化된 象徵의 境地

 

복합상징시론(複合象徵詩論) 연재 【6】

김현순(金賢舜) 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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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의 계속)

 

6장 복합상징시의 갈래

 

앞 장절들에서 우리는 복합상징시의 존재이유로부터 시 창작을 위한 기본내공을 닦는 작업에 대하여 피력하였다.

4차 산업혁명에 들어서면서 인류는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열린 우주에로의 다차원의 세계는 인류로 하여금 형이상적 이념세계에 대한 의식상태를 변형의 이미지로 능동적 가시화하여 펼쳐 보일 것에 대한 갈구로 충만되어 있다. 이는 필연코 시문학에서의 복합상징의 제반 요소와 특성들을 규명하여 주면서 그 갈래의 필요를 제시해 주고 있다.

복합상징시는 대체적으로 화폭의 상징조합, 스토리식 상징조합, 서정의 상징조합, 이념의 상징조합 등 갈래로 가상세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재구축하면서 현실 밖 현실에 대한 초자아(超自我)의 경지로 우주를 주무르게 하는 것이다.

 

1절 화폭의 상징조합

 

화폭의 상징은 복합상징시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가상공간의 구도적 요소로 된다. 세상 구성의 복합원리에 따르는 화폭들의 조합은 퍼즐들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퍼즐 맞추기이다.

매개의 화폭들은 환각의 흐름 속 한 개 단면이며 그것들은 가시적이면서도 능동적이다. 무질서한 이런 화폭들은 아무렇게나 질서 없는 나열의 상태로 생겨났다가 사라졌다 하면서 그 형태도 수시로 무질서한 변형을 반복하게 된다.

화자는 그런 환각들의 존재가 거주하는 커다란 우주임에 틀림없다. 화자는 시시각각 언뜻언뜻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환각들 속에서 자신의 정서와 취향에 걸맞은 것들만 골라내어 상상과 변형을 거쳐 퍼즐 맞추듯이 한데 조합해 내는데 그것들은 반드시 능동적 가시화의 작업과정을 거쳐야 한다.

간추려 보면 화폭의 상징조합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환각 떠올리기정서에 맞는 환각 골라잡기변형하기퍼즐 조합내심경지 구축 완료.

 

이런 시작법의 흐름선에 따라 창작된 작품의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파도소리 길을 걷는다

텔레파시로 찾아온 그 이름

천만리 꿈 타고 달리고

 

하늘이 그리움 토하면

언덕은 진달래 피울음 물들인다

황홀 했던 노을이

어두운 숙명 안고 익는데

밤은 무거운 흑구름 몰고 온다

 

여물어 가는 하루의

끝자락에서

하루살이 한 마리

아름다움이 끝나는 곳에 서 있다

 

윤옥자(尹玉子) <섭리> 全文

 

중국 조선족 복합상징시의 멤버로 활약하는 윤옥자 시인의 이 작품에서는 도합 여덟 폭의 화폭이 퍼즐이 되어 춤춘다. 이제 그 퍼즐들을 하나하나 확대경을 들고 들여다보자.

 

화폭1: 파도소리길 걷는다

화폭2: 이름꿈 타고 달린다

화폭3: 하늘그리움 토한다

화폭4: 언덕피울음 물들인다

화폭5: 노을숙명 안고 익는다

화폭6: 흑구름 몰고 온다

화폭7: 하루의 끝자락여물어 간다

화폭8: 하루살이아름다움 끝나는 곳에 서 있다

 

여덟 개 장면의 화폭을 여덟 개의 상관물을 빌려 환각적 변형으로 이룩하면서 화자는 소망으로 연소(燃燒)하는 인생의 막끝은 간고함 속에 성숙으로 영글지만 아름다운 최후라는 시작으로 빛나는 철리적 사상을 보여 주고 있다.

여기에서 활용된 상관물들의 변형의 움직임은 화자의 내심을 도배하고 있는 사상의 가시화된, 안받침의 변형임을 좀만 자세히 살펴보면 파악해 낼 수 있다. 독자들의 감수가 이 차원에 오를 때 독자들은 그로부터 강한 자극과 감동을 받을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아날로그 시대로부터 디지털 시대에로의 진입에 들어서면서 인류는 연결된 정체로부터 독립되어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독자적 세계구축을 모식으로 영위해 가지만 그런 것들은 결국 텔레파시의 무형접속(無形接續)에 의하여 오히려 얼기설기 엉켜 있는 다차원의 정체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독자적이면서도 무형접속을 이루는 세계, 그것이 바로 천개의 고원에서 거론하는 리좀의 법칙이다.

