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 회장
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 회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둘러싼 자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채 대선에 뛰어들어 실언 논란과 조직 관리 능력의 문제점을 노출해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 조차 '후보 교체론'이 나오는 실정이다.

윤 후보는 지난 8일 신세계 그룹 계열사인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사고 이를 SNS에 올렸다. '멸치+콩=멸공(滅共)'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다. 그의 뒤를 이어 나경원 전 의원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이른바 '멸치ㆍ콩 멸공 챌린지 이벤트'를 했고, 김진태 전 의원은 "다같이 멸공 캠페인 어떨까요"라며 이런 움직임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 황당한 챌린지의 시작은 지난 5일 SNS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숙취해소제 사진을 게시하면서 붙인 '멸공'이라는 해시태그(검색주제어)였다. 21세기 대명천지에 1950년대 '멸공' 논란을 일으킨 재벌의 한심한 작태도 문제지만, 윤석열 후보가 곧바로 이를 따라하는 행동은 너무나 경박하다는 비판이다.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재벌이 강남 극우파 처럼 행동하는 것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세계 10위권 국가인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할 일이 아니다. 

이같은 논란이 부정적인 것은 신세계 주가의 급락이 증명하고 있다. 지난 10일 신세계 주가는 6.8% 급락하고 하룻새 시총 1674억원이 날라갔다. 총수의 언행을 시장은 반중국, 극우파의 '이념 리스크'로 받아들인 것이다. 21세기에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하는 재벌이 1950년대식 '멸공'을 외친다면 그 기업은 무슨 미래가 있겠는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는 물건을 팔지도 사지도 않겠다는 것인가? 신세계 주주들은 총수의 한심한 언행으로 하룻새 앉아서 1700여억원을 날린 셈이다.

윤석열 후보의 자질 논란은 그의 인문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이어지고 실언 논란을 촉발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윤석열 후보의 중국 관련 발언이다. 그는 지난달 28일 "한국 국민, 특히 청년들은 중국을 싫어한다"고 말해 외교적 논란을 자초했다. 그가 외교 경험이 전무한 후보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최대 교역국이자 한반도 평화협력 당사국인 중국에 대해 이같은 '혐중(嫌中) 발언'을 하는 것은 한국의 외교를 생각하지 않는 실언이라는 비판이다. 지도자라면 마땅히 이웃국가와의 선린을 먼저 이야기하는 게 도리다. 오죽하면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후보는 연기만 하라"고 했겠는가? 윤 후보가 최근 지하철 캠페인을 하면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인사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는 이야기는 자질 논란의 꼭지점에 있는 에피소드이다.

조직 관리 능력도 문제다. 선거 초반 통합을 외치면서 김종인ㆍ김병준ㆍ김한길 등 소위 '3김' 체제의 매머드 선대위를 구성했다가 내홍이 일자 선대위를 해체하고 슬림형 선대위로 전환한 것은 그의 조직 관리 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재벌 총수의 한심한 짓거리에 부화뇌동하는 캠페인을 기획하는 선대본의 문제는 바로 윤석열 후보 자신의 문제이다.

후보와 당 대표의 역할 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나치게 전면에 나서면서 후보가 부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뒤에서 조용히 선거를 돕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윤 후보에 대한 비판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계속되고 있다. 윤 후보의 자질 논란이 지지율 하락의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다. 최근 실용을 중시하는 중도층이 이반하는 현상은 윤 후보의 자질에 회의를 느낀 데서 비롯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윤 후보가 극렬 보수 지지층의 사탕발림에만 매몰돼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을 한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 회의감을 표현한 것이다.

윤석열 후보의 가장 큰 문제는 준비가 되지 않은 후보라는 데 있다. 아무리 참모들이 훌륭하고 선대위가 잘 굴러간다고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후보 자신이다. 윤 후보가 극우로 가는 것은 쉬운 길이지만 그 길의 끝은 천길 낭떠러지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필자/권기식 한중도시우호협회장 

한겨레신문 기자와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치국장을 거쳐 영남매일신문 회장과 2018평창 동계올림픽 민간단체협의회장을 역임했다.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일본 외무성 초청 시즈오카현립대 초청연구원, 중국 외교부 초청 칭화대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와 국기원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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