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다가치포럼 대표
김정룡 다가치포럼 대표

어떤 일에 대해 올바르고 진지한 자세나 태도로 임하고 처사하는 것을 正經(zhengjing)이라 말하고, 올바르지도 않고 진지하지도 못하고 불량한 자세나 태도로 임하고 처사하는 것을 不正經(buzhengjing)이라 하며, 올바른 척하거나 깨끗한 척 혹은 남의 눈을 속이기 위해 취하는 허위 또는 요즘 한국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내로남불’의 행태를 일컬어 假正經(jiazhengjing)이라고 표현한다. 

인류의 모든 언어는 그 유래가 있는 법이다. 正經이란 어휘도 당연히 그 유래가 있으며 알고 나면 재미있다. 

중국역사에서 관리(官吏) 세습제를 타파한 것은 진시황의 진제국(秦帝國) 때부터였지만 천년만년 이어 가리라던 진왕조는 불과 15년 만에 망하고 그 뒤를 이은 한제국(漢帝國) 때에 이르러 자리매김하게 되었던 것이다.  

제국의 마인드 중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천하의 모든 것은 제국의 소유라는 ‘천하위공(天下爲公)’이다. 국고의 돈으로 건설한 도로를 공로(公路), 나라의 일을 보는 곳을 관공서(官公署), 나라의 문서를 공문(公文), 나라 안전을 지키는 사람을 공안(公安), 나라의 녹을 먹고 일하는 사람을 공무원(公務員)이라 하고 공사(公事), 판공(辦公) 공사(公社), 공사(公司), 공사(公使) 등등의 낱말들이 모두 ‘천하위공’의 맥락에 의해 생겨난 것들이다. 따라서 춘추전국 분권시대의 지방할거 사적 영역이 통일왕조 집권시대에 이르러 공적 영역으로 전환되기 시작하였다. 이 ‘천하위공’을 관리세습제로는 도무지 경영할 수가 없어 관리임명제가 실시되었던 것이다.  

관리임명제는 진나라 군현제 시행에 따라 생겨난 것이며 한나라 초기자사(刺史)나 태수(太守)가 추천하고 시험을 거쳐 조정에서 임명장을 내리는 제도이다.   

한 무제 집권 시 동중서의 유생출신 선비들을 관리로 등용시키자는 건의에 의해 유생들이 대거 관료사회에 진출함에 따라 청나라 말기까지 유생들이 권력을 독차지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유생이라 하여 무작정 등용되는 것은 아니고 효렴(孝廉)과 무재(茂才)라는 과목 시험 제도가 있었다. 효렴이란 부모에게 효도하는 몸가짐과 청렴한 자세를 뜻하며, 찰거(察擧) 과목 중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효렴은 무재(茂才)와 동일한 과정을 통해 동일하게 임명되는 과정이지만 차이점이라면 무재는 자사(刺史)가, 효렴은 태수가 천거(薦擧)한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무재의 원래 호칭은 수재(秀才)였으나 후한 광무제의 휘(諱)를 피하기 위해 수재에서 무재로 명칭이 바뀌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제도가 나름대로의 폐단을 안고 있듯이 효렴과 무재 과목 시험제도도 문제가 많았다. 자사나 태수에게 줄을 잘 서고 뇌물을 주고 추천받으면 관료사회에 진출할 수 있었으며 업무에 충실하지 않아도 보호막이 있어 잘려 퇴출당하는 일이 아주 적었으며 부패가 만연했다.  

이와 같은 폐단을 줄이기 위해 위진·남북조시대에 이르러 관리 등용에 있어서 한 가지 제도가 더 추가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경전(經典)에 임하는 태도를 보는 것이었다.  
경전이란 ‘經’의 유래는 이렇다. 천을 짜거나 가마니를 짤 때 베틀에 먼저 내리 줄, 즉 날줄을 거는데 이 날줄이 바로 ‘經’다. 이 날줄에 가로 줄, 즉 들줄을 맞춰 끼워 넣어 천이 완성되기 때문에 날줄이 들 줄보다 우선이며 기본이 된다. 지구를 경도와 위도로 나눈다. 내리 구분선을 경도라 하고 가로 구분선을 위도라 하는데 둘 다 자체의 뜻을 갖고 있으나 엄밀하게 말하자면 경도가 위도보다 우선이고 기본이다. 장개석의 장남이 경국(經國)이고 차남이 위국(緯國)인데 아들 둘이 세상을 아우른다는 뜻이다. 위인의 자녀는 이름부터가 남다른 스케일이 있다.  

