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숙 약력 :  중국 심양 출생. 길림사범대학 철학과 졸업. 길림조중 교원(전). 월간 「문학세계」로 등단. 대한민국통일예술제 해외작가상. 제 12회 세계문학상 해외문학 시 부문 대상. 동포문학 10회 시 부문 최우수상. 세계문인협회 일본지회장. (사)재일본조선족작가협회 부회장. 시집 『아름다운 착각』(2015), 『빛이 오는 방식』(2017), 『날개는 꿈이 아니다』(2019).
김화숙 약력 :  중국 심양 출생. 길림사범대학 철학과 졸업. 길림조중 교원(전). 월간 「문학세계」로 등단. 대한민국통일예술제 해외작가상. 제 12회 세계문학상 해외문학 시 부문 대상. 동포문학 10회 시 부문 최우수상. 세계문인협회 일본지회장. (사)재일본조선족작가협회 부회장. 시집 『아름다운 착각』(2015), 『빛이 오는 방식』(2017), 『날개는 꿈이 아니다』(2019).

새롭게 태어나다

 

육신을 끌고 밖으로만 나아갔다
고향과 가족을 떠나
나라까지 떠나 와서도
또 어디로든 떠나는 꿈만 꾼다
수묵이 한지에 번지듯
내가 곱게 스며들
그런 곳이 어디 있을 것 같았다

육신이 나의 끝
나의 밖이라고 여기고부터
육신 안에 무한함이
살고 있음을 알았다
작은 눈이 
세상과 우주를 끌어 담듯
육신 안에는 몇 십 년
걸어온 길과 만난 사람
느꼈던 희로애락이
한편의 대하드라마로 남아있다

밖으로의 확장은
씨앗이 잎 틔우고 가지 뻗어
꽃피고 열매 맺는 과정이라면
안으로의 확장은
씨앗이 다시 땅에 묻혀
살아온 모든 기억을 일으켜
몸 여는 법을 되살려
새로운 뿌리가 되는 과정이다

암흑 같은 절망과 고독을
견딜 수만 있다면
스스로를 열매가 아닌
씨앗으로 여겨
죽어서 환생하기 전에
살아 새롭게 태어날 수 있겠다.

 


입동


참고 있던 울화통이
한꺼번에 터졌을까
창밖의 나뭇잎들이
관우의 얼굴색으로 변했다
그 흔한 꽃 한 송이
내걸지 못하는 운명을
슬퍼하듯 몸을 떨면
악몽처럼 나뭇잎이 진다
또 한해가 빠져나가
한층 깊어진 늙음을
두터운 겉옷으로 감싸며
겨울의 입구에서
나무와 키재기를 한다.

 


절묘한 갈등


컴퍼스는
보다 큰 원을 그리기 위해
몸을 낮춘다
낮추지 않고
넓어질 수는 없다
컴퍼스 체형과 꼭 닮은 나
구두굽이 높아질수록
걷는 보폭은 좁아진다
높이와 넓이 사이의 갈등
집중과 분산 사이
시와 시인인 나와의
절묘한 갈등

 


이별의 계절


봄은 오는 계절이고
가을은 가는 계절이다
연둣빛 돋아나듯
봄은 조용히 스며오는데
앞집 할머니 낙엽 쓸어 모으는
비질 소리처럼
가을은 버석대며 간다
창밖 마른나무 가지 위 
아침명상을 하고 있던 새와
순간 눈이 마주쳤다
새보다 내가 더 놀랐다
또 한 계절이
앙상한 나뭇가지와 
나를 세워두고
서걱대며 떠나고 있다.

 

눈물에 갇힌 것들


가을비에
낙엽은 무겁게 가라앉고
그 위를 누르는 적막

가을비에
상념은 슬픈 날개 달고
그 위로 고이는 그리움

그리움을 데리고
적막을 건너다보면
그 끝에
먼저와 걸려있는
반짝이는 눈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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