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양 시인) 리문호

리문호 시인
리문호 시인

시는 역사의 증언이다. 민족정서의 반영이다. 우리민족은 수많은 치욕과 굴욕, 비운의 역사를 지닌 민족으로 깊은 정한이 잠재한 민족이다. 또한 비운의 역사 속에서 분발, 항쟁으로 무수한 선열들의 생명과 피로 나라를 보존한 민족이다. 이런 투쟁으로 나가게 하는 것은 강열한 민족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민족 정신의 중추가 되는 것은 문화, 풍속의 힘이다. 문화가 있는 민족은 쉽게 멸망하지 않고 정복당하지 않는다.

역사는 정의의 역사가 아니라 절대 강자의 역사이다. 그리고 매 시기마다 형세 판단은 중요한 전략과 전술 제정의 근거로 된다. 그릇된 판단은 그릇된 결과와 엄중한 민족적 재앙을 가져 온다. 이에 새로 부상한 청나라와 화친파, 척화파의 논쟁으로부터 정책을 척화파에 기울어 일어난 병자호란은 가장 침통한 역사 교훈이 된다.

결국 남한 산성에 포위된 인조는 성문을 나와 홍타시 앞에 세 번 절하고 돌에 아홉 번 머리를 조아려 항복하였으며 세자는 불모로 심양에 잡혀 오고 3만 아녀자들은 종, 첩으로 잡혀 갔다. 서울은 약탈과 방화로 하여 수라장이 되였으며 조선 왕조는 피폐 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나마 굴욕으로 나라를 보존한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심양에 거주하면서 심양 고궁에 구경갈 때마다 형장의 이슬로 된 애국 지사 삼학사가 생각 난다. 삼 학사를 알게 된 것은 1960년대 조선에서 출간된 <력대시선집>을 읽고 부터이다.나는 이 책을 통해 삼 학사와 김상헌이 심양에 얽힌 한을 알게 되였다. 나는 그들의 시를 가장 슬픈 시대의 가장 슬픈 시로 생각한다.   

1637년 삼 학사 홍익한(洪翼漢), 오달재(吳達濟), 윤집(尹集)이 척화한 죄로 청나라의 성경 심양에 잡혀왔고 1642년에는 김상헌金尙憲)이 심양에 잡혀와 투옥 되였다. 그들은 청나라 황제 홍태극(洪太極)이가 자기의 신하로 되어 준다면 부귀영화를 주겠다는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송죽 같은 절개를 굽히지 않았다. 홍익한은 붓을 달래서 < 천만 번 죽더라도 마음에 달게 여기고 피를 북에 바르면 넋은 하늘을 날아 고국으로 날아 갈 것이다> 라 하였다.
여기에 심양 옥중에서 쓴 김상헌과 삼학사의 시를 소개한다.


瀋獄送秋日感懷
金尙憲

忽忽殘方斷送秋 (홀홀잔방단송추)
一年光景水爭流 (일년광경수쟁류)
連天敗草西風急 (연천패초서풍급)
羃碛寒雲落日愁 (멱적한운낙일수)
蘇武幾時終返國 (소무기시종반국)
仲宣何處可登樓 (중선하처가등루)
騷人烈士無窮恨 (소인열사무궁한)
地下傷心亦白頭 (지하상심역백두)

어느덧 이국에서 가을철 보내니
한 해 세월은 물보다 빠르구나
하늘가 시든 풀에 서풍이 세차고
겹겹 싸인 찬 구름에 지는 해 슬프다
이 몸 어느 날에 고국에 돌아 가랴
고향을 바라 볼 높은 루각도 없구나
마음 열렬한 선비의 크나 큰 한은
옥 안의 시름으로 머리가 또 희네

瀋獄踏靑日詠懷
洪翼漢

陽坡細草坼新胎 (양파세초탁신태)
孤鳥樊籠意轉哀 (고조번롱의전애)
荊俗踏靑心外事 (형속답청심외사)
禁城浮白夢中來 (금성부백몽중내)
風飜夜石陰山動 (풍번야석음산동)
雪入靑凘月窟開 (설입청시월굴개)
饑渴僅能聊縷命 (기아근능료루명)
百年今日淚沾腮 (백년금일루첨시)

양지바른 언덕에 가는 풀 새싹 움트는데
조롱안에 갇힌 외로운 새처럼 마음만 애닲아라
남의 나라 답청하는 풍속 상관할 바 있으랴만
궁 안에서 즐겁게 술 마시던 일 꿈속에 떠오르네
밤 바람이 돌을 들춰 싸늘한 산 흔들리고
눈은 성애로 녹아 달은 활짝 밝구나
배고프고 목말라 애오라지 실날 같은 목숨 이어 가니
하루가 백 년인 듯 지루해 눈물이 뺨을 적시네

瀋獄寄內南氏
吳達濟
琴瑟恩情重 (금슬은정중)
相逢未二朞 (상봉미이기)
今成萬離別 (금성만이별)
虛負百年期 (허부백년기)
地闊書難寄 (지활서난기)
山長夢亦遲 (산장몽역지)
吾生未可卜 (오생미가복)
順護腹中兒 (순호복중아)

우리의 사랑 그지없는데
서로 만난지 두해가 안 되서
오늘은 아득히 헤어졌으니
백 년의 가약 허사가 되였구려
먼먼 이국에서 글 보내기 어렵고
산이 첩첩하여 꿈 또한 더디오
내 살기를 짐작할 수 없으니
뱃속의 아이나 잘 부탁하오

除夜
尹集
半壁殘燈照不眠 (반벽잔등조불면)
夜深虛館思悽然 (심야허관사처연)
萱堂定省今安否 (훤당정성금안부)
鶴髮明朝又一年 (학발명조우닐년)

벽에 가물거리는 등잔불 보며 잠들지 못해라
밤 깊은 허전한 방에서 오늘 따라 심란도 하여라
늙으신 어머님 오늘도 편안하신지
시름 많은 백발로 또 한 해를 맞겠구나


이상 삼 학사와 김상헌의 시는 천추에 남긴 절통한 상감의 시들이다. 그들의 나라에 대한 충정으로 쓴 시는 오늘에도 강한 진동을 남긴다. 그러나 선비의 충정으로는 나라를 지키지 못하는 침통한 교훈을 후세에 남긴다. 그리고 남북 분단이란 특정 위치와 한 반도를 둘러 싸고 복잡하게 얽힌 국제 형세 속에서 어떻게 평화적으로 슬기롭게 풀어 나가야 하는 가는 민족 앞에 커다란 숙제로 대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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