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일 작가
김종일 작가

우리 인간의 일생을 각 부분별 소비되는 시간으로 분석한 데이터에, 말하는 시간 23년, 잠자는 시간 20년, 식사시간 7년,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 5년, 화내는 시간 5년 등등 인 반면 웃는 시간은 고작 89일 정도라는 대략의 통계가 발표된 적 있다. 즉 평소 우리가 일상에서 소요되는 시간 중 웃을 일이 가장 적다는 의미일 것이다. 허나 별안간 등장하여 2년 동안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로 인하여 그 나마의 웃음마저도 상실해버린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인류에게는 코로나 이전에도 한때 유럽인구 1/3의 목숨을 앗아가 공포의 흑사병으로 불리던 페스트 외 천연두, 콜레라, 장티푸스, 그리고 약 1,700만 명의 사상자를 내었던 제1차 세계대전 사망자보다 더 많은 사람을 사망케 하였으며 백신이 개발되었지만 오늘날까지 매년 경이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유행성 독감’과 현대에 발생하였던 매독균, 에이즈균, 사스, 메르스 등등 오랜 기간 창궐하여 수많은 인류의 목숨을 앗아가면서 인류 역사를 뒤바꿀 정도로 시대를 뒤흔들었던 유행성 질병들이 있었다. 그 중 가장 긴 세월동안 가장 많은 인류를 사망케 하였던 무서운 유행성 질병의 하나였던 천연두 (天然痘)를 살펴보는 것으로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Covid-19) 펜데믹(Pandemic : 범유행성 질병)의 미래를 짐작해 보고자 한다. 

전근대 시기에는 마마(媽媽), 두창(痘瘡), 포장(疱瘡)으로도 불리웠고 일제강점기 때 유입된 일본식 한자어로 천연두(天然痘)라 불리워진 이 유행성 질병은 인류 역사상 수세기에 걸쳐 광풍의 유행과 잠잠, 그리고 다시 유행하는 형식으로 10억 명 이상의 인류를 사망케 하였던, 참으로 무시무시한 유행성 질병이었다. 혹 치료가 되었다 하여도 얼굴에 흉터가 남게 되는 질병이었다. 흔히 말하는 ‘마마흉터’ 즉 곰보딱지(어른들에게는 ‘얼굴에 손티가 있다 라고 하였다'라는 말도 천연두 흉터를 이르던 말이다. 20세기에만 천연두로 사망한 인류는 약 3억 명이었을 정도로 공기를 타고 전염되는 무서운 유행성 질병이었던 천연두는 한국 고대 삼국시대와  조선시대(정조대왕의 정비 효의왕후도 어렸을 때 천연두로 얼굴에 흉터가 있었다)에도 창궐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가깝게는 광복 후 1946년에는 4,234명이 천연두로 사망하였고, 한국전쟁 당시인 1951년에는 2만여 명이 감염되어 11,530명이 사망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물론 중국에도 청나라  순치제와 그의 숙부 예친당 드로곤도 천연두로 사망하였고, 누르하치가 명나라를 공격 하던 중 두 명의 손자도 천연두로 사망할 정도였으며, 세간에서 '곰보황제'로 불리웠다는 강희제( 현엽 : 순치제의 아들로 천연두에 걸렸다가 목숨을 건져 천연두 내성이 있었던 ‘현엽’이 후계자로 결정되었음)도 천연두를 앓아 얼굴에 흉터가 남았으며, 황제 등극 후 천연두 전문 연구기관을 설치하여 천연두 퇴치에 열성을 보인 결과, 종두법(種痘法) 중 ‘인두법(人痘法)’을 개발해 내었다. 이는 인간의 몸에 미량의 천연두균(바이러스)을 투입시키는 방식이었다. 주로 천연두에 걸렸던 사람의 의복을 입거나 또는 그의 고름을 짜내어 신체 일부에 접촉시켜서 저항성(면역력)을 키워내는 방식의 백신이라 하여 ‘인두법’이라 하였다. 이러한 인두법과 천연두 진단법은 러시아, 터키를 거쳐 영국까지 전해져 청 제국에서 인두법이 시행된 120년 후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종두법(소의 젓을 짜는 사람들 중 우두(cowpox)에 걸렸던 사람들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인간의 몸에 미량의 우두균(바이러스)을 투입시켜 저항성을 키워내는 백신)’을 연구 개발해내기 전까지 유일한 천연두 치료법으로 사용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이토록 수세기에 걸쳐 인류에게 치명적인 병으로 알려졌던 천연두도 인류의 치료법 개발과 백신 개발로 인하여 유행의 종지부를 찍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80. 5. 8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인류에게 천연두가 완전 퇴치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선포함으로서, 수세기 동안 인류를 공포에 떨게 하였던 천연두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유행성 질병 역사에서 보았듯이 지난 2년 동안 전 세계를 펜데믹의 공포 속으로 몰아치고 있는 코로나도 델타변이에 이어 더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오미크론(Omicron)이라는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여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인류가 쓰러지고 넘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결국 현대 인류의 훌륭한 의사들과 고도로 발달된 최첨단 의료과학기술은 머잖은 장래에 새로운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사멸시키는 치료제나, 사전 예방이 가능한 백신을 발명해 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만물의 영장인 우리 인간은 태생적으로 어떠한 환경의 변화에도 재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세계는 올 연말이면 코로나 시대도 끝날 것으로 기대하여 많은 나라에서 이미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거나 돌아가기 위하여 ‘위드코로나(With Covid)’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하던 시점에 도달하여 모두가 마스크도 벗어던질 수도 있다는 안도감과 희망에 부푼 시기에 갑작스런 오미크론이라는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긴장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밝지 않은 미래라고 해서 지금 당장 인류가 멸망하지는 않는다. 인류가 이미 겪었던 유행성 질환에서 보았듯이 대유행의 광풍이 몰아쳐 지나간 후 잠잠하였다가 또다시 대유행의 광풍이 몰아치곤 하였던 역사에서처럼 현 시대의 코로나도 이와 유사한 패턴이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지난 수세기 동안 수많은 인류의 목숨을 앗아갔던 천연두를 완전 퇴치하였듯, 현재 많은 인류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가면서 각 나라 간 국경마저 봉쇄하게 한 코로나도 머지않은 시기에 완전히 퇴치될 날이 필연코 다가 올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비록 코로나(Covid-19) 펜데믹 위기가 우리 일상에서 많은 것을 통제케 하고, 웃음 또한 상실케 하였지만, 우리 인류에게는 코로나를 이겨낼 능력과 지혜가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아는 성인(聖人) 공자, 맹자 보다 더 훌륭한 성인으로 '웃자'가 있다 하고, 그 '웃자' 보다 더 훌륭한 성인은 '함께 하자'라는 성인이라고 희망과 격려를 전하는 뜻으로 회자되는 우스개 말이 있다. 일면 일리 있어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우리에게 코로나 이전 전 세계를 자유롭게 왕래하던 그날의 평화로운 일상이 하루 속히 돌아와 주기를 기원하면서, 2022년 임인년 새해 용맹스런 호랑이 기백을 받아, 우리 모두 '함께 하자'는 ‘위드 코로나’ 정신으로 공포의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 내기를 기원해 본다. 

글쓴이  김 종 일 (작가) :
전. 위해대학 교수 / 한국인 최초 중국문학상 최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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