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824일 오후부터 25일 새벽까지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마지막 순서로 배정된 안건인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핵심은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5배 이내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언론사들은 막대한 배상액을 물어야할 뿐 아니라 언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엔 이외에도 취재 과정에서 법을 위반하거나 정정보도 청구를 받은 기사를 검증 없이 인용 보도, 기사 내용과 다른 사진·삽화·제목 등을 사용한 경우 언론사에 고의·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민의 힘은 개정안을 현 정권의 집권 연장을 위한 수단이라고 규정하며, 824일 오전부터 법사위 회의장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2020년  6월   29정청래 의원 등 11인에 의해 발의된 이후 총 16회에 걸쳐 재발의 되었으며 많은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법사위원장 안으로 정리되어 법사위를 통과한 것이다.

여야는 830, 본회의를 열기 전에 회동을 가졌는데, 4번의 회동이 결렬되면서 본회의가 31일로 미뤄졌으며, 결국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상정은 927일 본회의에서 하기로 잠정 합의를 보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회에서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를 위해 숙성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고, 국민의 알권리와 함께 특별히 보호받아야 한다관련 법률이나 제도는 남용의 우려가 없도록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악의적인 허위 보도나 가짜뉴스에 의한 피해자 보호도 매우 중요하다”, “신속하게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고, 정신적·물질적·사회적 피해로부터 완전하게 회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배경

한국사회 현재의 주요 언론은 공정보도를 사명으로 하는 언론의 역할을 다하기보다는 정치집단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자신의 이해 또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여론을 왜곡하고, 사건을 조작 보도하고 있다. 한국의 언론 기관들은 무책임한 허위 오보, 조작 기사, 사적인 보복이나 협박 등으로 기자들이 기레기라고 불릴 정도로 불신을 받아왔기 때문에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이러한 요구의 정당성은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찬성 여론이 매번 과반을 넘김으로써 증명되었다. 이번 개정안 자체는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국민적 여론을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논란이 된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의 2022년 대선에 대한 위기감과 조국 사태가 언론의 허위 보도 및 왜곡 때문이라며 언론 개혁을 요구하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지지층을 달래고 규합하기 위해서는 언론 개혁이라는 당근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개정안 시행일 자체가 대통령 선거 이후인 20224월이기에 대선 때문에 속도를 낸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답변한 상황이다.

쟁점

개정안의 개정내용 자체는 여러 가지이나, 특히 논란이 된 것은 신설 조문인 제302항이다.

30조의2(허위·조작보도에 대한 특칙) 법원은 언론 등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보도에 이르게 된 경위, 보도로 인한 피해정도, 언론사 등의 사회적 영향력과 전년도 매출액을 적극 고려하여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

법원은 언론보도 등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1.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으로 허위·조작보도를 한 경우

2. 정정보도·추후보도가 있었음에도 정정보도·추후보도에 해당하는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3.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자료(사진·삽화·영상 등을 말한다)를 조합하여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

1항의 경우 공직자윤리법10조 제1항 제1호부터 제12호까지에 해당하는 사람[재산공개 대상인 공무원-] 및 그 후보자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기업 및 그 주요주주, 임원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1항의 경우 공공복리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언론보도 등으로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1. 공익신고자보호법2조 제1호의 공익침해행위와 관련한 사항에 대한 언론보도

2.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행위와 관련한 사항에 대한 언론보도

3. 그 밖에 제1호 및 제2호에 준하는 공적인 관심사와 관련한 사항으로 제4조 제3항에 따른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데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언론보도

개정안 찬성 측 주장

국회 법사위는 개정안의 제안 이유로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구성을 보완하고, 정정보도 등의 효과를 제고하며, 허위·조작보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여 언론보도 등으로 인한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

2020년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협조를 얻어 조사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40개 국가 중 언론 신뢰도가 21%, 조사를 처음 게시한 2016년 이래 매년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2021년에 공개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에서도 뉴스 매체 전반에 대한 신뢰도32%로 나타났다. 이는 불가리아, 그리스, 필리핀 등과 같은 수치이며, 46개 국가 중 38위에 해당한다. 한국이 조사에 참여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30%를 넘었는데, 이는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뉴스 전반에 대해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언론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아니면 말고 식의 책임 없는 보도가 잇따르지만 이에 대한 제약은 미흡하여, 언론이 잘못을 해도 인정하지 않거나 정정보도로 면피하는 게 고작이며 그로 인한 피해자도 많다.

