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複合象徵詩 감상】

새벽(외 3수)

□ 강성범

 

 

빛이 두려워 도망가는 어두움

자리 잡은 아침

부끄러워 얼굴 붉히는 동녘해

 

가슴 풀어헤친 구름송이

잠자는 호수 깨운다

 

산도 나무도 푸른 하늘도

수채화로 드러눕고

온갖 잡새 노래가

누리 쥐고 흔든다

 

 

편지

 

백사장 뒹굴던 숨결

파도가 달려 와 그러안는다

눈 내리는 바닷가

갈매기 울음소리

물안개 헤치며 조가비 귀를 열면

사운대는 기억의 섬바위

이랑이랑 씌여진

어제를 읽으며

퍼렇게 멍든 세월 깔고 앉는다

 

 

폭우

 

때벗이가 길 떠났다

구름 타고 산 넘어 강 건넜다

지독한 놈들 간 녹인다

살점이 찢기고 뼈 깍인다

밤마다 방황하는 사랑

아물 줄 모른는 상처 고름 흐른다

번갯불 갈기갈기 심장 찢는다

마른 땅 딛고 선 고별

눈물이 천지를 삼킨다

 

 

임 그리워

 

얼굴이 심장 달랜다

어둠이 눈물 흔들어대며

고독 춤춘다

 

부질없는 넉두리 한숨 토하고

지나간 발자국 설음 낳는다

 

그리움 삼킨 빨간 추억

불타는 마음 부채질 하면

 

지나가던 새가 날아 와

이름 석자 물고 달아나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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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複合象徵詩 해설】

움직이는 그림, 부채살이 춤춘다

—강성범시인의 시세계를 열어본다

 

중국조선족복합상징시동인회 회장

「詩夢」 文學誌 사장, 발행인

□ 김현순

 

 

거시적인 우주로부터 먼지, 세포, 립자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사는 세상 전체가 복합구성을 이루고 있음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 거기에 문명이 개입되면서 인류는 상징을 동반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복합상징구조는 세상구성의 이치라 할 수 있겠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개의 고원>의 핵심이론인 리좀의 원리에 상징을 부여하여 복합구조를 통한 정체성 회복을 꾀하는 것이 복합상징시의 기본형태라고 할수도 있겠다.

매 하나의 단절 되고 흩어진 이미지들은 그냥 그대로 연결고리가 없이 무중심, 무중력 상태에서 저마끔 임의의 변형이 아니라 하나의 정서팽창을 바탕으로 한, 변형의 능동적 가시화 작업을 거쳐 최종 화자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 복합상징시인 것이다.

변형의 최종목적은 상징을 불러오기 위해서라고도 할 수 있겠다. 복합상징시는 인류문명이 고도로 발달해가는 글로벌시대, 더욱 높은 차원의 우주를 열어 가는데 정신적 지혜의 공간을 제공해 주어 마음을 다스리는 효과적인 작업이 아닐 수 없다.

복합상징시가 보여주는 화자의 경지, 그것은 현실세계가 아닌 화자의 영혼 심처에서 인기된 가상세계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것은 또한 현실세계와의 접목속에서 공감대를 찾아 현실계몽의 역할을 감당하기도 한다.

강성범시인의 복합상징시들은 토막난 생명체들의 꿈틀거림의 조합으로써 화자의 정서의 깊이와 영혼의 경지를 펼쳐 보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시 <새벽>을 들어 본다.

(시 <새벽> 全文 략함)

이 시에서 등장한 물상들은 <어두움, 동녘해, 구름송이, 산, 나무, 하늘, 온갖 잡새>들이다. 화자는 이러한 물상들을 변인화(變人化)의 작업을 거쳐 세상과 다가서는 거리감을 좁히기에 애썼다. 또한 그것들을 살아 생생이 움직이는 것으로 표한함으로써 생명력을 과시하게 되어 이미지들마다 팔딱거리게 하였다. 어두움은 도망간다, 동녘해는 얼굴 붉힌다, 구름송이는 가슴 풀어헤친다, 산, 나무, 하늘은 수채화로 드러눕는다, 온갖 잡새가 누리 쥐고 흔든다… 등과 같은 표현은 이미지조합의 정체를 살아있는 생명체로 탈바꿈시킨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변형이다. 변형이란 원유의 형태를 비탈고 굴절시키고 덮어 감추고 은어(隱語)로 표현하여 세상이 쉽사리 알아보지 못하게 하며 수수께끼 같은, 애매성과 모호성이 매력으로 된다.

경박하고 경솔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 직설의 힘은 문명이 치달아 오르고 예술이 깊어갈수록 자취를 감추게 되며 신중하고 궁냥 깊은 성숙을 보여주기도 하는 상징으로 그 표현이 바뀌우게 된다.

초급단계로부터 고차원에로의 향상을 지망하는 것은 인류의 본성이다. 하므로 변형은 현대인들의 사치스런 멋이라고도 부른다.

강성범시인은 이 시에서 <구름이 가슴 풀어 헤쳤>다고 했으며 새들 노래가 <누리 쥐고 흔든다>고 표현하였다. 구름에게 가슴이라면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노래에게 손이 있다면 무엇이겠는가. 이것은 현실세계에서 도저히 성립될 수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화자의 가상세계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다 가능한 것으로 된다. 그리고 그것들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현실세계와 접목한다. 마환기법을 통한 판타지적 변형의 표현, 그것이 낳는 상징의 깊이와 폭은 엄청 크다고 말하지 않을수 없다.

시 <편지>를 살펴보자.

(시 <편지> 全文 략함)

이 시에서는 네 개의 이미지군(이미지덩어리)로 구성되여있다. 두 번째 이미지군을 빼고 기타의 이미지군들은 전부가 환각적 마환기법으로 변형이 되어 있다.

