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동필: 1984년 도문 출생. 잉여기고인.  
모동필: 1984년 도문 출생. 잉여기고인.  

(1) 
酒 詩 
- 윤동주의 《서시》를 본따서 
 
  
취하는 순간까지 술잔을 받들어 
한방울 남김이 없기를 
괴여오르는 거품도 마다않고 
시종 건배를 신조로 여겼다. 
술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멀쩡한것들을 취케 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부어진 잔을 
밑굽을 내야겠다. 
  
오늘밤에도 술잔이 입술에 스치운다. 
 
 
(2) 
두만강과 마주서서 

 
 
두만강과 마주서서 묻는다 
이 내 한몸 
여기에 자리하고 섰건만 
피는 넋이 담긴 
저리서 흐르니 
나는 정녕 누구인가 


  
두만강 
 

넋은 나를 부르고 
나도 넋을 부르니 
메아리와 메아리가 어우러져 
품은 한이 많건만 
바다도 아닌 네가 
용케도 침묵속에서 흐르노니 
 
오리오래 묵은 메아리 
동해의 거센 파도 휘여감아 
죄없는 바위를 
세차게 내리칠제 
갈매기들만 두려움에 
멀리멀리 날아 가는구나 
 
하얀 옷 
하얀 피 
하얀 얼 
 
두만강과 마주서서 
하얀 눈물 머금고 
심장에 불 달구어 
피로 뼈에 새기노라 
 
우리네 아픔을 
우리네 바람을 
우리네 의지를   


 
(3) 천지괴물 
 
  
전설처럼 나의 꿈속에 
그려진 풍경 
  
괴물은 
태초의 존재를 부수며 떠오른 
풍운조화 삶속의 영령이였던것을 
  
스쳐가는 바람은 
고유한 우리네 얼 앗아가려는 
날강도들을 혼내시라던 
단군할아버님의 성화를 지고 
천지에 터 잡았노라 
속삭이였다 
  
나무는 가지를 흐느적흐느적 
벙어리 손시늉으로 
《ㄱ,ㄴ,ㄷ,ㄹ》《ㅏ,ㅑ,ㅓ,ㅕ》 
우리말 우리글 모르는 이들에게 
우리말 우리글 가르치라 
세종대왕님께서 보내시였단다 
  
떠난 님 그리며 
무모한 기다림속에서 늙어가신 
저기 산신령은 
한맺힌 자신의 화신이라며 
천둥소리 삼키여 
가슴치며 통탄하신다 
  
나이 드신 촌령감 담배재 터시며 
문 꽁꽁 닫아버린 
동네학교마당 풀 먹고 자란 황소가 
배불러 흥타령이라 
백두산구경 
천지에 오른거라 말씀하신다 
  
흘르흘러 
한 품은 강은 
다시금 이 땅을 찾은 
조상님 령혼이 비낀 그림자라며 
아픔을 출렁이며 
하소연한다 
  
말이 없는 천지괴물은 
한많은 울분을 
백두폭포에 실어 
이 땅을 쿵쿵 내리 찧었고 
진감 소리에 맞추어 
려명은 눈부시게 춤춘다 
 
 


(4) 허수아비 
 

바람에 살을 앗기운채 
뼈마저 썩어간다 
  
마냥 날아들던 새들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발자국 소리 하나 없는 
빈들에 홀로 서서 
  
오가는 바람 마시며 
잃어버린 혼을 부른다 
 
 
 
(5) 제목을 잃고 
 

  
사람의 병을 치유하는 병원에서 
많은 사람이 죽어가도 
병원은 병원이다 
인간이 인간이기를 거부한 세속은 
여전히 인간세상, 
우리 령혼만이 슬퍼하고있다 
나는 없고 
나이기를 원하는 
애달픈 몸부림뿐 
잃어버린 난 
어디에도 없고 
망각의 슬픔도 미련도 
죄다 버렸다 
 
 
 
(6) 산다는 것은 

 
  
어제의 내가 
진정 
내가 아니고 
  
오늘의 나도 
진정 
나자신 아니다 
  
어차피 
래일도 
나일수 없는데 
  
나를 찾는 
길에서 
나를 잃는다  
 
 
(7)그리움 
 
  
꽃을 
바라만 본다 
사랑한다 말 못하고 
  
아득히 차오르는 
슬픔 
사랑의 속삭임되었다 
  
사랑의 고독보다 
밀어내야하는 그리움이 
괴로움의 까닭이다 
 
 
 

(8) 하루살이 
 
  
영원이 
덧없는 순간일  
그대에게 
미소 띄운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