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재한동포 간병인들의 호소문’을 읽고서  

차홍구 법무법인 안민 사무국장/본지 고문회장 

지난 11월 16일 청와대 국민청원란에‘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재중동포 간병인들의 호소문’이란 글이 올라와 재한중국동포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의 감염을 무릅쓰고 열악한 병원환경에서 간병하는 동포 간병인들의 사정은 딱하기 그지없다. 확진가 속출하는 비상사태가 터졌지만 병원장은 격리조치 대책을 내놓지 않고 무조건 자기 위치에서 간병을 하라고만 지시한다. 그래서 “미확진 간병인이 확진자 환자를 간병해야 하고 확진자 간병인이 미확진 환자를 돌봐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생기면서 동포 간병인들은 언제 코로나19에 걸릴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한다.

호소문은 제도권밖에 있는 동포들을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정말 가슴이 짠한 호소문이라서 동조하고 글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하루 빨리 동포 간병인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기”를 바란다. <차홍구>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재중동포 간병인들의 호소문

 

저는 한국인이고 전 중국영사로 근무한 사실이 있습니다. 최근 간병인으로 근무하고 계신 중국동포분의 안타까운 사정을 접하고 도저히 그 울분을 참을 수 없어 본건 국민청원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국민청원란에 글을 올려주신 분) 

안타까운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일하러 온 중국동포입니다. 저는 지금 한 요양병원에서 간병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간병인 일이 고되고 힘들어 몸도 아프고 하지만, 환자를 돌보는 일에 정성을 다하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2021년 11월 5일 제가 일하는 요양병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2명이 나왔습니다. 확진자가 나오자 요양병원은 비상사태가 되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 모두 격리 대상자로 되어버렸고, 요양병원에서는 구체적인 숫자는 밝히지 않지만 확진자 발생 이틀만에 코로나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습니다. 위 확진자 중에는 동료 간병인도 여럿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11월 15일까지 같은 요양병원에서 일하던 간병인 28명중 16명의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요양병원 측에서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던 간병인에게 격리조치도 하지 않고, 계속 각자 위치에서 일하라고 원장님이 명령식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방송으로 “확진자가 나와도 자리 옮기지 말고 각자 자기 위치에서 일하라”고 명령을 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저는 답답한 나머지 원장님을 찾아가 “확진자와 같이 24시간 같은 병실에서 일하는 것은 어렵다. 내가 일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확진자의 환자 기저귀, 식사 등을 다 처리할 테이니 잠은 밖에서 나가 자게 해달라”고 요구하여 낮에는 병실에서 환자를 돌보고 밤에는 복도에 나아가 병원소파에서 쪽잠을 자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간병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매일 코로나 감염의 공포속에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해야 했고, 지금 또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제가 일하는 요양병원의 방역조치가 엉망입니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병실에도 코로나 확진자가 2명이나 있는데 확진자를 이송도 안 해서 미 확진자와 같은 공간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확진 간병인이 확진된 환자를 간병해야 하고 확진된 간병인이 미확진 환자를 돌봐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간병인들은 제도권밖의 존재들이다 보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져 있습니다. 우리 간병인들은 간병인협회의 소속인데 간병인협회에 이 사실을 알려도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책임회피만 하고 있고, 요양병원에서는 우리를 근로자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재중동포 간병인들은 타국에 와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간병비를 받으면서 24시간 휴식도 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이런 위험까지 당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간병인협회에 소속되어 있다 보니 요양병원으로부터 근로자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요양병원에서는 간호사 중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바로 병실을 따로내어 격리시키고 있습니다. 차별도 이런 차별이 없습니다. 우리 재중동포 간병인들에게는 최소한의 인권도 없는지 정말 참담한 심정입니다.

정부는 우리 간병인들의 현장실태를 철저히 조사하여 우리 재중동포 간병인들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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