‘經’자의 유래로부터 알 수 있듯이 사회적으로 권위가 있는 책을 경전이라 부른다. 동양에 경전이 있다면 서양에는 성경이 있다. 성경과 경전은 같은 뜻이다.  

동양의 경전은 주로 유가학파들의 서적들이다. 대표적으로『논어』『맹자』『대학』『중용』『시경』『서경』『역경』『예기』『춘추』가 있는데 이를 통칭하여 ‘사서오경’이라 지칭한다. 이 ‘사서오경’은 훗날 수나라 때부터 실시된 과거시험의 주요 필수 과목으로 선정되었다.  

한편 관리등용에 추천을 받은 사람은 반드시 경전을 진지하게 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심드렁하게 대한다면 자격이 박탈된다. 위진·남북조 시기 이 경전들을 진지하고 올바르게 대하는 자를 正經한 사람으로 평가했고, 얼렁뚱땅 심드렁하게 경전을 대하는 자를 不正經한 사람으로 평가했으며, 평소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다가 사람이 나타나면 경전을 읽는 척하는 자를 假正經한 사람으로 평가했다.  

이렇게 관리 등용에 있어 중요한 평가기준이었던 경전을 임하고 대하는 태도를 세 가지 부류로 구분하던 것이 인간사회 모든 집단에게도 개개인을 평가할 때 이 세 가지를 적용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삶의 태도가 올바르고 정직한 사람을 正經한 사람이라 하고, 상식을 벗어나 민폐를 끼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람을 不正經한 사람으로 취급하고 진심이 전혀 없이 타인에게 보여주려고 그런 척하거나 자신이 하면 사랑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 주장하는 자를 가리켜 假正經한 자라고 지탄한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不正經한 사람도 나쁘지만 假正經한 사람이 더 나쁘다는 것이다. 때문에 不正經한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이해받고 용서받을 수 있지만 假正經한 사람은 타인에게 오랫동안 ‘괘씸죄’를 남기게 된다.  

인간사회 개개인을 正經, 不正經, 假正經 세 가지 부류로 평가하는 패턴으로 정치판을 조명해보면 재미있는 이야기 될 듯하다. 
 

正經한 정치가들 

중국의 삼국시대를 살펴보면 조조, 유비, 손권 등 세 영웅을 正經한 사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정치적인 야망은 있을지언정 정치적인 이념이나 신념 및 사상은 매우 결핍했고 따라서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정치인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뿐 그 어떠한 위대한 이상을 지닌 정치가는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삼국시대의 正經한 정치가는 누구일까? 제갈공명이 正經한 정치가였고 순욱도 正經한 정치가였다. 왜냐하면 제갈공명은 세력이 월등한 조조에게 귀의할 수도 있었으나 조조는 뚜렷한 정치이상이 보이지 않았던데 비해 유비는 그나마 한왕실부흥(漢王室復興)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조조보다 낫다고 여겼기에 유비한테 귀의해서 자신의 꿈을 펼쳤던 것이다. 순욱은 당시 한왕실부흥(漢王室復興)을 실현하려면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정치수완이 뛰어난 조조를 따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조는 처음에는 큰 꿈을 갖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 것이 엄청난 세력으로 성장하자 날이 갈수록 황제가 되려는 야망이 커져갔는데 이는 순욱의 정치이상과 위배되는 것이었으므로 순욱은 끝내 죽음으로 조조의 야망을 반대하는 뜻을 전달하고 말았던 것이다.  

삼국시대 공융, 예형, 양수, 최염과 같은 명사들은 그 어떠한 권력과 권위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자신들의 뜻을 표현하고 할 말을 다 하는 선비들로서 이들을 正經한 사람들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역사에는 선비정신이라는 것이 있다. 대의가 바르고 삶에 대한 태도가 진지하고 정의를 위해선 목숨도 초개로 여기는 유생들의 장렬한 정신을 일컬어 선비정신이라 하는데 요즘 한국정치판에는 선비정신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온통 이익만 쫓는 정치모리배들로 욱실거리고 있다.  

