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에서


길었던 푸른 바다 항해를 넘어가듯 
운명처럼 소리없이 모든 것은 끝이났다  
바람처럼 지나갔던 삶들은 공허하고
연기처럼 바래왔던 희망도 사라지고
만족함 모르던 욕심과 기대감도 감추었다

운명처럼 소리없이 모든 것은 끝이났다  
환하게 꽃을피던 야생화 메말라가고
입맛 돌건 제철음식 사람을 외면하고
집안의 방구석들은 먼지로 쌓여간다 
 
운명처럼 소리없이 모든 것은 끝이났다  
얄팍했던 지식은 기억속으로 사라지고
가지던 부유함은 떠도는 구름되어
하찮은 삶의 조각들로 고스란히 남겨진다

운명처럼 소리없이 모든 것은 끝이났다  
지상의 쓸쓸함은 그곳에서 만남이
일생의 허무함은 그곳에서 기쁨이
속상한 눈물은 하늘가 노을이 되어간다 

길었던 푸른 바다 항해를 넘어가듯 
운명처럼 소리없이 모든 것은 끝이났다  
어떻게 살다가는 것이 어떻게 남겨지는 것이
우리가 풀어야 하는 또 하나의 숙제이다


설산雪山


지나가는 저 산위 새치가 생겨났네
군데군데 보이는 차가워진 흰머리
초록빛 염색하려면 한참이 걸리겠지

젊디젊은 세월마냥 느긋해진 가죽과
순식간 거칠어진 세월의 흉터자국
삭풍에 인내심마저 깊어진 눈내린산

긴눈물 흘러야만 찾아오는 웃음햇빛
즐거운 여행약속 손꼽아 기다리며
멋쩍게 흰머리 한번 부스스 털어보네


항구를 떠나며


조심히 내려앉는 하이얀 갈매기떼
뾰족입술 내밀며 마지막 작별맞춤
항구엔 연신 차가운 물방울 흩어진다   
 
마지막 인사마저 외면한 얼굴마냥
비웃고 지나가는 수많은 작은통통배
또다시 마주칠거란 미련을 남겨둔채

무거운 짐보따리 조심스레 옮겨싣고 
고향을 떠나가는 젊은이 슬픈눈빛 
항구는 오늘도 말없이 울음을 토해낸다

-프로필-

‧ 월간「문학세계」등단(2016),  
‧ 저서 : 시조집 그림처럼 그려보는 조용한 삶의 항구, 꿈꾸듯 변해가는 항구의 계절
‧ 수상 : 제5회 전국여성문학대전 시조부문 최우상 외
‧ 현) 예천문인협회 회원, 함안 특수학급교사

시조시인 유한아
시조시인 유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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