20206월에 시행한 리서치뷰의 가짜뉴스 보도 언론사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관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 81%라는 압도적인 여론을 보였다. 202011월 조사에서는 찬성은 52%로 줄고 11%였던 반대 여론은 18%로 올랐지만, 대신 보완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23%를 차지했다. 반년이 흐른 215월의 조사에서도 언론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은 67%,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찬성하는 의견은 80%에 달했다. 이러한 찬성여론은 거의 모든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그만큼 뉴스를 직접적으로 소비하는 국민들이 언론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현 개정안에서 피해에 대한 입증 책임은 전적으로 피해자가 져야 한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자(원고)’가 언론 보도의 고의·중과실을 입증하는 주체임을 명확히 해 입증 주체의 모호함을 없앴다. 열람차단이 청구된 기사에 해당 사실이 있었음을 표시하도록 하는 조항도 삭제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요건으로 고의·중과실을 규정하고 있는데, 고의란 위법하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과 인용을 의미하고(헌재 2015. 4. 30. 2013헌바395), 중과실이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예견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545451, 대법원 916351 ). ,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 한, 허위조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보도했거나 조금만 취재해보면 허위임을 알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에만 징벌적 배상이 적용되고 단순 오보에는 징벌적 배상이 적용되지 않는다.

권력자 가족 등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도 다분하다지만, 고위공직자,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람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해당법 적용에서 제외하도록 개정안이 수정되었다. 정재계 권력자들은 언론중재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또한 처음 제정될 때부터 이 법안의 언론에 대한 징벌 배상 제도만이 명시되어 있을 뿐, 그 이상으로 언론에 대한 제약은 하지 않는다. 해당 법안에서 언론중재위를 통해 언론에 가해지는 제약은 1. 허위사실 혹은 인격권 침해로 인한 피해를 입었을 때 열람을 차단당할 수 있음 2. 정정보도 시스템의 획일화, 3. 사법부가 판단한 적절한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벌금으로서 부과하는 정도이다.

더불어 기자 개인의 신변이나, 언론사 전체의 법인권에 대한 제약은 나와 있지 않다. 심지어 이런 기사에 대한 제약조차 일단은 제3자인 법원의 판단, 즉 재판을 받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법안이 무분별하게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일각에서는 언론사들에 대한 줄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래야 한다. 기존 언론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왔던 것도 사실이고, 이러한 권력을 뒷받침해왔던 것 중 하나가 언론에 대해 의미 있는 항의를 할 수 없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중재법을 막고 싶다면 언론이 먼저 보도윤리를 준수하고 오보에 대해서는 정정보도를 제대로 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언론은 제대로 된 대안이나 합리적인 내부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개정안 반대 측 주장

대한민국 헌법 제211항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되어 있다.

비판자들은 이번 개정안이 2021년판 보도지침, 즉 제5공화국 이후 헌법상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는 악법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특히 학계와 전문가들은 이러한 법안이 자유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의 가치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법안에서 규정한 가짜 뉴스, ‘고의 또는 중과실로 허위의 사실에 대한 보도악의적이고 진실하지 못한 보도를 누가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엔 정치적 헤게모니에 따라 소송이 쏟아지면서 언론을 위축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만약 허위보도가 아닌 사실에 의한 결백한 보도라면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상관없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일단 기자나 언론사가 소송을 당하게 되면, 최종 승소 판결이 나올 때까지 관련 소송에 붙들려 매어있어야 하며, 그에 따른 경제적, 정신적 손해가 상당하다. 손해배상 청구의 승소·패소 여부를 떠나 소송을 당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소극적인 보도를 하는 경향이 생겨 언론 보도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전망

927일 언론중재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여당과 야당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아마도 개정안 상정 자체가 포기되기는 어렵겠지만 협상과정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징벌적이라는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은 없지 않다. 현재의 ……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 ‘3정도로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참고로 기자는 징벌적이라는 의미를 담으려면 ‘50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미국에서는 보상적 손해배상액이 19,000달러였으나, 징벌적 손해배상액은 1,000만 달러이었던 징벌적 손해 배상액을 합헌으로 결정한 사례도 있다. 보상적 손해배상액보다 무려 500배가 넘는 배상액이었다.

기자들이 혹은 언론사가 다시는 가짜뉴스를 생산하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보도를 하기 어렵게 만들려면 적어도 50배, 100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부과해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