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複合象徵詩 감상

바다 그리고 사막(1)/ 신정국

 

 

시작과 끝 종잡을 수 없는

그리움의 계선에서

회오리 등에 업고 다가서는

애절함이 있다

 

소라 껍데기에 고동치는

바람의 메아리

신기루 흔들어 잠 깨우는

무지개의 숨결에

 

파도의 비릿한 내음

가시 펼친 선인장 그림자로

하늘 비낀 오아시스

찌르고 있다

 

정다운 님은 어디에

라는 물음에,

글자들이 깃 펴는 공간

 

별이 된 이별의 휴지부는

홀로, 달빛 물어 나른다

 

 

해탈

 

일상의 부리가 지구를 쪼으니

아침의 껍데기 속에서 시간이 고개 내민다

햇살 움켜쥔 파도가 다급히

옷자락으로

백사장 덮어 어루쓸 때

나팔 부는 소라의 그림자가 사금파리 반뜩임

팔소매에 감추어둔다

회초리 끝에 매달린 향기는 초침 때리고

부처님 손끝에 이슬은 하루를 웃어도

염불 소리 녹아드는 잎잎마다

꽃계단 보듬어준다

바람 부는데 물이 흐르고

먼지의 행렬에는 우주의 잠꼬대 별이 되어

기억의 페이지마다 반짝거린다

사막의 신기루에 목탁 소리는 고르로운

고독 잠재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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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複合象徵詩 해설

이방인의 역에 별이 흐른다

신정국 시인의 世界에 담긴 메아리

 

중국 연변조선족복합상징시동인회 회장

「詩夢잡지사 사장 · 발행인

 김현순

 

 

지구라는 이 천체에 우리는 잠깐 머물다 간다. 우주는 작열하는 상태의 몇 억만 분의 일초에도 미치지 못하는 찰나의 순간이라고 가정할 때 인류의 존재는 너무나도 보잘것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류는 그 과정에 무한한 희로애락을 경험하면서 삶을 영위해나가고 있다.

잠깐 머무르는 동안이지만 자신의 삶을 충실히 하고자 인간은 모질음 쓰며, 그것은 결국 현실 초탈의 욕망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영혼 작업의 연장선으로 된다. 시를 쓰는 것은 바로 그 거룩한 사업의 한 갈래라고 말할 수 있다.

시인은 신선을 닮았다고 한다. 하지만 시인은 신선이 아니다. 현실 속에서의 시인은 현실과의 타협 가운데서 보다 풍요로운 의식주(衣食住)의 욕망과 정신상의 만족을 위하여 주어진 삶에 도전하여 성취해내기에 골몰한다.

시인은 이러한 삶의 경상으로부터 초탈되어 가상공간에서의 합리적인 현실을 만들어 거기에 안주(安住)하면서 영혼의 구심점을 그려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상현실의 각도에서 볼 때 실재의 현실은 이질(異質)상태의 모습일 수밖에 없다. 실재현실의 각도에서 바라보는 가상현실 역시 마찬가지이다.

실재의 각도에서 관조하는 가상현실이 이질적인 것은 그것이 변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가상에서는 실재의 불가능했던 것들도 자유로운 조합내지 구성으로 그 정체성을 임의로 이룩되어 갈수 있다. 그러나 그런 불가사의한 이미지들의 조합내지 구성은 화자의 욕망에 의한 정서의 팽창을 바탕으로 환각에 의한 이미지 재창조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명기하여야 할 것이다.

신정국 시인의 시 바다 그리고 사막이 보여주는 이미지는 타향에서의 눈물겨운 사연들에 대한 하소연이며 새로운 삶에 대한 지향과 갈망의 독백이며 영혼 승화의 찬가(讚歌)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되는 것은 신정국 시인의 작품 속 경지가 독자들을 그리로 끌고 가기 때문이다.

(바다 그리고 사막全文 략함)

화자에게 있어서 산다는 것은 시작도 끝도 없는고달픔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희망의 빛을 바라고 분투하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그리스신화 판도라의 궤를 연상케 하는 집약된 삶에 대한 축도라고 할 수도 있다. 화자에게 주어진 삶의 현실은 소라 껍데기에 고동치는 바람의 메아리와 같이 보다 질 좋은 삶에 대한 갈구로 충만되어 있지만 분명 그것에 대한 확신으로 화자는 현실을 임하고 있다. 비록 신기루 흔들어 잠 깨우는 무지개의 숨결로 매 하루를 맞이하지만 화자의 현실은 화자에게 아픔과 괴로움으로 이상 세계에로의 구축을 자극하고 있다. 화자는 그것에 대한 내심의 발로를 피도의 비릿한 내음”, “가시 펼친 선인장 그림자”, “하늘 비낀 오아시스를 찌르는것으로 이미지를 펼쳐 보이고 있다. 현실과 이상향(理想鄕)에 대한 거리감을 화자는 별이 된 이별의 휴지부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 외로움과 소외감을 홀로 달빛 물어 나르는고행의 수련으로 미화시켜 보여주고 있다.

