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천(金學泉) 약력 : 시인, 번역가. 중국작가협회 전국위원, 중국 연변작가협회주석 역임. 현임 중국작가협회소수민족문학위원회 위원, 중국시가학회 이사, 중국 신강사범대학 특약연구원. 시집 ‘찬연한 계절’, ‘봇나무숲 情結’, 번역시집 ‘민들레’, ‘은장도여 은장도’ 등 다부 출판. 제4기, 제7기 중국소수민족문학상 수상. 제4회 한민족글마당문학상 수상.
김학천(金學泉) 약력 : 시인, 번역가. 중국작가협회 전국위원, 중국 연변작가협회주석 역임. 현임 중국작가협회소수민족문학위원회 위원, 중국시가학회 이사, 중국 신강사범대학 특약연구원. 시집 ‘찬연한 계절’, ‘봇나무숲 情結’, 번역시집 ‘민들레’, ‘은장도여 은장도’ 등 다부 출판. 제4기, 제7기 중국소수민족문학상 수상. 제4회 한민족글마당문학상 수상.

 

해빙기

 


구름은 쫓기어 방랑하고 
이름 모를 방목자는 자신(自信)에 넘쳐 제멋대로
채찍으로 폭죽소리 터치며 하늘을 허허 휘가르는데
귀청을 울리는 소음은 세월을 헛대이 하며
애지중지 아끼던 자기의 그림자만 낭비한다
즐거움과 번뇌는 잇따라 다가오고
한동안 깊은 명상에 빠져든다

고체와 액체는 여태 겨루다가
진공이 방어로 전환되고
한걸음 물러서는 것도 무방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변화 있기가 마련
어쩌면 가히 경우에 따라 안정되고
어쩌면 경우에 따라 편한 잠 잘 수 있고
제멋대로 자주적인 갈길을 정할 수 있다

반복적인 간단한 윤회는
싫증에서 두려움까지 초래하고
하느님에게서 버림 받는다
서로 간의 소리와 빛과 모양새는
우리들이 어쩌면 알고 있을 수도 있었다는 것
그러나 준수할 수 없는 궤도에서 
줄곧 사악과 선량을 혼돈한다

흔적과 경험은 하늘에 복사되고
부서진 그림자들은 임의로 붙여주는 것을 거부하며
날뛰고 함성 지르는 충동에서
꿈결 속으로 여전히 생동하게 조약한다
원래 부여했던 의미는 부가치가 파생되고
그럴듯 하나 사실은 엉터리 화면에 냉대 받으며
갈팡질팡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한다

각이 나간 형체는
고집스레 복원을 항거하고
허물어진 이미지는
내용물을 마구 채워넣는 것을 완강하게 거절한다
별다르게 두드러진 개성은
갈기를 날리며 투레질하는 준마인양
곧바로 동경하는 먼 곳으로 쏜살같이 내달린다

백주와 야밤이여
아직도 무엇이 그렇게 이해 안가고
무엇이 도저히 참지 못할 일들로만 남았을까
이야기의 줄거리가 점차 명랑해지고
조용한 표면에 떠오르는 주름살은
세월의 늙음과
늙지 않는 야망을 선언한다

지평선 저쪽으로부터
은은히 들려오는 소리
모든 생명들은 정신을 가다듬는다
이름못할 흥분과 초조함은 언덕을 넘어 다가오고
마음을 꿰뚫고 영혼을 꿰뜷고 울려오는 선률은
천뢰의 음질(音质)로 
세상을 깜짝놀랠 여기의 형편을 만천하에 알려준다 
 
                       

천년의 사념((千年之恋)

                              

당신이 없는 나날은 
무엇때문에 눈물이 흘러나옵니까
초봄의 냉기에
나목의 흔들리는 가지를 바라보며
나는 어쩔 수 없는 전율에 흐느낍니다

쓰라린 마음과 
외로운 영혼은 손잡고
여직 없었던 나약함을 시인하며
돌연히 거울같이 평온한 수면에서
여울지는 정서를 느껴봅니다

새천년의 이 강산에
진달래는 미처 피어나지 못했는데
무정한 세월은 
벌써 북중국의 살벌한 계절과 더불어
무엇을 속삭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드넓은 우주에 
풀들은 아직 푸르지 않았었고
꽃들은 아직 피어나지 않았었고
새들은 아직 노래부른지 않았었고
심지어 햇님마저
빈혈인 듯 창백한 혈색을 보여줍니다

모든 사념은 가까스로 웃음을 지으며
옥처럼 청신하고
얼음처럼 냉철한 정서 속에서
담담한 장미향을 뿌리며
평소의 당신마냥 사뿐사뿐 걸어와
유모어로 나의 슬픔을 달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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