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북아 평화를 위한 무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정치적 의미는 특히 심오하고 장원하다고 볼수 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2월4일 개막해 2월20일까지 열린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은 2008년 하계 올림픽에 이어 동계올림픽까지 개최하면서 사상 최초로 하계·동계 올림픽을 동시에 개최하는 도시가 됐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축제로서의 성격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적 의미가 더 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총서기 3연임을 결정하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내년 가을 열린다. 중국 공산당은 2021년 창당 100주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20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을 향해 전진하는 제2의 100년 대장정에 올랐다.  

시진핑 주석은 올림픽 개최 1년여를 앞둔 지난 1월 베이징과 허베이성 장자커우 올림픽 경기장을 시찰하면서 “베이징 올림픽 성공개최는 공산당과 중국에 중요하다”면서 “베이징은 2008년 하계올림픽에 이어 2022 동계올림픽까지 개최하는 최초의 도시로, 이것은 우리의 국력을 상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 발언에서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한편 국민들의 애국심을 높이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도쿄 하계올림픽이 폐막한 지난 8월9일자 신문에서 1면을 올림픽 관련 기사와 사설로 채우면서 개막 6개월이 남지 않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인민일보는 1면 사설에서 “체육 강국 건설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의 중요한 목표라고 시진핑 총서기가 강조했다”면서 “스포츠는 인민의 건강 증진과 경제 사회 발전을 촉진하고, 민족 문화의 소프트 파워를 과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또 다른 기사에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실현하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동북아 평화를 위한 무대가 될 것인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중국에 큰 정치적 의미를 가지는 것과 동시에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정상이 시진핑 주석과 함께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이 동북아 평화를 위한 무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종전선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서 남북한과 미국 3자나 남북한과 미국, 중국 4자를 구체적으로 거명하면서 제안한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화답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시로 10월4일 남북통신선이 복원되면서 종전선언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번 남북 통신선 복원은 북한이 지난 8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불만으로 일방적으로 차단했다가 55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올해 남북관계 개선의 신호탄이 통신선 복원이었고, 경색도 통신선 차단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북한의 이번 통신선 복원 결정이 종전선언에 대한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북한이 통신선을 복원한 날짜도 주목할 만하다. 10월 4일은 10. 4 남북 공동선언 14주년 되는 날이었다. 2007년 10월 4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종전선언을 선언서 제4항에 담았다. 종전선언이 담긴 10. 4 남북 공동선언 발표일에 맞춰 북한이 통신선을 복원시킨 것은 종전선언 약속을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종전선언은 전쟁이 끝났음을 확인하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다. 교전 당사국이 정전협정을 넘어 평화협정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상징적 조치이기도 하다.  종전선언은 평화 의지를 확인하는 정치적 행위인 만큼 국제법적 구속력은 없다. 평화협정을 맺기 전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 단계도 아니다. 다만 당사국 간 신뢰가 구축됐음을 대내외에 알리고 평화협정을 예고한다는 의미가 있다.

남북한만 종전선언을 논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교전 당사자가 나서야 전쟁 종료라는 실질적인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남북한만 종전선언을 하면 2018년 판문점 선언처럼 종전선언을 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 정도에 그친다.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정전협정을 맺은 주요 당사자 미국과 중국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당시 한국은 정전협정에는 서명을 하지 않아 명목상 직접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실질적인 전쟁 당사자였던 만큼 교전 당사국으로 참여할 수 있다.

평화협정은 무게감이나 비중이 종전선언과는 확연히 다르다. 평화 체제를 법과 제도적으로 규정하기 위해 형식도 조약 형태를 갖춘다. 당사국들이 평화협정 체결과 동시에 우호 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특징이다. 평화협정을 통한 관계 정상화가 외교 관계뿐 아니라 문화 무역과 인적 교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질 수 있다.

베이징 남북정상회담과 종전선언 가능성

현재 예상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일단 남북한 정상이 화상으로 회담을 가진 뒤,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에서 만나 남·북·중 3자 정상이 선언적인 의미의 종전선언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나 동력을 잃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다시 힘을 실어주기를 바란다고 할 수 있다. 베이징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거나 종전선언을 할 경우 한반도 평화라는 ‘선물’을 내년 3월9일 차기 대선에서 선출되는 후임 대통령에게 넘겨주려고 한다고 볼 수 있다. 2017년 북한의 핵실험과 ICBM 발사로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를 맞았던 한반도가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평화 프로세스의 불씨를 되살린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게인 평창’을 베이징에서 다시 재현하고 싶어한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은 지금이 남측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데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코로나 19 발생 이후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전면 폐쇄하면서 경제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440만톤으로, 국제기구가 추산한 최소 필요량(550만톤)보다 110만톤이 모자랐다. 중국과의 무역량도 크게 줄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회담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점을 감안할 때 북한에 호의적인 임기말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적, 인도적 지원을 받고, 남측의 중재로 미국을 설득해 대북 제재 해제까지 얻는다면 최상의 결과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차기 대선에도 이왕이면 북한에 호의적인 진보정권의 재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종전선언을 하는 데 핵심 당사자인 미국의 태도는 아직 불투명하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북 제재를 해제하거나 종전선언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미국이 동참하지 않을 경우 남북한 중국 3자가 종전선언은 아니지만 ‘한반도에 평화가 왔다, 더 이상 전쟁은 안 된다’는 정도로 선언을 할 가능성도 있다.

