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애 약력 : 재한동포문인협회 공동회장, 한국문예·한국시사랑문학회 부회장, 한국국보문인협회 사무국장, 중국 애심여성 민족공익발전기금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중국 제4회 애심여성컵 은상, 한국국보문학 시/수필부문 신인문학상. 동포문학 시 대상 등 수상. 

무아지경


작년에 쏘아올린 세월을 잡으려고 
포물선만 그으며 따라왔다

한 장 한 장 떨어지는 달력은
이슬에 젖고 한숨에 마른다

벌거벗은 나무의 머리채 휘어잡고
빨간 소원 하나 매달려있다

첫눈이 펑펑 소리 없이 울면
시리다 못해 그대로 얼어버리겠지

두 팔 벌려 하늘을 안아본다
바람이 금세 잠이 든다

가진 듯 안 가진 듯
우는 듯 웃는 듯

 


조사钓师


그림 같은 저수지에
미끼 없는 낚시를 드리우고
낮보다 아름다운 밤을
토닥토닥 다듬이질한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변덕이
낚시의 찐 묘미인데
대물을 낚아 보려다
세월을 더러 낚이는 도시어부

찌가 찡긋 윙크를 보내니
달님이 면사포 살포시 벗고
민낯으로 쌩글쌩글 웃는다
당길까 말까 밀당의 고수들

이슬에 젖은 뜰채는
무용지물이 되었고
늙은 부시리가 혀를 홀랑 내밀고
꼬리 빠지도록 가물거린다

찌와 그림자는 바람 따라 춤추고
수면은 잠시 멀미를 한다

 

여유작작

 

새벽이슬 맞으며 나갔다가
길어진 그림자 밟고 들어와
한 달에 스물여덟 번쯤
설익은 잠 청하는 것이
대리 꿈의 시작이었던가

주방장 김 씨는 식당 주방에서
노가다판 이 씨는 공사장에서
청소 아재 박 씨는 길거리에서
가사도우미 최 씨 이모는 주인집에서
집 아닌 집에서 남의 꿈을 꾸고 있다

납부기한 지난 공과금 영수증과
지갑에 끼워 놓은 프로필 사진은
바람과 함께 날려 버리고
대림역 9번 출구 꼬치집에서
양다리 걸치고 막걸리타령이나 뽑아보자

「심사평」

 

김경애시인은 중국에서 코리안 드림을 안고 우리나라에 왔다. 녹녹치 않은 한국 생활이 그녀를 시의 세계로 이끌었나 보다. 한국에 와서 한글로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한국인들도 시 한편을 쓰는데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기 나라에서 수십 년 동안 지내온 시인이 한편의 시를 길어 올린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에서 제4회 애심여성 컵 은상을 수상하고 한국국보문학 시 ․수필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경력을 보면 시적 믿음이 간다. 보내온 시 중에서 무아지경, 여유작작, 조사钓师 등 3편을 읽으면서 사유의 폭과 깊이에 놀랐다.

‘무아지경’1연 ‘작년에 쏘아올린 세월을 잡으려고/ 포물선만 그으며 따라왔다’로 시작하는 시는 어조가 활달하고 내공도 상당하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적 공간은 독자의 마음을 잡아끌며 ‘무아지경’에 빠지게 한다. 여러 시적 요소가 잘 버무려졌다. ‘여유작작’은 시인이 시를 쓰는 동안 잠시 생활의 여유를 가졌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여유는 휴식이 아니라 재충전의 기회다.

‘조사钓师’마지막 연 ‘찌와 그림자는 바람 따라 춤추고 / 수면은 잠시 멀미를 한다‘는 삶의 한 단편을 시적으로 잘 풀어냈다.

결국 시를 비롯한 모든 글들은 독자에게 위무와 위안을 줄 때 싱싱한 시라고 한다. 시인의 시들은 우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무릇 쓰고 써 강한 시인이 되기를 주문한다.

 

심사위원 : 가이아클럽 이사장 / 박광영

한국문학신문 대표 / 임수홍

울산광역일보 대표 / 유정재

글정리 : 정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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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소감」

풍격을 살리는 시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1년 제15회 향촌문학 특별대상 수상자 / 김경애

 

제15회 향촌문학 특별대상에 당선되었다는 향촌문학의 정성수 회장님의 전화를 받고 나는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등단한 지 얼마 안 되는 신인에게 향촌문학 특별대상은 정말로 특별하게 과분한 상이라고 생각한다.

뭔가 끄적여 놓고 보여주니 다들 괜찮다고 해서 시도 때도 없이 시도했던 것이 시작(詩作)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아직 앳된 나의 시상들이 사랑과 관심의 손길에 이끌려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 나올 것이다.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 느닷없이 떠오르는 영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메모하는 습관이 창작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늘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나의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에게 감사하며 수상의 영광을 함께 한다. 그리고 보잘것없는 나의 시를 발견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정성수 회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 더 좋은 시를 쓰라는 격려로 생각하고 이번 수상을 계기로 자신만의 풍격을 살리는 개성 있는 시인이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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