속에 용해된 경지가 바로 삶을 살아가는 화자의 경지로 빛발치는 것이다. 단지 화자 혼자뿐이 아닌 인간 모두가 행하고 있는 인생노정(人生路程)이기에 이 시가 공감대를 크게 울려주는 것이라고 본다.

화자는 이 시에서 자신의 정감세계를 환각의 흐름기법으로 변형을 시도하여 가시화(可視化)된 자극을 통감(通感)에 의하여 감동을 안겨주는 데 성공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리움의 계선

회오리 등에 업은 애절함

소라 껍데기에 고동치는 바람의 메아리

신기루 흔들어 깨우는 무지개의 숨결

파도의 비릿한 내음

가시 펼친 선인장 그림자

하늘 비낀 오아시스를 찌른다

글자들이 깃 펴는 공간

이별의 휴지부 달빛 물어 나른다

 

위 도표를 유심히 살펴보자.

그리움, 애절함, 메아리, 숨결, 그림자, 공간와 같은 이미지들은 추상적인 것이지만 화자는 소라 껍데기, 신기루, 파도, 가시, 선인장, 오아시스, 글자등 시각적인 상관물을 빌어 등에 업은, 고동치는, 흔들어 깨우는, 펼친, 찌른다, 깃 펴는, 물어 나른다와 같은 능동적(能動的) 표현과 비릿한과 같은 후각적 표현을 혼용(混用)하여 통감(通感)의 효과에 달성하고 있다.

상기의 기법들을 사용하는 최종목적은 화자의 경지가 세상의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자극을 주려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인류는 시초부터 자극을 추구하는 본성을 지닌 고급 동물이면서도 영적인 존재라고 말하고 있다. 강한 자극이 강한 내심 활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 자극은 아름다움의 극치로 치달을 때라야 만이 감동으로 승화될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신정국 시인의 다른 시 해탈을 더 살펴보기로 한다.

(해탈全文 략함)

하루하루로 이어지는 일상의 반복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 모질음 쓰며 또한 그 속에서 느껴보는 삶의 즐거움을 가리비가 진주를 품듯이 가슴속에 잠재워 두면서 기다림과 인내와 자아성철의 자세로 성숙의 경계에 오르는 영혼의 승화를 읊조린 시라고 볼 수 있다.

일일이 작품에 깃들어 있는 사상 내용에 대한 해부는 미루어놓고 작품 속에 흐르는 이미지의 변형에 대해서만 살펴보기로 하자.

 

    일상의 부리상관물의 가시화

    지구를 쪼으니축소된 과장

    아침의 껍데기상관물의 가시화

    시간이 고개 내민다-능동적 환각의 표현

    파도가 옷자락으로 백사장 어루쓸다장면의 가시화

    그림자가반뜩임 팔소매에 감추어둔다장면의 가시화

    회초리 끝에 향기정물(靜物)의 가시화

    향기는 초침 때리고능동적 환각의 표현

    … … …

    (이하 같은 표현의 연속이기에 약)

 

상기의 변형들은 모두가 일매지게 환각의 흐름 속에서 정적인 것은 동적으로, 추상적인 것은 구상(具象)적인 것으로 표현을 달리하고 있다. 즉 일상에서 굳어지고 관습화되어 온 사물표상과 속성의 연속성과 룰을 완전 파괴시키고 그 위에 마법의 힘을 빌러 색다른 이미지로 다시 부상시키고 있는 것이다. 현실초탈의 의식체현이라 해도 될 것이다.

인류가 어데서 왔으며 어데로 가든 상관없이, 살아가는 동안에 인간은 부단히 현실초탈의 욕망 속에서 자신을 부단히 갈고닦으면서 결국 영혼의 승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그 내심의 복잡다단한 세계가 때로는 의식으로 때로는 무의식으로 육체를 움직여주는데 시인은 바로 그 내심의 세계에서 질서를 잡아 자신을 경지를 펼쳐 보이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특성이 인간으로 하여금 능동적이고 가시적인 것에 먼저 눈길이 끌리게 되어 있으며 변형이라는 것에 먼저 신경이 움직이면서 거기로부터 자극을 얻고 감동과 흥분을 끌어올린다.

복합상징시는 바로 이러한 특성을 딱 틀어쥐고 그 표현을 자극적 감동을 위한 변형의 가시화와 능동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신정국 시인의 시 작품 세계가 바로 이 점에 대한 포착에 포인트를 맞추었기에 읽을수록 감동이 진하게 느껴지며 사색적 여운이 길게 심금을 울려주는 것이라고 긍정해줄 수 있다.

누구든 세상에 잠깐 들렸다 가는 이방인이며 지구 또한 우주에 잠깐 머무르는 이방인과 같은 존재임은 지성(知性)을 갖춘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치이다. 우리가 느끼고 있는 우주 역시 잠깐 머무르는 세상 속 찰나의 한순간임을 인지(認知)할 때, 이방인의 섭리는 밤하늘의 뭇별 되어 반짝이는 것이리라.

신정국 시인의 시 세계, 그것은 정녕 이방인의 삶을 사는 우주의 이치로 세상을 포용하는 숙성된 세계의 뉘앙스이다.

금후, 신정국 시인의 창작나무에 찬란한 별들이 무성하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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