변형된 화폭들의 무질서한 조합은 필연코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펼쳐 보이기는 하지만 복합상징시는 바로 거기에서 화자의 정서와 사상에 맞는 환각의 화폭에 대한 상징조합을 꾀하여 새로운 경지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2절 스토리식 상징조합

 

조물주가 세상을 만들었든 어찌 되었든, 존재의 실체로서의 세상은 하나의 이야기로서 생명 지속과정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 세상 속에서 꿈틀거리는 인간의 삶 역시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볼 수가 있다. 외래어로 말하면 스토리식 삶의 과정이다.

인간의 삶은 상징으로 충만되어 있음은 새삼스레 거듭 언급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런 스토리들의 연속성이 우주를 재구축하면서 세상은 눈뜨고 있는 것이다.

상징 자체는 외연과 내연의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 즉 외연에 흐르는 스토리와 내연에 흐르는 스토리가 있는데 외연적 스토리는 내연적 스토리를 암유로써 보여 주기 위함에 있다.

복합상징시에서의 스토리식 상징조합은 외연적 스토리를 구성하는 매 상관물들의 능동적 가시화 변형으로 그 정체를 이루면서 내연적 스토리의 상징을 은근히 깊숙이 깔아 주고 있다. 이때 외연적 스토리는 가상(假像)이며 내연적 스토리는 실상(實像)으로 되는 것이다.

보기를 통하여 그 묘미를 터득하여 보도록 하자.

 

그날의 훈둔(混沌) 한 사발 

 

□ 묵향

 

 

공사장 막일꾼들 때 묻은 옷소매로

입 쓱 문지르고 일어난 자리에

둘이는 비비고 앉았다

벌씬 웃는 사내의 뚱뚱한 배를 보고

여자는 어줍게 웃음 짜냈다

떠들썩한 막벌이군들 뜬 이야기

말벌 되어 붕붕 고막 찔러댔지만

마주 보는 눈길엔 보얀 화분

누드 흔들어댔다

할레혜성 작열하는 섬광

뜨거운 사발에 찰찰 넘칠 때

사내는 숟가락 들어 한술 미소(微笑)

여자의 입가에 갖다 댔다

, 뜨거

와뜰 놀라는 열아홉 순정

이른 봄 추위가 창밖에서 서성임을

사내는 안경너머로 닦아버렸다

~ 그래도 맛있네요

어느새 최면사의 하얀 금자탑에

갇혀버린 둘만의 하루

봄꽃은 우줄우줄 가슴 열며

달아오른 입술 한결 만지고 있었다

 

묵향의 詩集 그날의 숯불구이집에서 발취

 

이제 이 시의 외연과 내연의 스토리를 먼저 분석해 보자.

 

외연적 스토리:

 

추운 겨울날, 막벌이 공사장 일군들이 즐겨 다니는 훈둔집에서 청춘 남녀가 훈둔 한 사발 놓고 서로 대방에게 떠 먹여주며 사랑의 한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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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해:

복합상징시집, 그날의 숯불구이집. 한국학술정보출판사. 20199월 출간.

 

내연적 스토리:

 

떠들썩한 이야기들이 말벌 되어 고막 찔러댄다

마주 보는 눈길에 화분이 누드 흔들어 댄다

할례혜성 작열하는 섬광이 사발에 넘쳐난다

숟가락에 담긴 미소에 놀라는 열아홉 순정

창밖 추위를 안경너머로 닦아버린다

최면사의 금자탑에 갇혀버린 하루

봄꽃이 가슴 열며 입술 만진다

 

이제 살펴보자. 외연적 스토리는 그냥 일상의 스토리에 불과하지만 내연적 스토리는 환각적 순간순간들에 대한 변형의 묘술(描述)로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내연적 스토리는 그것이 담고 있는 철리적 함의 또한 깊이가 깊다.

좀 더 살펴보자.

 

떠들썩한 이야기들이 고막 찌른다는 표현은 소란스런 현실세계를.

화분이 누드 흔들어 대는 것은 순결무구한 것에 대한 고백을.

할례혜성 작열하는 섬광은 청춘의 드높은 정열을, 그리고 사발에 넘쳐 남은 세상 포용의 기세를.

미소에 놀라는 열아홉 순정은 세상과의 교접의 당혹감을.

추위를 안경너머로 닦아버린다는것은 삶에 대한 경계심과 조심성을.

최면 걸린 하루는 즐거움의 극치를.

봄꽃이 가슴 열며 입술 만진다는 정감의 속살 나누는 찬란한 경지를.

 

이렇게 내연의 스토리는 전부가 상징으로 충만되어 있으며 그것은 또 환각적인 변형의 가시화 작업을 거치면서 외연의 스토리와 다른 갈래로서의 내밀한 스토리로 은폐되어 있다.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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