複合象徵詩 감상

셋집메아리(2)/류송미

 

친구동생의 부탁으로 월셋방 물색하는 일은

가슴 부푸는 아침을 만져주었다

학교 가는 길에 3층집을 세 준다는

전화번호가

등교하는 어린이들 모습으로 깔락뜀 뛰며

교문에 들어선다

저마다 손에 들고 있는 놀이감의 그림자가

경찰모양을 하면서 질서를 지킨다고

시간의 허리를 잡아 끈다

따르릉수업시간입니다

선생님의 입술사이를 삐져나가는

기름 발린 발음들이 다시

전화번호 되어 교실 안을 감돈다

셋집 하나에 매달 백원씩 하면

일 년이면 얼마 되죠, 라고 묻는 말에

병아리 같은 어린이들의 재잘대는 목소리

셋집, 셋집천이백~!

정답입니다, 짱입니다요

교실안팎에 친구동생의 부탁소리가

바람 되어 향기 되어 헐벗은 공간을

꽃피워준다

 

 

골목길

 

콘크리트 길 위에 떨어진 낙엽

지저분한 시간의 흔적들이 얼룩져 있다

뜯겨져 있는 기억들 흐르는

그 소리가 바람 되어

바닥에 배를 붙인다

건물 저 켠 비쳐드는 햇살의 그림자

길 저 켠에는 어둠도 기다리고 있었다

그 건너 켠, 짙푸르게 미소 짓는

소나무 숲을 지나

오순도순 계절이 모여사는 동네의 뜬 이야기들이

한낮의 기다림 펼쳐

젖은 사랑 펴 말리우고 있다

딴딴한 길에는 기다림

몸져눕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 날의 토크쇼

 

볼륨 낮춘 메아리를 호주머니에 넣고

바람이 둥지 찾던 날

햇살과 구름의 이야기는

입 다물어 버렸다

고생살이 뒤끝에는 낙이 온다는

실날 같은 예언마저

병마의 딸꾹질에 잠들지 못하고

졸음 쫓는 별들의 깜박거림도

새벽언덕 안개로

덮어 감춘다

무병장수 비결이 너덜거리는

광고판 얼굴같이

엇바뀌며 달리는 차량들 신음소리가

시간의 귀퉁이 눌러주고

주고받는 사랑과 이별의 난센스가

푸른 하늘 잘라

봄 오는 들녘에 깔아주었다

릴릴~ 룰룰~

즐거움의 명멸하는 기억의 공간에서

둘만의 이야기가

하루를 으스러지게

틀어잡는다

손님 싣고 고개 넘는

운전기사의 머리위에

휘파람새가 난다

 

 

------------------------------------------------------

 

복합상징시 해

일상 속에 감춰진 환각의 따스함

류송미 시인의 詩的境地를 벗겨본다

 

중국 연변조선족복합상징시동인회 회장

「詩夢」 잡지사 사장 · 발행인

김현순

 

 

인간은 수많은 일상들의 연장선을 거머쥐고 삶을 엮어나간다. 그게 바로 인생이다. 매 하나의 일상들은 시시각각 환각, 착각, 생각들로 붐을 일으키며 그것들은 다시 환상, 상상의 융합 속에서 질서를 찾아 룰을 지켜나가게 된다.

시란 바로 이런 수많은 일상 속에서 화자가 감내하는 마음의 움직임을 통하여 독자적인 영혼의 경지를 펼쳐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화자의 경지는 환각을 발단으로 한다는데 그 중요성이 깃들어있다. 또한 이런 환각들은 일상을 바탕으로 무의식속에서 돌연적으로 浮上하여 꽃을 피우게 되는데 그 향기의 연줄에 따라 화자는 상상과 환상을 펼쳐가면서 능동적인 가시화작업을 통하여 변형의 경지를 구축하게 된다.

인간이 자신의 경지를 변형시켜 표출시키는 데엔 신선한 자극을 위한 탈변의 수요라고 할 수도 있다. 새로운 자극은 세상을 흥분시키며 흥분이 극치에로 치달아오를 때 세상은 최상의 오르가즘을 느끼게 된다. 자극 없는 삶은 고요한 늪과 같으며 고인 물은 결코 썩기 마련이다.

생명의 표징이 움직임에 있듯이 한수의 시에서도 움직임의 적절한 표현과 탈변을 위한 변형된 이미지는 새로운 경지를 열어주게 된다.

류송미 시인의 경우, 일상의 매순간을 동반하고 있는 환각의 이미지를 핀센트로 집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그것을 여유 있게 스토리에 용해시켜 보여주고 있다.