첫 번째 이미지군에서는 <숨결이 뒹군다>, <파도가 달려와 그러안는다>는 능동적 가시화를 통한 환각의 흐름을 보여주었으며 세 번째 이미지군에서는 <조가비 귀를 열면> 섬바위가 <사운댄다>고 의인화 처리를 하였다. 네 번째 이미지군에서는 섬바위가 <어제를 읽으며> <세월을 깔고 앉는다>고 변인화 처리를 하였다.

전반 시에서는 기억 저켠의 아름다움에 대한 끝없는 동경과 회한의 마음을 보여준 것으로써 제목도 <편지>라고 달은 것이 퍽 재치 있는 스찔이다. <편지>는 내가 누구에게 보낸 것도, 누가 나에게 보낸 것도 아닌 내 영혼이 나에게 가르쳐준 미묘한 경지의 지침서라고 볼수 있다. 화자는 그 경지를 거울처럼 자주 비춰보며 흘러간 옛날에 대한 그리움으로 수많은 편지를 날렸을 것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 그러나 그것은 한낱 편지에 문안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현실의 아픔이 찬란한 무지개처럼 화자의 하늘에 곱게 비끼어 있다. 화자는 바로 이러한 심적 경지를 상관물을 통한 이미지들의 환각적 능동적가시화처리를 재치 있게 변형시킨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환각적 이미지들은 모두 하나의 정서를 위하여 변형되여 정체를 위한 조합을 실천한다는 것이다.

무릇 그 어떤 생각, 환상, 환각 따위는 화자의 정서팽창에 의하여 생성되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인간의 정서는 마음에서 비롯되며 마음은 영혼의 가르침에서 온다고 하였다. 인간은 정서의 산물이기에 정서가 팽창할수록 그에 따르는, 변형된 이미지들을 통한 상징이 더욱 확실해진다.

인간이 그 어떤 정서가 고도로 팽창될수록 그에 따르는 생각, 환상, 환각이 풍부해지는데 그것들은 형태가 천 갈래 만 갈래로 분류되며 그 매 갈래의 것들은 저마끔 각이한 변형을 거치는데, 법칙은 일매지게 하나의 팽창된 정서에 알맞은 변형을 거친다는 것이다. 그러한 변형의 조각들이 한데 모여 정체를 이루게 되는데, 이것이 복합상징시의 가장 근본적인 핵심요소로 되는 것이라 할수 있다.

시 <폭우>의 경우는 어떠할 것인지 더 살펴보기로 한다.

(시 <폭우> 全文 략함)

이 시에서는 <때벗이, 지독한 놈들, 방황하는 사랑, 상처, 번갯불, 고별, 눈물> 등 상관물이 등장한다. 이러한 상관물들은 저마끔의 이미지군을 형성하는데 하나의 정서 즉 고통이라는 것에 의해 변형 되여 조합을 이루고 있다.

길 떠난 때벗이가 정처 없이 떠돈다. 간이 녹고 살점이 찢기고 뼈가 깍이운다. 방황하는 사랑의 상처에선 고름이 흐른다. 심장 딛고 선 고별의 눈물은 천지를 삼킨다.

시는 이와 같은 환각의 흐름을 펼쳐 보이고 있는바 그 정서의 밑바탕은 전부가 고통이라는 것이다. 그 고통은 어데서 왔으며 또 어데로 흘러갈 것인가에 대해서 화자는 일언반구도 제시하지 않았다. 애매성과 모호성, 수수께끼와도 같은 은밀한 상징은 복합상징시의 매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이 시집에서 눈 감고 집어 들어도 부지기수라고 할 수 있다. <커피>, <쪽배>, <꿈>과 같은 시들은 그 가운데서도 빼어나게 잘되 수작이라고 볼수 있겠으나 일일이 분석, 설명하지는 않겠다.

마지막으로 시 한수를 더 들어보기로 한다.

(시 <임 그리워> 全文 략함)

이 시에서는 능동적 가시화 처리가 특히 잘되었다. <달랜다, 흔들어댄다, 춤춘다, 토한다, 낳는다, 삼킨다, 부채질 한다, 달아난다>와 같은, 감각적 언어를 통한 능동적 표현을 함으로써 최대한 가시화를 실현하였다. 매개의 이미지들은 또한 환각적 상징의 변형을 서슴없이 대담히 펼쳐 보이고 있다.

어둠이 눈물 흔들어대며 춤추고 넉두리가 한숨 토하며 발자국이 설음 낳는다. 추억이 부채질 하면 새들은 이름 석자 물고 달아나버린다.

마치도 한폭의 판타지 동영상을 보는듯한 느낌이 들지 아니 한가. 그것도 변형된 이미지들의 능동적 가시화, 그것이 펼쳐 보이는 마음의 경지는 어떠한 것일까. 떠나버린 임에 대한 그리움인 것이다.

화자는 바로 이렇게 자신의 경지를 능동적가시화를 통한 상징의 변형조합으로서 그 실천을 꾀했던 것이다.

인류문명이 고도로 발전함과 더불어 고차원, 다선, 다각구조를 이루는 복합상징의 세계는 끝없이 무한환장으로 충만 되어있다. 또한 그것들은 저마끔 살아 꿈틀대는 햇살처럼 누리를 비추며 춤추는 부채살 되어 잠든 영혼을 깨운다. 이제 우리는 그 명멸하는 복합상징의 세계에서 영혼의 수련작업을 거쳐 빛나는 보석으로 남는 일밖에 더 무엇이 있겠는가.

강성범시인의 시작품마다에 피어난 향기 진한 꽃송이에 입술을 갖다 대면서 이상으로 평글을 마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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