이와 같은 한국정치판의 풍토 속에서도 고작 5천만원 ‘꿀꺽’한 것이 들통 나 목숨을 내놓는 노회찬 국회의원, 대통령까지 지낸 분이 자결로 결백을 주장한 바보 노무현은 진짜 正經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두 분의 죽음이 한국사회에 남긴 숙제는 무엇인가? 전씨는 29만원밖에 없다고 말 한지도 10년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골프치고 온갖 희로애락을 다 맛보면서 천수를 다 누리고 있지 않는가?  

정치판에서 너무 正經한 사람은 명이 짧고 거꾸로 不正經한 사람은 하늘이 준 수명을 다 살고 있어 참으로 불공평한 세상이다. 

 

不正經한 정치인 

인류역사는 역설적으로 흘러온 사건들이 많다. 예를 들어 냉전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강경파 정당인 미국공화당이 여당일 때(1970년대) 적대국 중국과 외교의 문을 열었다. 한국도 보수정당이라 일컫는 노태우 대통령 때 소련과 중국과 수교를 맺었다.  

한반도 평화를 크게 진전시킬 적기는 바로 김대중이나 노무현 민주당 집권 시기보다 보수당 집권인 이명박 대통령 시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시 버스와 지하철 요금 연계시스템을 구축하였는데 이 프로젝트는 역사에 남을만한 업적이다. 이런 마인드로 대통령 업무를 수행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는 ‘경제 대통령’으로서 한국이 남북 분단 3.8선을 넘어 이북의 조러 변경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을 누비는 전략으로 미래 대한민국 국민의 먹거리를 확실하게 마련하겠다고 나선다면 누가 반대할 것인가?  

불행하게도 이명박 대통령은 이러한 정치 신념과 이념이 없이 청와대에 앉아서 나라 곳간을 위해 노심초사한 것이 아니라 자기 개인 주머니를 채울 궁리에 몰두했다는 것이 참으로 대통령으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00일간지 00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상사가 나에게 이명박 대통령 관련 글을 쓰라고 한다면 ‘한 푼이라도 더’라는 제목으로 쓸 것이다.” 

그리고 한국정치인들은 너무 함부로 막말을 쉽게 한다. 요즘 보수당 대통령 후보 1·2위를 다투고 있는 홍준표 후보는 과거 막말이 발목 잡혀 확실한 1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그의 과거 태도는 사람들 머릿속에 不正經한 사람이란 낙인이 남아있다.  

원희룡 후보는 과거 正經한 사람이란 이미지가 짙었었는데 요즘 아내가 이재명 후보에 대한 소시오패스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데 냉정하게 잘못된 것은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할 대신 거꾸로 분노를 극도로 표출하여 정치인으로서 不正經한 사람으로 분류되고 있다.  

 

假正經한 정치인들 

요즘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화천대유 사건에 있어서 31세 청년이 6년 근무하고 퇴직금으로 받은 돈이 무려 50억이 된단다. 웃기는 것은 그의 아버지 곽상도 보수당 국회의원이 과거 문재인 대통령 자녀 의혹을 수차례 제기해왔고 또 조국의 딸 조민이 외제차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는 가짜의혹을 제기하더니 그의 아들이 검찰에 출두하면서 포르쉐를 타고 나타났다는 것이다. 곽상도 의원이야말로 전형적인 假正經한 정치인이다. 

假正經한 인물을 꼽으라면 제20대 대통령 후보들 가운데도 있다. 자신은 온갖 의혹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불구하고 정의, 상식, 공정을 내세우는 것은 그야말로 假正經한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아니지만 요즘 대한민국에서 이름만 대면 모두 알만한 假正經한 사람이 한 명 있다. 그가 바로 박영수 특검이다. 가짜 수산물 사장 사건에도 화천대유 사건에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데 돈 액수가 작지 않다. 오죽하면 옥중에 있는 최순실 씨까지 ‘온갖 깨끗한 척 하더니’라는 발언을 쏟아내겠는가? 

 
正經하지도, 不正經하지도 假正經하지도 않은 정치인 

희한하게도 한국 대통령 가운데 正經하지도, 不正經하지도 假正經하지도 않은 정치인이 한 분 있다. 그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이 분은 어느 부류로 구분하여 평가해야 할 지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 정치인이다. 

만약 여느 독자께서 ‘이 분을 이렇게 평가합시다.’라는 ‘고견’을 갖고 있다면 필자에게 연락하여 논의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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