종전선언 성공을 위한 조건

종전선언이 실제로 이뤄지려면 해결해야 할 걸림돌이 몇 가지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북측이 요구하는 선제조건을 남측이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버리고 이중기준을 없애라고 남측에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적대적 태도를 버리라는 것은 대북 제재를 풀어달라는 것이다. 이것은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고, 궁극적으로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요구까지 확대할 수도 있다. 이중기준을 버리라는 것은 남측이나 미국이 SLBM을 발사하는 것은 훈련이고, 자기네가 미사일을 쏘는 것은 도발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같은 잣대를 적용하라는 요구이다. 남측이 미국을 설득해 대북 제재 해제를 일정부분 끌어내야 종전선언에 동참하겠다는 것이 북측의 의도라고 이해할 수 있다.  기술적인 문제도 남아 있다.

당장은 북한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이사회는 지난 9월 북한이 도쿄 하계올림픽에 일방적으로 불참했다는 이유로 2022년말까지 북한에 대해 국가올림픽위원회 자격 정지를 내렸다. 그러나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올림픽 출전 자격을 따낸 북한 선수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기,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혀 북한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있는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중국이 주최국 차원에서 IOC를 상대로 북한 선수단이 출전하는 방안을 설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부겸 총리는 지난 9월 3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 인터뷰에서 “IOC에 북한이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IOC의 관대한 조치를 바란다”며 “그렇게 되면 남북 고위 당국자가 자연스럽게 베이징에서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총리가 말하는 ‘남북 고위 당국자’는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다.

우리 시민단체가 추진하는 이른바 남북 공동응원 열차는 실현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시민단체가 마련한 계획은 남북응원단 400명씩을 모아 서울에서 평양을 거쳐 중국으로 가는 공동응원열차를 타고 베이징에 가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에 외국 관광객 입국을 불허함에 따라 남북 공동 응원열차를 활용하는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 다만 중국에 있는 우리 동포들과 교포들이 북한 동포들과 함께 공동응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은 유효하다고 본다.    
 

(2) 수교 30주년 맞는 한·중 교류 협력의 과제

세계 외교의 기적

한중관계 2022년은 한국과 중국이 1992년 8월24일 수교를 맺은 지 30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해이다. 그동안 한중 두 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외교 기적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동양 문화권이라는 공통점 덕분에 두 나라는 경제무역관계를 비롯해 문화 및 인적 교류가 활발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우리는 중국과의 무역 규모가 2415억 달러를 기록해 미국(1316억 달러)과 일본(711억 달러)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2020년 대중국 수출은 1326억 달러, 수입은 1089억 달러로 무역수지는 237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홍콩에서 거둔 291억 달러 흑자까지 합치면 우리나라 대 중화권 무역흑자는 528억 달러로 전체 흑자(456억 달러)의 116%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6년 7월, 박근혜 정부가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허용하면서 중국이 크게 반발했고, 두 나라 관계는 최악의 위기 국면을 맞았다. 사드 배치 후유증으로 특히 문화예술 분야는 직격탄을 맞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이른바 사드 3불(사드 추가배치는 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하지 않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겠다) 약속을 하면서 일단 위기 상황을 봉합했고, 이후 한중관계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서둘러 해결해야 할 혐한감정과 반중정서

한중관계가 회복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두 나라 국민감정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지난 5월 조사한 한국인의 반중 인식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26.4점으로 일본(28.8점)이나 북한(28.6점)보다 낮았다.  중국 내 혐한 감정과 한국 내 반중정서는 이른바 한·중 문화전쟁에서 비롯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지난 10월15일 발표한 ‘시진핑 시기 혐한이 고조된 원인은 무엇일까’ 보고서에서 중국 내 혐한 감정의 가장 큰 요인으로 문화를 꼽았다. 2004년부터 중국 내 두드러진 혐한 사건은 60건으로 이중 문화 관련 사건이 30건, 전체 50%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이 중국의 문화기원을 인정하지 않고, 먹고 입는 것부터 기술, 역사까지 훔쳐가면서 오히려 자기들이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문화전쟁의 기원은 단오절 논쟁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강릉 단오제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004년 5월6일자 기사에서 ‘단오절은 다른 나라의 문화유산이 되는가’라며 이 문제를 처음으로 공식 제기했다. 한국이 단오제를 내세워 중국 문화유산인 단오절을 가로챘다는 것이다. 단오제가 중국 단오절과는 성격이 다른 한국 특유의 내용을 갖고 있음에도 단오제 논쟁은 결국 중국에 전통문화 부흥 운동을 촉발시켰다. 2012년 8월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아 서울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중국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가장 큰 반감을 가진 계기를 ‘강릉 단오제 문화유산 등재’라고 응답했다. 김치부터 삼계탕, 한복까지 기원을 둘러싸고 한·중 양국 네티즌이 원조논쟁을 벌였다. 중국 TV 프로그램에 등장한 한복에 대해 우리 네티즌들이 “한복도 중국 것이냐”고 따졌고, 중국 네티즌들은 “한복은 중국 명나라에서 유래했다”며 “한국은 중국 문화를 표절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한중 두 나라 문화 충돌은 양국 네티즌들이 애국심과 민족주의로 무장한 만큼 양국 정부 노력으로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특히 20대, 30대 우리나라 젊은 세대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일부 국내 학자들은 있는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일단은 상황 관리부터 하자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문재인 대통령 임기내 방한은 실현될 것인가?