류송미시인이 펼쳐 보이는 시인의 경지는 느긋한 스토리의 흐름 속에서 환각을 통한 화자의 정감세계와 삶에 대한 자세를 반추해보이고 있는 것이 특색이라고 딱 점찍어 말할 수 있다. 시인의 시 셋집메아리를 사펴 보기로 하자.

(셋집메아리全文 )

이 시에서는 친구의 부탁으로 세집 찾아주려는 화자의 아름다운 심성을 보여주고 있다.

오스트리아 정신분석학파 창시인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인간의 본능에 대하여 ()에 집착하는 사람은 나무옹지를 봐도 성기(性器)를 떠올린다고 하였다. 이 말은 생각의 착안점을 어디에 두느냐 즉 생각의 포인트를 잡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정론으로 되기도 한다.

조선창극집 춘향전에서는 이몽룡이 춘향이한테 홀딱 반하여 마음 걷잡지 못하는 것을 달을 봐도 춘향의 얼굴이요, 책을 펼쳐도 책속에서 춘향이가 걸어 나오며 천정을 쳐다봐도 춘향이가 날아 내리는 것 같다고 하였다.

이 모든 것들은 인간의 집착과 연연함으로 초래되는 결과적인 현상은 실재의 현실이 아닌, 가상의 실재라는 것들 뜻하여 준다. 때문에 이미지 포착에서는 사진의 정서에 걸맞는 렌즈를 늘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팽창된 정서가 그 렌즈를 통하여 투영될 때엔 렌즈가 가지고 있는 마술적 색상으로 그 형태를 드러내게 되기 때문이다.

상기의 보기사례 시에서 스토리에 슴배어 있는 환각의 흐름을 살펴보도록 하자.

 

월셋방 물색하는 일은 가슴 부푸는 아침을 만져준다

                               ↓

등교하는 어린이들 깔락뜀이 세집광고 전화번호로 보인다

                               ↓

강의(講義)하는 화자의 발음들이 전화번호 되어 교실안을 감돈다

                               ↓

세집 맡아달라는 친구동생의 부탁이 바람 되어 향기 되어 헐벗은 공간을 꽃피워준다

 

보다싶이 화자의 환각은 시종 친구동생의 월셋방 얻어주는 일에 관통되어 있다. 그러므로 시에서 화자의 환각은 정서팽창의 토대위에 꽃을 피운다고 하는 것이다. 이 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가령 남을 도우려는 화자의 아름다운 심성의 팽창이 극도에 이르지 않았다면 상기의 환각들의 생성은 이룩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시는 일상 속에 슴배어 있는 화자 내심의 강열한 움직임의 장면이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같은 경우의 일상이지만 그것을 수용하는 인간 자세의 각이함에 따라 삶에 부여되는 색채 또한 다양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렇게 되는 주요인은 각자의 마음의 그릇과 삶을 통찰하는 여유의 한계가 각이하기 때문이다.

류송미 시인은 일상의 매순간마다 가슴 터지고 뼈를 깎는 아픔일지라도 초탈의 헌헌함으로 여유 있는 자세로 자신의 삶을 만끽하고 있다.

골목길을 또 살펴 보도록 하자.

(골목길全文 )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고통의 연장선이라는 말도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파란곡절의 세파를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 윗 시의 경우, 화자는 삶의 질고를 초탈한 경지에서 여유 있게 관조(觀照)하는 자세로 세상을 보듬고 있다.

콘크리트 길 위에 떨어진 낙엽을 보고도 화자는 그저 지나치지 않고 얼룩진” “지저분한 시간의 흔적이라고 삶의 가슴 아픈 나날들에 대한 환각의 상징을 펼쳐 보이고 있다. 상처 입은 기억의 순간들은 참기 어려울 만치 바닥에 배를 붙인다”. 삶이 길에는 햇살의 그림자도 있고 어둠도 도사리고 있지만 미소 짓는 소나무 숲을 지나” “오순도순 계절이 모여 사는 동네의 뜬 이야기들이 기다림 펼쳐 젖은 젖은 사랑 말리우고 있다.”

여기에서 뜬 이야기들은 성숙을 맞이하지 못한 삶의 조각들일 것이며, 그러하기에 젖은 사랑펴 말리우며 기다림을 펼치고 있는것이다. 이 대목에 대한 언술은 순결무구할 수만은 없는 세상이 부단히 성숙에로의 연마의 과정으로 거듭난다는 철리를 안받침 해준다.

