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균 법무법인 안민 변호사
구본균 법무법인 안민 변호사

2004년 8월 17일부터 시행된 고용허가제는 사용자의 근로계약 해지, 휴·폐업, 임금체불과 폭행과 같은 노동조건 위반 등 이주노동자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인해 기존 사업장에서 노동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고 있다.

변경 요건에 따라 사업장 이동을 했다 해도 3년 내 3회를 초과할 경우 체류 자격을 잃게 된다. 이러한 규정 때문에 사업주들은 사업장 변경을 빌미로 이주노동자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많아 관련 단체들은 고용허가제를 강제노동의 위험이 있는 '현대판 노예제도'라 칭하며 폐지를 주장해 왔다.

그런데 최근 외국인 근로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외국인고용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헌재 2021. 12. 23.자 2020헌마395 결정).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몽골 국적의 A씨 등은 사용자가 근무시간을 일방적으로 변경하여 추가 근로수당 없이 연장근로를 시키고 있고, 건설기계조종사면허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면허 건설기계(지게차) 조종을 강요하였으며, 협박성 발언을 일삼는 등 부당한 대우 등을 이유로 사업장 변경을 하려고 했지만, 외국인고용법이 이와 같은 사유는 사업장 변경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이를 이유로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외국인 고용 허가를 받은 사용자가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사업장 변경 사유를 제한하는 것은 명백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A씨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을 기각하였다.

현재 외국인고용법이 규정하는 사업장 변경 사유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2019. 1. 15. 법률 제16274호로 개정된 것) 제25조 제1항 각호, 구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업장변경 사유’(2019. 7. 16. 고용노동부고시 제2019-39호로 개정되고, 2021. 4. 1. 고용노동부고시 제2021-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5조에서 열거적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 및 근로조건 위반의 유형은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교묘해진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열거적 규정만으로 국내에서 근로하는 외국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는데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생각되고, 심지어 이와 같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불균형한 지위는 사용자의 제도 악용을 부추길 염려도 있다고 생각된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가 유입되는 현실에 발맞추어 합법적으로 사용인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995년부터 논의를 시작하여 2004년 제정하였다. 이는 당시만 해도 국내에선 인구의 감소나 구인난의 문제가 심화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부족한 국내 노동 인력을 충원한다는 목적이 아닌, 어쩔 수 없이 국내에 유입되는 외국인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도입한다는 인식이 많았다. 따라서 고용허가제 관련 규정은 외국인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방향이 아닌 철저하게 국내 고용주의 편에서 그들에게 유리하게 제정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국내 중소제조업, 농·어촌 등 외국 인력이 필수적인 사업장에서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고, 이에 따라 올해 외국인 근로자 허용 규모를 작년보다 7000명이나 늘린 5만9천명으로 결정한 정부의 지침에 비추어 보아 해외에서 유입되는 외국인 근로자는 이제 한국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 인력이 되었다. 

이러한 국내 인력시장을 고려했을 때, 고용허가제는 더는 외국인의 출입국 관리 문제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와도 직결된 문제이며, 국내 부족한 인력시장에 안정적으로 외국인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서 외국인 근로자의 실질적인 노동의 환경까지 개선되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나아가 한해에도 수백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합법적인 근로 비자를 받아 국내에 입국했다가, 까다로운 국내 고용규정으로 인해서 합법적인 체류 조건을 위반하여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고 있다. 현재 불법체류자는 39만 명으로, 합법적 취업자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과연 사업장 변경 사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감독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며, 오히려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해 고용허가제의 안정적 운영을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는 저출산, 수도권 중심의 사회가 되어가면서 지역경제의 발전이 하나의 큰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봤을 때, 더는 외국에서 유입되는 외국인 근로자는 통제하고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이들을 우리 사회에 잘 융화시키고 같이 공존할 대상으로 생각하여 정책을 결정해야 할 것이며, 지역사회 활성화의 해결책으로 외국 인력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근로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현재와 같이 동포 외국인만 자유로운 사업장 이동을 허용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도 검토해야 한다. 동포 외국인, 동포가 아닌 외국인, 계절노동 농촌 부분으로 분리해 고용부·법무부·지자체가 제각각 관리하는 틀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외국 인력을 별개의 집단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과 공감대가 확산해야 한다. 단일민족이라는 폐쇄적 인식을 극복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안전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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