한중 양국 정부는 관계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9월 베트남, 캄보디아, 싱가포르 방문에 이어 한국을 찾았다. 20시간의 짧은 방문이었지만, 미중 갈등 국면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과의 긴밀한 관계 구축을 추진하는 것에 맞서 한미일 안보협력의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과의 관계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만나 한중관계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왕이 부장은 “한중수교가 30년을 맞는다”면서 “공자 말씀에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30년이라는 상징을 강조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한국이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왕 부장은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한국 측 분과위원장들과 만나 "중국은 미국과의 공존, 협력 의지는 분명히 있지만,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이라는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기 때문에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대북 제재에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라고 밝혀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를 촉구했다.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는 한중 두 나라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구로 분과별로 논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30년간 양국 관계발전 로드맵을 마련해 내년 8월24일 한중수교 30주년 기념일에 즈음해 양국 정부에 제안할 예정이다.

한중관계 가장 큰 현안인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언제 실현될 것인가?

두 나라의 공식적인 입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시진핑 주석이 방한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코로나 19 상황이 당장 안정되기 어렵고, 양국 정치 일정을 보더라도 11월 중국 공산당 19기6중전회에 이어,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 3월 양회 개막과 한국 대선을 감안하면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직접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왕이 부장의 방한으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대신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장하성 주중 한국 대사는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코로나 발생 이후에는 해외 방문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차례 중국을 방문했지만 시진핑 주석은 문 대통령 재임 중 한번도 방한한 적이 없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 임기내 화상회의 형식으로라도 한중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최근 나오고 있다.    

 

(3) 맺음말

역대 올림픽은 행사가 끝나면 긍정과 부정, 유형과 무형의 다양한 유산을 남겼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은 동서화합을 성사시키며 한국을 변방의 개발도상국에서 세계 속의 한국으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은 전 세계에 중국의 급부상을 과시하는 데 성공한 초대형 이벤트였다. 2018년 평창 올림픽은 평화라는 소중한 유산을 남겼다.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 국내외에 중국의 힘과 능력을 과시하고자 할 것이다. 더구나 코로나 19 상황을 감안해 외국 관광객은 받지 않고 국내 관람객으로 올림픽을 치르기로 결정해 적어도 방역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의 관리 능력을 과시하고 싶어한다. 베이징올림픽 조직위는 ‘검소하고, 안전하고, 멋진 올림픽’을 치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여기에 하나 더 붙여야 할 것은 ‘평화 올림픽’이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인 프랑스 쿠베르탱 남작은 "올림픽 정신은 스포츠를 통해 심신을 향상시키고, 문화와 국적 등 다양한 차이를 극복하며 우정, 연대감, 페어플레이 정신을 가지고 평화롭고 더 나은 세계의 실현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올림픽에서 평화라는 키워드를 강조한 것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중국이 동참해 종전선언을 발표할 경우 베이징 올림픽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또다시 평화 올림픽으로서 강렬한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심어줄 수 있다.

현재 객관적인 여건은 무르익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를 불과 몇 달 남긴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동력을 불어넣으려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임기 말기를 이용해 경제적 지원이나 인도적 지원을 받고 대북 제재 해결까지 해결하면 금상첨화이다. 중국은 남북 정상이 베이징에 올 경우, 인권 문제를 내세워 일부 서방국가가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을 하려는 분위기를 떨쳐내고, 한반도의 평화를 국제사회에 다짐하는 역사적인 올림픽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반길 일이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거론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가 현재로서는 종전선언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남북정상회담과 종전선언까지 이뤄진다면 내년 한중수교 30주년은 한층 풍성한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 한중관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진다. 한중관계는 2016년 사드 사태를 계기로 위기 국면을 맞기도 했지만 일단 봉합한 뒤 회복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다만 두 나라 국민, 특히 젊은 네티즌들의 감정싸움은 우려할 만하다. 김치 원조 논쟁과 같은 돌발 악재로 국민감정이 나빠지는 것은 무엇보다 양국 정부, 특히 두 나라 주류 언론이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한중 두 나라는 이웃 나라인 만큼 갈등과 마찰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푸느냐가 중요하다. 두 나라는 동양 문화권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사상과 이념, 정치제도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한중 두 나라는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계속 유지하면서 마찰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끊임없는 소통과 대화로 오해를 푸는 것이 한중관계 개선을 위한 최상의 해법이다.

홍인표 약력 : 한중관계 미래 발전위원회 사회문화분과 위원, 한중저널 편집인,  고려대 연구교수,  전 경향신문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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