삶이란 결국 긴긴 기다림으로 이어지며 그것들은 종내는 염원(念願)의 그림자로 세상에 하직을 고하게 되는 것이 섭리이다. 화자는 이러한 이치를 지극히 객관현실의 상징으로 되고 있는 딴딴한 길기다림 몸져눕는 소리의 형상으로 변형시켜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인의 대표작의 하나로 되고 있는 어느 날의 토크쇼를 살펴보기로 하자.

(시 어느날의 토크쇼 全文 )

화자는 시에서 시종 직설을 피면하고 있다. 정감의 깊이와 너비, 높이를 그냥 환각적인 장면들로, 스토리의 편린들의 유기적인 조합으로 대변(代辨)하여 발설하고 있다.

복합상징시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에서의 무작정의 직설은 금물로 되고 있는 것이 상식이다. 화자는 이 면을 단단히 틀어쥐면서도 마음의 여유는 시종 열어놓고 있다. 동일한 경우을 당했을 때 단추를 꽁꽁 잠그고 정색하는 대부분 동양인들에 비하여 총알이 쓩쓩 날아오고 대포알이 곁에 떨어지는 순간에도 유모아르 섞어가며 전투에 림하는 서양인들의 마음의 여유에 대하여 누군가 말했던 적도 있다.

세계를 제패하려고 꿈꾸었던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은 참사가 벌어지는 싸움판에서도 작은 술상을 차려놓고 와인잔을 부딪치며 마음의 여유를 나누었다고 한다.

한수의 시를 비롯한 모든 예술작품에서도 이런 여유의 미학은 독자들로 하여금 세상에 대한 회의(悔意)로부터 해탈의 감수를 만끽하게 할 수 있다.

류송미 시인의 어느 날의 토크쇼는 세상에 대한 너그러운 포용의 자세를 느긋한 비유의 이미지들로 환각의 조합을 이룩해내고 있다.

살면서 퇴색해진 나날들을 맞이하는 화자의 자세는 아래와 같은 여유 있는 표현으로 펼쳐 보이고 있다.

 

볼륨 낮춘 메아리를 호주머니에 넣고

바람이 둥지 찾던 날

햇살과 구름의 이야기는

입 다물어 버렸다

고생살이 뒤끝에는 낙이 온다는

실날 같은 예언마저

병마의 딸꾹질에 잠들지 못하고

졸음 쫓는 별들의 깜박거림도

새벽언덕 안개로

덮어 감춘다

 

이런 표현들은 직설의 단순함과 유치함과는 달리 자못 신사적인 매력을 안겨주는 삶의 지혜라고 말할 수 있다.

화자는 이러한 현실이지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해탈을 꿈꾸면서 모질음 쓰고 있는데 그 표현은 다음과 같은 환각의 장면으로 멋스럽게 펼쳐 보이고 있다.

 

무병장수 비결이 너덜거리는

광고판 얼굴같이

엇바뀌며 달리는 차량들 신음소리가

시간의 귀퉁이 눌러주고

주고받는 사랑과 이별의 난센스가

푸른 하늘 잘라

봄 오는 들녘에 깔아주었다

릴릴~ 룰룰~

즐거움의 명멸하는 기억의 공간에서

둘만의 이야기가

하루를 으스러지게

틀어잡는다

 

여기에서 릴릴~ 룰룰~” 이 대목은 어둠속에서 빛을 찾는 화자의 밝고 명랑한 자세와 마음의 그릇을 보여주는데 크게 유조(有助)되는 분위기 전환의 관건적인 대목으로 된다. 만약 이 구절을 빼놓고 잃어 내려간다면 작품의 내재적흐름선엔 비약이 사그라들며 크게 손상이 가게 될 것이다. 이런 정서비약의 전제하에서 화자는 달관한 자의 신나는 경지를 다음과 같이 펼쳐보이고 있는 것이다.

 

손님 싣고 고개 넘는

운전기사의 머리위에

휘파람새가 난다

 

한마디로 류송미 시인의 시는 복잡다단한 내심의 정서활동을 내재적 연결고리를 틀어쥐고 여유작작한 스토리의 환각적 장면의 조합으로 유기적 결합시키는데 성공한 작품들이라고 긍정해줄 수 있다.

복합상징시라는 이 특정된 새로운 시 영역에서 바야흐로 꽃을 피우고 있는 류송미 시인의 금후 창작이 더욱 화려한 꽃밭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하면서 이 글을 마무린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